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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김원석의 ‘나는 아기나무’

기자명 신현득

두 팔 뻗어 나뭇가지 형상을 만들고
자기를 나무에 견준 어린이의 시선

팔 동그랗게 하고 혀 내밀며
나무에 핀 예쁜 꽃을 만들고
춤추는 아기는 노래하는 나무
꼬마도 자라서 큰 나무 될 것

사람을 한 그루의 나무에 견줄 수 있다. 이 때 사람의 팔은 나뭇가지다. 팔 끝에 달린 손은 나뭇잎이다. 사람의 몸은 나무의 줄기다. 발은 나무의 뿌리이다. 반대로, 나무를 사람에 견줄 수도 있다. 이 때 나무 줄기는 사람의 몸이다. 나뭇가지는 사람의 팔이다. 팔락이는 나뭇잎은 손이다. 

나무는 여러 개의 가지를 지니고  있다. 열 개도 스무 개도 넘는 팔이다. 나무가 팔에 견줄 수 있는 가지를 많이 지니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꽃을 피워 많은 열매를 열기 위해서다. 꽃은 고와야 하고, 향기가 있어야 하며, 열매를 맛나게 익혀야 한다. 이 열매에 과일이란 이름을 지어 사람들이 먹게 하고, 나머지는 새와 산짐승에게 먹이로 준다. 땅속에 묻혔던 열매는 이듬해 봄에 싹이 터서 초록 숲이 돼 고마운 일을 이어간다.  

나무가 가지가 많아야 할 또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많은 잎을 달기 위해서다. 초록 잎으로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녹말을 만들어 나무 스스로 자라야 하고 과일이 자라게 해야 한다. 초록 잎으로 햇빛을 받아 산소를 만들어야 한다. 이것으로 사람이나 동물의 호흡을 도와준다. 숨을 쉬게 하는 것이다. 초록식물이 산소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사람이나 동물이 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무는 가지가 많고 잎이 많아야 하는 것이다. 참으로 고마운 나무다. 여기에 아기를 나무에 견준  한 편의 동시가 있다. 


 
나는 아기나무 / 김원석

나는 나는 아기 나무 
두 팔을 옆으로 
머리 위로 올리면
두 팔은 나뭇가지.

두 손을 흔들면
손가락은 손가락은 
바람에 살랑이는 나뭇잎.

두 팔을 머리 위로  동그랗게
혀를 삐쭉
나는 나는 예쁜 꽃.
엄마 꽃, 아빠 꽃.

김원석 동시집 ‘아가랑 시랑’(2020)에서


 
시의 화자 어린이는 자기를 나무에 견주고 있다. “나는 아기 나무다”하며 나무의 모습을 만들고 있다. 두 팔을 옆으로, 머리 위로 뻗으면 나뭇가지가 된다. 두 손을 흔들면 그것은 나뭇잎이다. 머리 위 두 팔을 동그랗게 하고 혀를 삐죽 내밀면 예쁜 꽃 모양이다. 아주 예쁜 꽃이다. 꼬마는 지금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나무의 시늉을 하며 재롱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이 여간 귀엽지 않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박수를 치시는 듯하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꼬마의 재롱을 보며 칭찬이다. 아기 나무가 된 꼬마는 나무의 모양에서 춤을 벌일 것이다. 아기 나무가 일렁이듯 팔과 손을 흔드는 춤이다.

춤에서 이어지는 것이 노래다.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로 온 집안 식구를 즐겁게 할 것이다. 춤추는 아기 나무, 노래하는 아기 나무다. 땅에서 솟은 아기 나무도 자랄 것이다. 많은 가지를 뻗고 많은 잎을 피워서 초록 숲을 이룰 것이다. “나는 아기 나무예요”하고 나무가 되고 싶어 하는 꼬마도 계속자라서 큰 나무에 견줄 수 있는 사람이 될 것이다. 세상을 밝히는 일꾼으로 자랄 것이다.   

시의 작자 김원석(金元錫) 시인은 노래 ‘예솔이’로 잘 알려진 원로작가다. 한국 아동문학인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소천아동문학상‧박홍근문학상 등을 수상하였고, 동시집으로 ‘꽃밭에 서면’ ‘초록빛 바람’등, 동화·소년소설집으로 ‘대통령의 눈물’ ‘빨간 고양이 짱’등을 내었다. 구비문학발췌 ‘오천년 우리나라 빛깔 있는 옛이야기’가 계속 발간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63호 / 2020년 12월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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