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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서 전통의 계승과 창조 비법을 얻다

  • 불서
  • 입력 2020.12.07 10:21
  • 호수 1564
  • 댓글 0

‘시절인연 시절그림’ / 조정육 지음 / 아트북스

‘시절인연 시절그림’

전통은 거대한 시간의 흐름 속에 존재하지만, 시시각각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져 나오는 오늘날과 같은 세상에서는 자칫 고루한 것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다. 불과 몇 달 전 유행하거나 새로 출시된 제품들이 옛것으로 불리기까지 하는 세상이니 새삼 특별할 일도 아니다.

그렇다면 전통은 어떻게 계승되고 창조되어야 할까?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할 수는 없을까? 동양의 정신과 사상을 알리기 위해 먼 길 마다않고 달려가 강의하고 집필 활동을 펼쳐온 조정육이 그 답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전통의 현대화를 고민해 걸작을 탄생시킨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서 답을 찾아 ‘시설인연 시절그림’에 옮겼다.

책에 소개된 작가들은 조선시대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작품을 완성했다. 그 작품들은 전통을 계승하면서 그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참신하면서도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낸 것들이다. 시각적인 표현을 특징으로 하는 미술작품에서는 “전통은 계승하되 구태의연하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까지 곁들여야 한다는 고민까지 떠안은 작가들의 작품은 전통의 계승에 무게중심을 두다가 베끼기나 표절이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는 위험을 극복하며 전통을 어떻게 계승하고 창조해야 하는지를 보여줬다.

보통 사람들의 눈으로는 쉽게 알아보고 이해할 수 없는 작가들의 답을, “전통의 계승과 창조는 분갈이에 있지 않을까”라고 말하는 저자가 자신만의 그림보기와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내 독자들도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작가들은 전통이라는 화분에 자신만의 꽃과 나무를 심었다. 어떤 작가는 조선시대 그림에서 구도를 계승했고, 어떤 작가는 필법을 계승했다. 또 어떤 작가는 시와 그림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낸 시의도(詩意圖)에 주목했고, 풍류와 여유를 생활 속에 실천하려는 그림에 감탄한 작가도 있었다. 그림 소재의 상징성에 손뼉을 친 작가도 있었고, 아들 낳기를 바라는 희망에 꽂힌 작가도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책에 실린 작품들 모두가 어떠한 경우든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고민 속에서 탄생한 작품들이다. ‘법보신문’에 불법승 삼보에 맞춰 불교의 진경과 동양화의 진경을 아우르는 ‘옛 그림으로 배우는 불교이야기’ 시리즈를 연재하고 책으로 엮어 펴냈던 저자의 글은 현존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그들이 모델로 삼은 조선시대 그림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덕분에 작품들을 감상하다보면 먼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과 지금의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겸재 정선의 ‘천불암’(사진 위)과 달리, 정토세계를 펼쳐낸 현대 작가 이선복의 ‘만물상 정토(사진 아래)’는 같은 금강산을 보고도 표현에서 다름을 볼 수 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떤 문화 속에서 사는지, 어떤 철학과 지향점을 갖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 방향은 인류문화의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고민하고, 그러한 고민이 ‘우리가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로 귀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과정과 결과물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그림에는 그것이 만들어진 시대정신과 당시 사람들의 관심사와 철학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자의 이같은 깨달음은 코로나19로 일상을 잃고 생활이 제약되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지금 어느 지점에 서 있는가’ ‘내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 등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 현대인들에게도 지난날을 살피고 현재와 내일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저자의 천착과 고뇌, 그 과정을 통해 찾아낸 해답을 담아낸 책은 독자들에게 전통 계승과 관련된 지식을 아는 것 못지않게 현재의 우리 삶을 진단하고 점검하는 잣대가 더 중요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여기서 옛 선인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주는 삶의 교훈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 1만7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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