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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올바른 가르침에 목말라 하는 바라문을 교화하다

진리 바퀴 굴리는 위없는 가르침의 왕

300명 제자 가르치던 셀라
깨달은 분을 목마르게 찾아
시를 주고받으며 믿음 생겨
의혹 풀고 7일 만에 깨달아

어느 때나 바른 스승, 바른 가르침을 만난다는 것은 대단히 축복받은 일이다. 부처님을 다른 이름으로 천인사(天人師)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는 천신들과 인간들의 스승이 되시는 분이란 의미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처님을 만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다. 그런데 문제는 부처님은 둘째 치고, 올바른 스승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떻게 올바른 스승을 알아볼 수 있는가도 문제이다. 이점에 대해서 부처님은 “상윳따 니까야” 제1권 ‘결발외도의 경(Jaṭilo sutta)’에서 빠세나디 왕에게 이렇게 말씀하고 계신다.

“대왕이여, 감각적 쾌락을 즐기고 사는 재가자 중 어떤 이들이 거룩한 이인지 또는 거룩한 길에 도달한 이인지를 알기란 어렵습니다. 대왕이여, 그들이 계율을 지니고 있는지는 오랫동안 같이 살아야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이 청정한가는 오랫동안 대화를 나누어야 알 수 있고, 견고한지는 여러 재난을 만났을 때 알 수 있습니다. 지혜가 있는지는 오랫동안 논의함으로써 알 수 있습니다. 이처럼 주의 깊게 살펴야 알 수 있습니다. 지혜로워야 알지 우둔하면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을 평가할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며,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나 몇 마디 나누어보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부처님은 말씀하고 계신다. 

한편 부처님 당시에 원만히 깨달은 분을 목마르게 찾고 있던 한 사람이 있었다. 그의 이름은 셀라(Sela)로, 300명의 제자를 가르치고 있었던 바라문이었다. 그는 마가다국에 있는 아빠나(Āpaṇa)라고 하는 지방 근처에 살고 있었다. 마침 부처님이 그곳을 방문하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300명의 제자들과 함께 부처님이 계신 곳을 찾아갔다. 셀라 역시 부처님을 뵙고는 그 분이 진정 깨달은 분인지 쉽게 판단할 수가 없어 우선 신체적 특징, 즉 32상을 찾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마지막 2가지 특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 2가지는 부처님이 보여주지 않는 한 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성기의 특징과 긴 혓바닥의 특징이었다. 부처님은 셀라가 이 점에 대해 의혹을 갖고 있음을 아시고 바로 신통력으로 그 의혹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였다. 32가지 신체적 특징을 확인했지만 셀라는 그래도 확신할 수 없었다. 이에 찬탄에 반응하는 것을 보고 판단하고자 부처님 앞에 나아가 부처님을 시로서 찬탄하게 된다. 

[셀라] 전륜왕이 되시어 전차 위의 정복자, 사방에 승리하는 세계의 지배자가 되셔야 합니다. 왕족이나 지방의 왕들은 당신께 충성을 맹세할 것입니다. 고따미시여, 왕 중의 왕으로서 인간의 제왕으로서 통치를 하십시오.
[붓다] 셀라여, 왕이지만 나는 위없는 가르침의 왕으로 진리의 바퀴를 굴립니다. 결코 거꾸로 돌릴 수 없는 바퀴를 굴립니다.
[셀라] 위없는 가르침의 왕이라고 선언하시니, 그렇다면 누가 당신의 장군입니까? 이미 굴려진 가르침의 바퀴를 누가 따라서 굴립니까?
[붓다] 셀라여, 그 바퀴를 사리뿟따가 따라서 굴립니다. 그가 곧, 여래를 닮은 자입니다. 나는 곧바로 알아야 할 것을 곧바로 알았고, 닦아야 할 것을 이미 닦았으며, 버려야 할 것을 이미 버렸습니다. 바라문이여, 나에 대한 의혹을 버리고, 나에 대하여 믿음을 가지십시오. 올바로 깨달은 이들을 만나기란 언제나 아주 어려운 일입니다.(“숫따니빠따” ‘셀라의 경’)

지혜로운 바라문 셀라는 시를 주고받으면서 부처님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되었고, 제자 300명과 함께 출가하였다. 그리고 열심히 수행한 결과 “제가 세존께 귀의한 지 이레가 지나서 당신의 가르침에 길들여졌습니다”라고 해 7일 만에 깨달았음을 선언하게 된다. 

교화란 이처럼 상대가 갖고 있는 의혹을 해소해줌으로써 스스로 참된 믿음을 일으키게 하는데 있음을 보여주는 일화이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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