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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티보 다무르의 ‘양자 세계의 신비’

기자명 박사

불교와 과학 만나는 곳을 찾는 모험

양자 세계 만화로 설명한 책
주인공이 과학자들에게 묻고
학자들은 이론 친절하게 설명
불교공부하면 과학 더 잘 이해

‘양자 세계의 신비’

과학이 발전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세계의 원리가 붓다가 2600여 년 전에 말했던 원리와 같다고, 그리하여 수많은 과학자들이 감탄하며 불교의 이론에 매혹되고 있다고 들었다. 소문으로 들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머리 겔만은 “단순계는 불교의 인과법이고 복잡계는 불교의 연기법이다”라고 말했다고, 미국의 이론물리학자 리 스몰린은 “세상에는 무엇이 존재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어떤 것’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단지 서서히 변하는 것과 빨리 변하는 것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주에는 물체와 과정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빠른 과정과 느린 과정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읽었다. 어디선가 주어 읽고 역시 불교는 과학적이라며 무릎을 쳤다.

그 정도의 지식만으로도 나는 의기양양했다. 양자역학과 불교가 놀랄 만큼 닮았다고 말하고 다녔다. 그러나 사실 내가 양자역학에 대해서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어려울 거라 지레 겁먹었고, 똑똑한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얘기했을까보냐며 지식을 의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책을 만났다. 양자의 세계를 가능한 한 쉽게, 만화로 설명한 책. 

이 책의 주인공은 모험가 밥과 그의 말하는 개 릭이다. 그들은 달에 착륙했다가, 떨어지는 운석에 맞는다. 그 바람에 릭은 죽고 밥은 혼자서 쓸쓸히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박제해두었던 릭이 갑자기 밥에게 말을 건다. “양자 세계에서는 삶과 죽음의 개념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라며 새로운 세계로 모험을 떠날 것을 권한다. 그리고 밥은 양자세계의 신비를 밝히려는 이들이 모이는 솔베이 물리학 총회의 초대권을 받는다. 

어려운 이론을 설명하기 위해 작가가 도입한 방식은 ‘모험’이다. 모험가 밥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이상한 세계로 빠져든다. 앉아있던 의자에서 갑자기 빨려들기도 하고, 외딴 섬에 갔다가 바다로 휩쓸려 들어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는 양자역학의 주요한 과학자들을 차례차례 만난다. 막스 플랑크를 만나 모닥불에 구워주는 크레페를 먹으며 상수 h와 E=hf에 대한 설명을 듣고, 밤의 숲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만나 파동과 입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루이 드 브로이,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에르빈 슈뢰딩거, 닐스 보어, 막스 보른 등 쟁쟁한 과학자들이 그에게 자신의 이론을 친절하게 이야기해준다. 각종 비유와 그래프, 실험 등이 이해하기 쉽게 동원된다. 

밥이 모험을 다니는 동안 함께 다니던 개 릭은, 휴 에버렛이 설명하는 “슈레딩거의 고양이” 실험에 실험체로 자원한다. 방사성 시료와 독가스를 방출할 가이거 계수기와 함께 상자에 갇힌 릭은 “살아있기도 하고 죽어있기도 한” 상태가 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렇게 중첩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밥은 “릭이 살아있는 세계”로 들어간다. 운석이 아슬아슬하게 피해간 세계, 밥과 릭이 신나게 달을 탐험하는 세계로 간다. 

과학자들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명쾌하게 설명하지만, 스스로의 혼란 또한 솔직하게 인정한다. 닐스 보어는 “원자 세계를 공간과 시간, 인과율로 기술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하오!”라며 서양의 논리를 벗어나야 함을 주장하고, 아인슈타인은 관찰자가 있어야만 어떤 입자의 위치가 정해진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면서 관찰자가 생쥐라면 어떨지 묻는다. “생쥐 한 마리의 시선이 우주에 엄청난 변화를 주는 것이 가능할까요?”

가능한 한 쉽게 설명했지만 한번 읽고 모든 것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은 양자역학을 이해하려는 이들을 위한 입구가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책의 뒷편에 붙은 ‘용어해설’은 앞에서 우리가 읽었던 내용을 다시 정리해주며, 더 알아보고 싶은 이를 안내한다. 불교는 과학이라는 말은, 다시 말하면 불교를 공부하면 과학을 더 잘 이해할 것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양자역학을 잘 이해하면, 불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박사 북칼럼니스트 catwings@gmail.com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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