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대종사 석영첩, 근대고승 자료집 이정표 제시”
“동산대종사 석영첩, 근대고승 자료집 이정표 제시”
  • 이재형 기자
  • 승인 2020.12.01 18:21
  • 호수 156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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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식 동국대 특임교수 분석
기존 어록집·행장기 틀 벗어나
사진·일기·유묵·회고 등 수록

한국 근현대불교사에는 불교를 위해 헌신한 수많은 고승이 있었다. 그 고승들의 고뇌와 행적은 기록과 증언에 의해 해석되고 불교사에 편입된다. 1967년 4월24일 발간된 ‘동산대종사 석영첩(錫影帖)’은 근대불교사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기존 어록집, 행장기에 사진집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으며, 법어·일기 등을 수록해 고승의 일상을 세세히 보여줬다. 또 고승 법어집과 문집 발간의 필요성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근현대불교사 이해를 넓힐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김광식 동국대 문화학술원 특임교수가 최근 ‘항도부산’(제40호)에 게재한 ‘동산대종사 석영첩(1967) 발간과 의의’를 통해 ‘석영첩’이 나오게 된 배경, 자료수집, 편집, 성격 등을 정리했다.

‘석영첩’의 주인공인 동산 스님(1890~1965)은 3·1운동 민족대표였던 용성 스님의 상수제자로 스승의 정화사상 및 계율관을 계승해 조계종단을 재정립한 불교정화운동의 주역이었고, 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고승이었다.

논문에 따르면 동산 스님에 대한 첫 자료집인 ‘석영첩’ 편찬 계획은 1965년 4월24일 동산 스님이 입적하고 부산 범어사에서 영결식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동산 스님의 상좌였던 원두 스님이 은사의 사상과 행적을 모은 자료집 출간을 기획·발의했고, 능가, 재운, 무진장, 성철, 화엄, 지유, 광덕, 고암, 홍선 스님 등 문도스님들의 동의를 얻어 착수했다. 동산 스님을 흠모하던 정명월·복덕심 보살은 재정을 지원하고 나섰다.

영결식이 끝난 뒤 원두 스님은 범어사에 보관된 동산 스님의 녹음테이프, 편지, 사진 등 자료를 수집하는 한편 통도사 극락암 경봉, 동화사 구산, 조계사 청우 및 관응, 도선사 청담, 심광사 대의, 동화사 서운, 칠보사 석주, 수덕사 원담, 광덕사 혜암 스님을 비롯해 불교학자 이종익 박사, 박충식 전국신도회장, 한영석 부산 선거관리위원장 등 동산 스님과 인연이 있는 대중을 찾아 나섰다.

6개월이면 책이 출간될 수 있으리라 여겼지만 막상 만나야할 사람이 많았고 자료수집도 간단치 않았다. 게다가 범어사가 외부 땅 매각을 두고 내분이 심각해지면서 범어사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 없었다. 원두 스님은 부산 법제사, 서울 팔정사, 선학원, 적조암, 충무로 여관 등을 전전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인환 스님은 동산 스님의 자취가 담긴 ‘주장자의 그림자’라는 의미를 담아 자료집 제목을 ‘석영첩(錫影帖)’이라 지어주었고, 법정 스님은 책안의 한 제목을 ‘여시상(如是像)’이라고 이름 붙였다. 또 ‘석영첩’의 한문 글씨는 법안 스님이, 서문은 광덕 스님이, 권두언은 경봉 스님이, 행장은 운허 스님이 각각 썼다. 이렇듯 ‘석영첩’은 원두 스님이 주체가 되고 다수의 협조자들 손길을 거쳐 동산 스님 열반 2주기에 출간될 수 있었다.

‘석영첩’은 불교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지금껏 고승의 법어집이나 문집은 어록 및 문장 중심이었지만 ‘석영첩’은 현장성, 기록성, 인간성이 크게 강조됐다. 이는 사진이라는 새로운 매개체를 통해 동산 스님의 활동, 현장, 대중을 중요하게 인식한 결과였다. 일제하 출간된 고승집은 ‘용성선사 어록’(1941)과 ‘경허집’(1943)에 불과했지만 ‘석영첩’ 이후 ‘만공어록’(1968), ‘아아 청담조사: 청담조사 성적사진첩’(1973), ‘효봉법어’(1975) 경봉스님 첫 법어집 ‘법해’(1975), ‘남전선사문집’(1978) 등이 잇따라 편찬됐다. 또 ‘석영첩’의 정체성은 ‘한국불교 100년’(2000) ‘화엄사와 도광대선사’(2008) ‘사진으로 보는 통합종단 40년사’(2002) ‘사진으로 보는 대불련 50년사’(2013), ‘부산불교 100년의 발자취’(2014) 등으로 꾸준히 이어지며 지금까지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김 교수는 “‘석영첩’은 거시적으로 보면 근대 고승에 대한 최초의 사진집이면서 동산 스님의 활동을 전하는 사진, 일기와 유묵, 인연이 있는 인물들의 회고 및 평가들이 수록돼 있다”며 “이 책은 동산 스님 개인 역사에 머물지 않고 한국 현대불교사, 고승의 역사에서 역사적 위치를 점하고 있음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날 고승의 문집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어떻게 하면 그분들의 고뇌와 지성을 담아내고 계승할 것인가 하는 역사의식이 중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석영첩’은 지금도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1564호 / 2020년 12월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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