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율사의 ‘행사초’에 “증일아함에 따르면 우전국왕은 전단나무로 불상을 만들었고, 파사익왕은 자금으로 불상을 조성했는데 두 불상의 크기가 5척이었다”라는 문구가 있었다. 불상은 부처님 입멸하신 후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았다. 불상 의 최초 연기는 ‘증일아함’에 나온다. 현장삼장의 ‘대당서역기’ 권5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언급돼 있다.
이하는 ‘증일아함경’ 권28 ‘청법품’의 내용을 정리해본다. 이때 세존께서는 삼매에 들어 하늘세계로 가셨다. 인간세계의 중생들이 오랫동안 부처님을 뵐 수 없자 아난의 처소에 가서 말했다. “여래께서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부처님 뵙기를 간절히 원합니다.” 아난은 말했다. “우리들도 여래께서 계신 곳을 모릅니다.” 며칠 후 파사익왕과 우전왕이 아난 처소에 찾아와서 물었다. “여래께서 오늘은 계십니까?” 아난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저도 아직 여래가 계신 곳을 모릅니다.” 그때 두 국왕은 여래를 너무나 뵙고 싶어서 마침내 병이 들어버렸다.
군신들이 우전왕의 처소에 병문안을 와서 말했다. “병환은 좀 어떠십니까?” 왕은 대답했다. “내가 지금 근심이 있어 병이 들었소.” 군신이 물었다. “대체 무슨 근심으로 병환까지 드셨습니까?” 왕이 말했다. “여래를 뵙지 못했기 때문이오. 계속 이리 부처님을 뵙지 못한다면 필시 죽을 것 같소.” 그래서 군신들은 함께 고민을 했다. “대체 어떤 방편을 써야 우전왕께서 돌아가시지 않게 할까? 우리가 여래의 형상을 만들어서 왕께 보여드리자.” 그리고는 왕에게 사뢰었다. “저희들이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부처님께 하듯 공경하고 예경을 올릴 수 있습니다.”
이 말은 들은 왕은 뛸듯이 기뻐하며 대신들에게 말했다. “정말로 멋진 생각이오! 경들이 하는 말은 훌륭하오.” 신하들이 왕에게 다시 물었다. “그럼 어떤 보배로 여래 형상을 만들까요?” 왕은 직접 칙사를 시켜 나라 안에서 가장 기술이 뛰어난 장인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 “내가 지금 가장 좋은 나무로 부처님 형상을 만들고자 한다.” 장인이 대답했다. “그리 하겠습니다. 대왕님!” 이렇게 하여 우두전단향 나무로 빚은 여래의 형상이 나왔고 그 높이는 5척이었다.
파사익왕은 우전왕이 5척 높이의 부처님 형상을 만들어 공양 올렸다는 소식을 듣고 자신도 나라에서 가장 훌륭한 장인을 불러서 말했다.
“내가 지금 여래의 형상을 조각하려 한다. 그대는 지금 당장 만들라.” 파사익왕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떤 보물을 사용해서 여래의 형상을 만들어야 할까? 여래 형체는 마치 천금처럼 황색이니까 금으로 여래 형상을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왕은 순수 자마금으로 5척 높이의 여래상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염부제 내에 처음으로 여래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사분율’의 ‘잡건도’에는 구섬미국의 우전왕과 관련된 재미있는 이야기가 등장한다. 우전왕이 빈두루 존자를 가까이 하면서 불법을 배우자 이를 시기한 바라문들은 “왕이 빈두루 존자에게 예경을 하는데 어떻게 존자는 왕에게 예경을 하지 않느냐”며 비방했다. 이 소리에 마음이 흔들린 왕은 “내일 아침에 내가 가도 예전처럼 일어나지 않으면 죽여버릴 것”이라고 결심하고 엄청난 고난을 겪게 된다. 부처님을 못 뵀다고 병이 나서 곧 죽을 것 같다는 대목에 이르러, 설마 그 정도였을까 싶었는데 다른 나라에 포로로 잡혀가 7여년 고생하다 탈출한 후 불법에 대한 믿음과 공경심이 깊어져 신실한 호법왕이 됐으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견딜 수 없는 고난을 겪어봐야 부처님에 대한 믿음과 불법에 대한 소중함이 증장하고 시간 귀한 줄 알아 나태에 빠지지 않고 정진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다. 부끄럽지만 이 말은 의지 약한 스스로에게 던지는 경책이기도 하다.
정원 스님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 shamar@hanmail.net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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