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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의 혜민스님 비판은 악구일 뿐”

기자명 법보
  • 기고
  • 입력 2020.11.30 18:49
  • 수정 2020.12.12 07:08
  • 호수 1564
  • 댓글 56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기고

비판하는 데도 예의와 방법이 필요
망신주기 언어는 수행자로서 부적절
애초 현각 스님 안목 그 수준이었나
‘아상’에 휩싸인 것 아닌지 돌아봐야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가 11월30일 법보신문에 ‘현각 스님의 혜민 스님 비판은 악구’라는 기고를 보내왔다. 이에 전문을 게재한다. 편집자

현각 스님 유튜브 캡쳐.
현각 스님 유튜브 캡쳐.

침체된 한국불교가 그나마 사회적 위상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몇몇 스님들의 눈부신 활약에 힘입은 바 크다. 불교라는 울타리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과 함께 호흡하면서 삶의 여정에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과 평온을 가져다주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바로 이러한 활동의 선두에 선 것이 혜민 스님이었다.

혜민 스님은 전 국민의 호응을 받는 대중적 멘토였다. 미국 명문대 교수 출신에다 준수한 외모, 세련된 언어 구사, 여기에 청정한 이미지는 세인들의 마음을 얻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최근까지 대중의 사랑과 신뢰와 한 몸에 받던 혜민 스님이 하루아침에 비난과 질시를 받게 됐다. 무소유의 이미지와는 동떨어진 생활이 방송에 나가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더니 같은 하버드대학 출신의 수행자 현각 스님의 예상치 못한 비난이 기폭제가 되었다.

현각 스님은 혜민 스님을 “도둑놈” “사업자” “배우” “기생충” “지옥에 떨어질 자” 등 입에 담기도 민망한 표현을 써가며 비판의 선봉에 섰다. 그동안 혜민 스님을 청정과 평온의 모델처럼 치켜세우던 언론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현각 스님의 말을 금과옥조로 인용해가며 모질게 매질을 해댔다. ‘무소유로 살아야만 하는 출가자가 재산을 소유했다’고,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자’라고, ‘명상을 상품화시켜 사업을 했다’고, ‘안거도 한번 한 적이 없다’고 앞 다투어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혜민 스님은 “실망한 모든 분께 참회한다”며 불교계 안팎의 활동 중단을 선언하고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현각 스님의 독설이 혜민 스님의 활동 중단 동기는 아니더라도 세간의 비난에 기름을 붓고 활동을 중단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나도 몇 년 전 한 불교 언론매체를 통해 혜민 스님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있다. 혜민 스님의 도덕성이나 사생활이 아니라 불교관 때문이었다. 혜민 스님은 평소 설법을 하면서 ‘텅빈 충만’ ‘본래 있어온 참나’ ‘주인공’ ‘지켜보는 마음이 본래의 자기’라는 용어를 종종 사용했다. 이에 나는 혜민 스님이 사용하는 용어들이 부처님의 ‘무아’ 가르침과 위배된다고 지적했었다.

이번에도 나는 혜민 스님을 두둔하거나 변호할 생각이 없다. 혜민 스님이 출가자로써 기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사람들을 실망케 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이렇게 문제가 비화된 것의 일차 책임은 혜민 스님에게 있다. 그렇더라도 나는 혜민 스님의 현 상황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더불어 현각 스님의 무모한 언어표현과 경솔한 행동은 질책을 받아 마땅하다고 본다. 현각 스님이 선 수행자라면 비록 혜민 스님의 행위에 잘못이 크더라도 저런 식의 언어는 사용하지 말았어야 했다. 같은 일불제자인 도반을 향하여 “도둑놈” “기생충” “지옥행” 등 과격한 용어는 그 말의 옳고 그름을 떠나 출가자의 언행으로 적절치 않은 악구(惡口)일 따름이다. 잘못을 따지고 책임을 묻는데 있어서도 예의와 방법이 필요하다는 것은 상식이다. 현각 스님에게 자비심과 지혜가 있었다면 저런 식으로 모멸감과 망신을 주는 행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각 스님은 혜민 스님이 수행자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도움을 주고자 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공개적인 독설을 퍼붓기 전에 개인적인 접촉부터 시도해야 했다. 그래도 말이 통하지 않으면 그때 비판을 해도 늦지 않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주지 못하고 몰락의 구덩이로 등을 떠민 현각 스님의 행위는 결코 수행자의 도리라 볼 수 없다.

부처님은 ‘대승경’에서 “자신이 계율을 지키고 청정한 행을 한다하여 계를 어긴 사람을 얕보고 함부로 대한다면 그는 아상으로 계율을 삼은 것이라 죄가 크다”고 말씀하셨다. 현각 스님이 얼마나 청정한지는 알 수 없지만 설령 청정하더라도 이번의 독설은 자신에게 죄가 되고 악업이 됨을 알아야 한다. 현각 스님도 한때는 한국에서 혜민 스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다 떠난 인물이다. 그러나 현각 스님은 한국불교는 “기복불교다” “돈만 밝힌다” 등등 한국불교를 도매금으로 비난하더니 다시는 안 볼 것처럼 떠났다. 그게 애정인지 미움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런 현각 스님이 마치 한국불교에 분풀이라도 하듯 혜민 스님을 공격하고 나섰다. 현각 스님에게 있어 혜민 스님은 한국의 모든 스님의 표상이었던 걸까.

“일체 일체 일체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 뿐이야…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 뿐이야…”

현각 스님의 경솔한 행동은 혜민 스님과의 화해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혜민 스님을 “지옥 갈 인간”으로 치부한 그는 하루만에 갑자기 “혜민 스님은 인류에게 줄 선물이 많고, 성실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인간”이라고 추켜세웠다. 70분 통화 끝에 내린 결론이란다. 천하에 몹쓸 지옥 중생이 순식간에 천상의 보살로 화현된 것이다. 어째서 지옥중생이 천상의 보살로 화현했는지 이유는 밝히지 않고 있다. 소식을 접한 대다수 사람들은 현각 스님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사람을 멋대로 올렸다 내렸다하는 것이 선객으로써 쌓은 살림살이인가? “도둑놈”이 불과 하루만에 “아름다운 인간”으로 변한 것은 현각 스님의 안목이 애초 그 정도 수준에 불과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렇더라도 일련의 사건에서 혜민 스님은 수행자다운 면모를 보인 것은 분명하다. 앞으로 혜민 스님이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혜민 스님은 순순히 과오를 인정하고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수많은 비난 여론 앞에 머리를 숙였다. 더구나 평생 상처가 되고 원한이 될 만한 독설을 쏟아낸 현각 스님에게도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고 먼저 화해까지 했다. 누가 더 수행자답고 아름다운 지는 부처님만이 아실 것이다.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이제열 법림선원 지도법사

나는 지금이라도 현각 스님이 수행자로서 혜민 스님에게 행한 악구에 대해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본다. 또 현각 스님 자신이 스스로 아름다운 인간이기를 바란다면 극단적 언어의 출처인 마음을 들여다보고, 행여 아상에 휩싸여 있는 건 아닌지 반문해 보아야한다.

[1564호 / 2020년 12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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