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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천사, 조선시대 건축 변천사 오롯이 담겨"

  • 교학
  • 입력 2020.12.14 13:48
  • 수정 2020.12.17 13:41
  • 호수 1566
  • 댓글 1

12월12일, 한국미술사연구소 ‘흥천사 불교 건축’ 주제로
10년 중창불사 결실인 전법회관 현장에서 학술대회 열려
대웅전·극락보전부터 시왕전·명부전, 대방까지 집중 탐색

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가 12월12일 서울 성북구 흥천사 전법회관 2층에서 ‘흥천사의 불교 건축’ 주제로 제50회 학술대회를 열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가 12월12일 서울 성북구 흥천사 전법회관 2층에서 ‘흥천사의 불교 건축’ 주제로 제50회 학술대회를 열었다.

건축·미술사를 통해 조선 왕실 원찰 흥천사의 위상을 확인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사단법인 한국미술사연구소(소장 문명대)가 12월12일 서울 흥천사 전법회관에서 제50회 학술대회를 열었다.

‘흥천사의 불교 건축’ 주제로 열린 이날 학술대회는 앞서 진행해 온 ‘흥천사의 불교 조각’ ‘흥천사의 불교 회화’에 이어 세 번째로 마련됐다. 특히 올해 10월 개원한 흥천사 전법회관에서 열려 의미를 더했다. 전법회관은 불사도감 금곡 스님이 2011년 주지로 부임해 10여년간 중창 불사한 결실이다.

흥천사 회주 금곡 스님.
흥천사 회주 금곡 스님.

이날 금곡 스님은 축사를 통해 “불교 공예를 다룰 학술대회가 아직 한 차례 더 남아있지만, 흥천사 불교 건축 주제는 유독 뜻 깊게 느껴진다”며 “근대에 들어와 황폐될 대로 황폐된 흥천사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전법회관이라는 대작불사 건축을 완성해 새로운 중흥시대를 맞게된 원년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2018년부터 이어온 한국미술사연구소 학술대회는 조선 왕실 원찰로서의 흥천사 위상을 높여놓았다”며 “학계 최고 권위있는 학자들을 이곳에 모시게 된 것은 흥천사는 물론 불교계에서도 경사”라고 강조했다.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

이어 문명대 한국미술사연구소장 기조발제가 시작됐다. ‘흥천사 불교건축의 성격’을 주제로 발표한 문 소장은 흥천사 건축 성격을 시기별로 구분해 설명했다. 문 소장은 “태조 6년(1397) 현재 서울 중구 조선일보 주위 일대에 건립된 흥천사는 왕실 재의식을 행하고 왕실 안녕을 기원한 능침사원으로서 기능했다”며 "이후 태종 9년(1409), 성북구 정릉으로 자리를 옮겨 신흥사(新興寺)로 불리면서 중구 흥천사는 능침사원 역할을 성북구 흥천사로 넘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북구 흥천사는 능침사원 역할을, 중구 흥천사는 1510년 폐사될 때까지 왕실 원당과 조계종 본사로서 역할했다”고 덧붙였다.

흥천사 주불전이 대웅전에서 극락보전으로 바뀐 사건에도 주목했다. 문 소장은 “흥천사 주불전은 원래 대웅전이었는데 1853년 상량문 전각 이름엔 ‘大雄殿’, 단청 시주질엔 ‘極樂寶殿’으로 적혀있어 상량 당시까진 불전 이름이 대웅전이었다”며 “아미타불상이 봉안되는 과정에서 전각 이름도 극락보전으로 개칭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불이 석가불에서 아미타불로, 대웅전이 극락보전으로 바뀌면서 흥천사 기본사상이 변화된 엄청나고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조선조 말 시대상, 염불사상 등을 반영한 동향이 흥천사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이런 까닭에 문 소장은 “흥천사 건축 양식은 조선 전기부터 후기까지의 변천사를 살필 수 있는 단초가 된다”고 말했다.

이강근 서울시립대 교수.<br>
이강근 서울시립대 교수.

이어 ‘흥천사 극락보전 재건역(再建役)과 장엄’을 조명한 연구가 발표됐다. 이강근 서울시립대 교수는 2016년 극락보전 수리 당시 발견된 지본 상량문 3건을 꼼꼼히 검토했다. 이 교수는 “상량문을 통해 1853년 중창됐던 신흥사가 1865년 사명을 흥천사로 바꾸며 ‘대웅전’이 됐고, 이어 1867년 대방을 지으며 절 전체를 새롭게 정비할 때 단청과 수리를 더하고 아미타불화도 후불탱으로 봉안하면서 ‘극락보전’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까운 시기인 1870년 지어진 화계사 대웅보전과의 비교를 통해 흥천사 극락보전 장엄 특징을 밝혔다.

손신영 제주대 외래교수.<br>
손신영 제주대 외래교수.

흥천사 명부전 건축사를 고찰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손신영 제주대 외래교수는 1855년에 흥천사 ‘시왕전’으로 불렸던 불전이 40여년 뒤 ‘명부전’으로 개칭된 이유를 탐색했다. 손 외래교수는 “1894년 명부전 중건은 앞서 1882년 임오군란과 관련된 것으로 임오군란 참가층이 서울근교 사찰을 공격대상으로 삼았던 점과 관련있다”며 “1865년 막강한 권력을 잡은 흥선대원군에 의해 대대적으로 중창되고 정릉 원찰로 자리매김했던 흥천사가 흥선대원군에 의지했던 시위자들에게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은 얼른 납득하기 어렵지만, 흥천사에서 명성황후 민비 발원으로 기도와 재가 봉행됐단 점을 고려해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고 역설했다. 이어 “중건된 명부전 조형요소를 보면 궁궐영건에 참여했던 장인들이 사찰 부불전 공사에 참여하면서 지어져 궁궐 건축 조형요소가 다수 채택돼 있다”고 분석했다.

이혜원 한국전통문화대 겸임교수.<br>
이혜원 한국전통문화대 겸임교수.

흥천사 대방(大房)의 건축 특징을 집중 탐색한 논문도 발표됐다. 이혜원 한국전통문화대 겸임교수는 “19~20세기 서울·경기 지방의 대방은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며 “박언곤 교수 분석과 같이 조선 순조부터 고정년간 불교에 대한 억제가 이완돼 서울·경기 지역 소규모 사찰이 중창되고 했는데, 이때 소규모 사찰은 경제적 이유로 여러 기능을 한데 모은 다목적 건물로 짓는 경향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찰 누각이 가졌던 각각의 기능을 대방이 일부 흡수·대체했다는 의미다. 이어 “흥선대원군 후원으로 중건된 흥천사 대방은 19세기 새롭게 등장하는 대방의 전형적인 평면구조와 건축양식, 사찰 내의 입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높이 평가했다.

사회자를 맡은 소재구 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과 최응천 동국대 교수.
사회자를 맡은 소재구 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과 최응천 동국대 교수.
토론자 나선 손영문 문화재청 상임전문위원, 고승희 중앙승가대 교수, 강삼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토론자 나선 손영문 문화재청 상임전문위원, 고승희 중앙승가대 교수, 강삼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

이날 사회자로는 소재구 전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장과 최응천 동국대 교수가 나섰다. 이어 손영문 문화재청 상임전문위원, 고승희 중앙승가대 교수, 강삼혜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문명대 소장은 폐회사에서 “그동안 사찰을 연구하는 학술대회를 열 때 각각 연구자가 한 분야씩을 총 망라해 발표를 해왔다”며 “어떤 연구자는 사찰 모든 불상을, 또 다른 연구자는 사찰 불화를, 또 사찰 건축을 포괄하는 형식이었으나 우리 연구소에서는 2018년부터 한 분야를 여러 연구자들이 집중 탐색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획기적인 시도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며 “학술 연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이를 깊이 있게 고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신 회주 금곡 스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미술사연구소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참석 인원을 제한하고, 학술대회 진행 상황을 녹화해 온라인으로 배포하는 것을 방침으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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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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