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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최인선(정법심, 52) - 상

기자명 법보

스님이 꾸준한 기도 권유해
매일 금강경 1회 독송하자
자연스레 평화·안정 찾아와

정법심, 52

불교에 귀의하여 몇십 년 동안 절에 다녔다. 혜원 스님께서 울산 해남사 주지로 오신 지도 어느덧 3년이 지났다. 불교대학에 다니며 스님의 가르침을 더 깊게 접할 수 있었다. 불교 공부를 거듭할수록 포교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용기를 내 스님께 “공부해서 포교사 시험을 보고 싶어요” 하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스님께서 내게 먼저 포교사보다는 기도를 꾸준히 해볼 것을 권하셨다.

그때는 그 말씀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의 기도가 부족한 것인지, 포교사의 길이 나와는 맞지 않다는 의미인지 모른 채 그냥 기도만 하며 지냈다. 절에 같이 다니는 도반들은 ‘법화경’이 좋다, ‘지장경’이 좋다 등 이런저런 기도를 해보자며 여러 가지를 제안했다. 이런 제안을 들으니 ‘나도 그 기도에 동참해볼까? 저 기도를 해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이것저것 다 하고 싶은 마음에 결국 다시 스님께 “스님. 그렇다면 저는 어떤 기도를 하면 좋을까요?”하고 여쭤보았다. 스님께서는 망설임 없이 ‘금강경’ 독송을 권하셨다. 도반들처럼 이런 점이 좋다, 저런 점이 좋다, 이런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으셨다. 그렇게 시작한 ‘금강경’ 독송은 어느덧 나의 온갖 갈등과 호기심을 잠재우고 삶을 반조할 수 있게 해주는 수행으로 단단히 자리 잡았다.

마침 해남사 경전반에 개설된 ‘금강경’ 경전수업에 참석했다. 한 학기 6개월이 쏜살같이 지나갔다. 한 번 강의를 듣는 것으론 너무 아쉬웠다. ‘금강경’을 더 공부하고 싶다는 발원으로 다음 해에는 통도사 경전반에 등록해 ‘금강경 오가해’ 강의를 들었다.

‘금강경 오가해’는 초보 불자인 나에게 다소 어렵고 이해가 되지 않는 구절도 많았다. 그러나 해남사에서 강의를 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면 훨씬 수월했다. 아는 구절이 나오면 ‘아, 그래. 그 말이구나’ 하며 머리를 끄덕이는 자신이 기특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혜원 스님께서는 해남사에서 매년 가을마다 ‘금강경 정진 대법회’를 마련해주셨다. 올해로 벌써 3차 금경경 21일 정진 기도를 봉행했다. 2년 전 그리고 지난해 1차, 2차 금강경 21일 기도에 동참할 기회를 만났고 스님과 불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정진하며 회향 때는 환희심의 미소로 서로에게 박수를 보냈다. 이 금강경 정진에 동참하면서 우리 가족은 은근히 부처님의 명훈가피를 받고 있다는 믿음도 생겼다. 원하는 일이 한방에 확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은근히 불보살님의 보호를 받고 지혜의 길을 안내받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이 감동과 믿음은 세 차례의 금강경 기도에 동참하며 거듭 확신할 수 있었다.

2018년 1차 금강경 기도가 끝난 이후부터는 매일 ‘금강경’을 독송하고 있다. 1차 금강경 정진 후 스스로 매일 한가지 수행법을 꾸준히 이어가겠다는 원력을 세웠다. 하루 중 기도시간을 너무 길게 잡거나 빠듯하게 잡으면 꾸준히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래서 최소한으로 짧은 시간 동안 집중할 방법을 모색한 결과, 매일 금강경 1회 독송을 결심했다. 또 정진기도 주간에는 최소 3회 독송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렇게 3년 동안 매일 금강경 독송 기도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면에도, 집안에도 평화와 안정이 찾아왔다. 아들이 바르고 무탈하게 잘 성장하고 있으며 집도 넓은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모두 힘들고 어려운 상황인데도 신랑의 사업은 오히려 더 자리를 잡게 되고 확장하는 기회까지 만났다. 그래도 기도할 때는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 이렇게 다짐하면서 더 꼼꼼히 그리고 열심히 수행의 마음을 정돈한다. 

그래도 매사가 수월했던 건 아니다. 3차 금강경 정진 동참을 결정하고 입재식부터 기도하며 나름대로 열심히 금강경 독송을 이어나갔다. 절에 가지 못하는 날은 집에서 독송했고, 절에 가면 더 열심히 했다. 그런데 회향 7일을 앞두고 시댁에서 오해가 생겨 완전히 바보 아닌 바보가 되어버렸다. 너무 화가 나고 어이없었다. 생각할수록 울컥하는 기분에 휩싸였다. 나의 모습을 본 아들은 “엄마 왜 그래?” 하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평소와 다른 나의 모습에 아들은 오히려 한 발 짝 더 다가왔다. 아들에게 하소연하다가 울분을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터뜨렸다. 아들은 내게 눈물을 닦을 티슈를 건네주며 어깨를 꼭 안아 주었다. 

 

[1564호 / 2020년 12월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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