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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사 인근 여의도만한 풍력단지 안 된다

기자명 법보
  • 사설
  • 입력 2020.12.15 09:27
  • 호수 1565
  • 댓글 0

70만평 규모 단지 사업 추진 계획
저주파 피해자 급증할 것은 자명
고운사 인근은 생태·식물 보호지역
귀의처·국민 힐링 공간 훼손 말아야

경북 고성의 고운사 인근에 풍력발전단지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점곡면 사촌1리에 들어설 단지의 규모는 2.3km²(70만평)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이라면 2.9km²의 여의도 면적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다. 천년고찰의 환경훼손이 자명해 보이는데 다행스럽게도 고운사는 반대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태양광과 함께 친환경 에너지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 풍력발전은 에너지 자원 확보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현재까지의 보급 정책대부분은 자원 수급과 경제성 논리만을 앞세운 채 추진되고 있어 전국 곳곳에서 사회적 갈등이 표출되고 있다. ‘영양 풍력발전단지’가 대표적이다.

2008년 경북 영양읍 양구리의 맹동산에 첫 풍력단지가 들어선 이후 이 마을을 중심으로 5km 안에 풍력발전기 55대가 섰다. 영양읍 무창리의 풍력발전기까지 합하면 86기다. 맹동산은 800m에 이르고, 동해서 불어오는 바람도 거세다. 인구 밀집 지역도 아니다.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풍력발전기가 들어서기 좋은 조건을 갖춘 셈이다. 처음 풍력발전 단지가 조성될 때도 지역 주민들 사이의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논리에 무게가 실렸다.

푸른 하늘 아래 드넓게 펼쳐진 목초지와 산 능선을 따라 줄지어 서 있는 풍력발전기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장관’이라며 감탄하곤 한다. 풍력발전 사업 홍보 사진에 ‘영양의 풍광’이 자주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일대에 사향노루, 수리부엉이, 삵 등의 희귀 동물이 서식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욱이 진입로를 위해 수많은 나무들이 베어지고 풍력발전기가 자리하는 능선의 정상부가 깎였다는 사실은 더더욱 모른다. 그리고 산 아래 사람들이 겪는 고통도 헤아릴 리 없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풍력 터빈이 내는 ‘윙 윙’ 소리는 산책 삼아 나간 사람은 물론 잠자리에 들려는 사람들마저 괴롭히고 있다. 저주파 소음으로 인한 편두통, 어지럼증, 이명, 수면장애 등의 ‘풍력 터빈 신드롬(WTS)’을 앓고 있는 것이다. 풍력 터빈에서 발생하는 저주파 소음 등이 전정기관을 자극해 발생하는 이상증세라는 주장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국가에서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 환경청에서도 저주파 소음 피해 사례를 분석했는데 2명 중 1명이 초조감, 불면, 두통, 귀·가슴 압박, 전신 위화감을 호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영양에 또 하나의 제2풍력발전단지가 추진되고 있는데 풍력발전기 15기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찬반으로 갈라졌다고 하지만 다수의 주민들이 녹색연합과 대구환경운동연합과 연대하며 반대하고 있다. 풍력발전단지가 한 번 들어서면 그 규모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도 있음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덴마크, 독일, 스페인에서도 각광받는 풍력발전을 왜 반대하느냐는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이것은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격’이다. 이들 국가는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는 지역에 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사업추진 유무를 결정한다. 철새이동경로에서부터 동식물 서식지 피해, 생태파괴, 경관훼손 정도 등을 면밀하게 조사한다. ‘주변 환경을 보호하는 범위 내에서 풍력발전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고운사 교구종회가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결의문의 한 대목이 반대 입장 이유를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 “고운사 주변은 생태적으로 우수하고 보전 가치가 뛰어난 산림보호지역이자 식물보호지역이며 지역민의 종교적 귀의처는 물론 의성을 찾는 수많은 국민들에게 휴식과 힐링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연이 주는 가치를 알기에 생태건강을 지향하고, 자연이 주는 행복을 알기에 국민행복을 추구한다’는 것을 핵심가치로 내세우는 국립공원에는 풍력발전기가 들어서지 않는다. 고운사와 국립공원이 품은 ‘핵심 가치’는 일맥상통한다.

한편 최근 영양 제2풍력사업 전략 환경영향평가 대한 재보완 평가서에서 ‘입지가 부적정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리생태학적 보존가치와 우수한 생물다양성에 방점을 찍은 평가다.

 

[1565호 / 2020년 1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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