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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타 사유리가 우리 사회에 던진 메시지

기자명 법보신문
  • 사회
  • 입력 2020.12.03 13:51
  • 수정 2020.12.04 19:38
  • 호수 1564
  • 댓글 1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진원 스님 기고 전문

다양한 가족형태 스펙트럼 제시
가족의 안정적인 권리·의무 위해
사회·경제적 지원정책 입법 필요
출산율 높이거나 상품화해선 안돼

계룡시종합사회복지관장 진원 스님이 일본 출신 방송인 사유리씨의 비혼모 출산과 관련해 기고문을 보내왔다. 진원 스님은 2009년부터 10여년간 여성긴급전화 1366 경북센터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편집자

여성의 권익현장에 있으면서 항상 갖게 되는 딜레마가 있다. 낙태, 임신, 출산, 육아, 이혼 등은 참으로 여성이라서 겪는 불평등과 차별 편견 등이다. 동시에 본분이 승려로서 불교의 교리적인 입장에서 이들을 위로하고 충분히 지지하지만, 생명이라는 근본 문제에 있어서 상충되는 부분들은 어쩔 수 없는 한계다. 그렇더라도 가장 큰 가치는 부처님의 자비정신에 입각한 것이며,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부분도 생명에 관한 문제이다.

얼마 전 여성계에서는 비혼주의자인 후지타 사유리씨의 출산이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10년도 넘게 시간이 흘렀다. 방송인 허수경씨가 정자를 기증받아 출산을 선택했을 때 우리 사회는 응원보다는 ‘무책임하게 아빠 없는 자식을 만들었다’ ‘정자의 주인은 누구야’ ‘본인만 행복하면 되는냐’ ‘아이의 의견은 존중되지 않아도 되냐’ 라는 비난이 폭주했다. 결국은 가부장적 환경에서 씨족 또는 혈족주의에서 벗어난 출산을 비정상잉태, 비정상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즉 생명윤리에 대한 관심보다는 가부장적인 사회적 관습에 역행한다는데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러나 이번 사유리씨를 통해 본 우리사회는 이제 다양한 가족의 스펙트럼을 볼 수 있는 희망을 던져주었다. 생물학적인 아빠라고 하는 지위 없이도,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도 출산할 수 있다는 사회적으로 넓어진 공감대를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라는 구성원과 기능이 갖추어져 있을 때 건강한 가족이라고 하고, 그 이외에 한부모가족, 미혼모, 미혼부, 동성애, 조손, 이혼가족, 또는 나홀로가족 등은 문제가 있는 건강하지 못한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회적 편견이 크다. 비혼주의자인 사유리가 결혼 밖 출산을 선택했다고 해서 우리 사회에 다양한 가족형태를 바라보는 편견이 단박에 해결된다고는 할 수 없다.

사실 일본은 한국보다 양성평등지수도 훨씬 낮다. 오히려 한국보다 여성의 지위나 전통방식의 가족형태를 인식하는데 있어서 훨씬 더 보수적이다. 그럼에도 빠른 가족해체와 저출산 고령화를 통해 가족정책에 있어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대부분이 가족해체 이후의 지원정책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런 면에서 그가 한국을 택하지 않고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고 출산할 수 있는 것은 사회·경제적 배경이 크다고 할 것이다. 아니면 귀소본능으로 타국인 한국보다는 자국인 일본이 산모로서 심리적 안정을 가질 수 있어서였는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사유리가 우리 사회에 던져준 긍정적 메시지는 강렬하다. 법률적 혼인관계가 아니어도 아빠 없는 아이를 출산 할 수 있고, 체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는 등 그 어떤 선택도 가족의 형태로 존중받고 안정적으로 권리와 의무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런 결정을 주저하게 하는 사회적 환경에 대해서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자발적 미혼모에 대한 지원정책도 입법화 되어야 할 것이다. 혹여 정부는 이러한 비혼주의자의 출산을 출산율을 높이는 정책으로 이용하지 않았으면 한다. 이는 순전히 여성이 임신과 출산에 대한 권리를 갖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은 물질이나 물건이 아니다. 단지 갖고 싶다고 아이를 낳는 문제는 더더욱 아니다. 혹여 생명윤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우성의 DNA를 선택하거나 배양해서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생명윤리적인 측면에는 문제가 없는 것일까? 이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보다 심층적인 논의가 필요한 시기이며, 그 중심에는 생명에 존중이 바탕이 돼야 할 것이다.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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