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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 모든 것이 느려지는 시절

기자명 희유 스님

육도윤회 벗어나기 위한 공덕 지음
욕망 제거하면 모든 고통 이겨내
부처님 말씀 마음 새겨 실천하길

2020년 새로운 한 해를 시작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한 장의 달력을 남기고 있습니다. 정말이지 무정한 세월은 고장도 없이 잘 흘러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코로나가 조금 완화된 시기에 치매예방 교육을 했는데 어르신들이 열심히 경청하셨습니다. 교육 중에 기억력 테스트를 하는데 어르신들 중에는 잘 기억하시는 분도 계시고 그렇지 못한 분도 계셔 편차가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아기로 돌아가는 것이 치매라서 모든 것에 보살핌이 필요하니 열심히 운동하셔야 한다고 합니다. 강의를 들으시는 어르신들도 고개를 연신 끄덕이시면서 열심히 기록도 하십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하루 빨리 우리들의 일상이 돌아오기를 다시 한번 발원했습니다. 제한된 인원만 이 유익한 강좌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입니다. 언제든 항상 복지관에 올 수 있을 것이라 믿었지만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로 거의 1년 남짓 복지관을 방문하지 못하고 프로그램 참여도 못하는 등 많은 일상의 변화를 받아들이며 적응하느라 어르신들도 참 많이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의 시계는 빨리 흐르는데 우리가 적응하는 시간은 더디게 흐르니 벽시계가 고장이 나길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록 세월의 시계를 멈출 수는 없지만, 일상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존경하면서 공덕을 쌓는 일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이 기도이고 수행일 것입니다. 평소 우리는 육도윤회에서 벗어나기를 서원하며 공덕을 짓기 위해 정진하고 또 정진합니다. 이렇게 열심히 정진하는 것은 천신들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법구경’에 보면,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어느 날 천신들이 33천에 모였을 때 네 가지 질문이 제기되었다. 첫째, 어떤 보시가 최상의 보시인가? 둘째, 어떤 맛이 최상의 맛인가? 셋째, 어떤 기쁨이 최상의 기쁨인가? 넷째, 욕망의 제거가 왜 모든 것의 으뜸인가? 모든 천신이 12년 동안이나 일만 천상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물어보았지만 한 명도 대답하는 천신이 없었다. 결국 일만 세계의 천신들이 사대천왕에게 몰려갔고, 사대천왕은 삭까천왕에게 갔다. 삭까천왕은 모든 천신을 데리고 제따와나로 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모든 보시 가운데에 법보시가 으뜸이요, 모든 맛 가운데에 법의 맛이 으뜸이다. 모든 기쁨 가운데에 법의 기쁨이 으뜸이요, 욕망을 제거하면 모든 고통 이겨낸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수행하며 늘 새겨야 할 말인 것 같습니다. 보시 중에는 법보시가 으뜸이고, 맛 중에는 법의 맛이 으뜸이고, 기쁨 중에서 최상의 으뜸은 법의 기쁨이고, 욕망의 제거가 왜 모든 것의 으뜸이냐는 것은 모든 고통을 이겨내기 때문이라고 명쾌하게 일러 주십니다.
 

희유 스님

부처님께서 일러주셨지만 정작 일상에서 얼마나 열심히 그것들을 실천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매일 아침 ‘천수경’을 독송하면서도 삼귀의를 하고 십악참회를 하고 사홍서원을 읊조리지만 정작 생활에서는 얼마나 실천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오래된 기억은 잘 기억하지만 가까운 것은 저장되지 않아 기억할 수 없는 것이 치매라니 오래전부터 열심히 기도하고 실천하는 삶을 살았다면 비록 건강에 이상이 온다고 해도 저장이 잘되어있으면 꺼내서 사용이 가능하겠지만, 나이 들어 기도를 시작하였다면 아주 부지런히 열심히 정진해야만 저장이 돼 꺼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부처님 말씀을 마음에 잘 새겨서 실천할 수 있기를 발원합니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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