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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수행 정기순(연지, 53) - 하

기자명 법보

철야 염불 수행 정진 이후
일상 새벽 정진 다시 시작
남감한 현실 문제에도 당당

연지, 53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공양 뒷바라지가 필요할 때면 가끔 봉화사 다니기를 지속했다. 그러던 중 철야 염불수행정진에 동참할 기회가 생겼다.

오롯이 스님과 함께 늦은 저녁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하는 염불수행. ‘자비염불송’을 따라 하고 손뼉을 치고 포행 하기도 하면서 지속하는 명상과 108배 정진…. 밤새며 하는 철야기도였지만 피곤하지도 졸리지도 않았다. 기도 후 소감을 발표하는데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쏟아졌다. 왜일까….

법당을 나서며 스님께 여쭈었다. 보통 큰법당에는 ‘대웅전’이라는 현판을 거는데 봉화사는 왜 ‘나무아미타불’이 걸려 있는지 궁금했다. 스님께서는 명쾌한 답을 주셨다.

“누구나 봉화사에 와서 큰 법당을 찾아오면 ‘나무아미타불’하고 현판을 읽게 되니 바로 염불한 것입니다. 그 공덕으로 조금 더 평안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 달았습니다.”

그 말씀 속에 모든 게 담겨있었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 하나까지 구석구석 끊임없이 일을 찾아 실천하시는 모습이 바로 저 마음이셨구나. 말씀보다는 직접 행하시며 우리에게 보여주고 계시는구나. “네 스님.” 나는 두 손 모아 합장을 올리며 다짐했다. ‘스님 말씀 받아 새기며 잘 따르겠습니다.’

그때부터 스님께서 가르침을 실천으로 녹여내 보여주시는 봉화사 밴드 ‘행복가득 수행쉼터’를 공유하기 시작했다. 스님께서 밴드에 올려주시는 법문이 때로 나를 꾸짖는 것 같아 참회했고, 때론 토닥토닥 다독여주시고 위로해주시는 것 같아 따뜻했다. 

몸과 마음이 흔들려 내려놓았던 새벽 정진을 다시 시작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를 위해 그리고 나를 위해 한배, 한배 절 하고 명상하며 봉화사 밴드에 그날그날의 자비염불로 나의 마음 상태를 올리게 되었다. 지금 사는 곳은 봉화사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 그래도 ‘스님의 가르침을 따르고 살아가는 이가 여기 있습니다’라고 알려드리고 싶었다. 오히려 먼 거리가 밴드 수행일기를 더욱 꾸준하게 쓸 수 있도록 촉매제 역할을 해 준 것 같다.

물론 내가 살아가는 환경이 월등히 좋아지거나 생활이 나아진 것은 아니다. 대추나무에 대추가 영글 듯 끊임없이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고 있다. 몇 해 사이에 시부모님 두 분이 모두 돌아가셨다. 친정어머니께서는 치매 판정을 받으셨고 가까운 가족 중에는 암을 판정받거나 이혼을 겪은 분도 있다. 아들의 입시 그리고 남편의 사건 사고까지…. 나는 여전히 불안하고 무서운 현실과 마주해야 한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움이 밀려올 때면 봉화사에서 기도하고, 공양 뒷바라지하며 받았던 환희심을 떠올린다. 그 기운으로 다시 힘을 내고 활기를 되찾는 원동력으로 삼는다. ‘지금의 나는 이만하길 다행이다.’ ‘지금 여기에서 감사하다.’ 이렇게 새기다 보면 어느새 두려움이 저만치 달아난다.

이젠 매일매일 밴드의 글 속에서 스님과 여러 신도분과 소통하며 덜 아프고 덜 힘들고 덜 짜증을 낼 힘이 탄탄하게 생겼다. 물론 잘 가다가도 다시 넘어지기 일쑤다. 겨우 딛고 일어나다 또 넘어져 버린다. 넘어진 줄 알았더니 꼬꾸라지기까지 한다. 예전의 나였다면 주저앉아 남을 탓하며 괴로움을 액세서리처럼 달고 불쌍한 여인 코스프레를 하며 한탄에 빠져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다. ‘넘어졌으니 동전이라도 줍든지 돌이라도 치우든지 해보자.’ 이렇게 생각의 여유도 부릴 수 있을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음을 당당히 고백한다.

난 지금 행복하다. 매일 듣는 자비송과 스님의 밴드 법문으로 마음공부를 할 수 있는 덕분이다. 자비염불송을 반복해서 염하다 보니 어느덧 그 내용이 이렇게 다가온다. “사는 게 별거 아니다. 가볍게 받아들이고 살아가거라. 그럼 행복해진다. 그것이 진실이다.” 삶에 대한 스님의 간결하면서도 깊은 가르침이다. 그리고 그 가르침은 누구나 따라 읊을 수 있도록 쉽고 편안하게 그리고 재미있게 한 소절, 한 소절 염불로 이어진다. 

누구든 나처럼 봉화사에 와서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스님의 가르침을 따라 기도·염불하며 잠시 쉬어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나무불 나무법 나무승.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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