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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수행 최인선(정법심, 52) - 하

기자명 법보

21일 금강경 기도 정진으로 
‘일체유심조’ 가르침 깨달아
매 순간 감사함으로 채우며
금강경 실천이 현재의 발원

정법심, 52

그때 발견했다. 대승경전의 핵심 사상이 담긴 ‘금강경’을 수없이 읽고 독송하면서도 정작 보살의 삶에 대해 진지하게 사유하지 못했고 실천은 더욱 먼발치의 일이었다. 이렇게 가족과의 오해로 속상해하는 ‘아상(我相)’을 아들 앞에서 울먹이며 발견했으니 스스로 어이없고 한심하기도 했지만, 가슴 깊은 곳이 시원해진 기분이었다.

마음이 진정되고 나서야 아들에게 차근차근 물었다. “인우야, 엄마가 아빠에게 필요 없는 사람 같니? 엄마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들과 미소 지으며 도란도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어쩌면 가장 가까이 있는 아들이 소중한 도반이었는데 미처 모르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아들은 불안했는지 그날 밤 엄마와 같이 자고 싶다며 잠을 잘 때 나의 손을 꼭 잡았다. 다음 날 절에 와서 오전 기도를 마치고 법당을 나오니 스님께서 서 계셨다. 스님을 뵈며 지난 밤의 고민은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감사의 합장이 절로 나왔다. 

“스님, 경이롭습니다.” 하루 세 차례에 걸쳐 하루 동안 21독을 완성하는 ‘금강경’ 독송 정진 대법회. 사실 나는 한 타임만 기도해도 무척 힘들었다. 그런데 스님께서는 매일 같이 하루 종일 기도하고 계시지 않는가…. 인사를 올리니 오히려 스님께서는 힘든 기색이 전혀 없으셨다. “기회가 되면 하루종일 정진에 한 번 도전해보세요.” 이렇게 말씀하시는 스님께 나는 넋두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아이가 아직 어려서 챙겨줘야 한답니다. 이것저것 챙기다 보면 하루 종일 기도하는 건 저에게는 실현하기 어려운 꿈 같은 일인 것 같아요. 스님, 대신 아이가 크고 군대에 가면 보살선원에 들어가서 기도하고 싶어요.” 스님 앞에서 불쑥 나온 말이었지만 어쩌면 기도하며 보내는 노년의 인생은 오래전부터 염원해 온 삶이었던 것 같아 가슴 속 깊은 곳에 꼭꼭 발원을 새겨 넣었다. 

이렇게 스님을 뵙고 다시 용기를 내어 기도하며 마음을 달랬지만 억울한 마음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법당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면서도 한 번씩 화가 올라오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한참을 멍하니 눈으로만 읽기도 했다. 이렇게 기도하면서도 화가 나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죄송하고 부끄러웠지만 뒤돌아서면 또 화가 올라왔다. 이런 나를 보던 도반은 “언니, 참회 기도를 해보는 게 어떨까? 언니가 잘못한 게 있으니까 그렇게 화가 계속 올라오는 걸지도 몰라.”

도반의 말에 다시금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날은 기도를 마치고 집으로 와서 조용히 안정을 취했다. 그리고 휴대폰을 들었다. 용기를 내어 가족들에게 사과의 문자를 보냈다. ‘금강경’ 21일 정진을 회향하기 3일 전, 신랑이 “여보, 애기 좀 합시다.”라며 먼저 말을 했다. 서로 얘기를 주고받다 보니 별 것 아닌 문제로 서로 오해하고 더 깊게 생각이 생각에 꼬리를 물고 더 깊게 오해가 생긴 것이었다. 앞으로는 의사소통을 더 잘하자며 부부가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한다며 화해를 했다. 이것 또한 기도 정진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지옥과 극락을 오고간다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의 가르침을 절실히 느꼈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과정이 번갯불처럼 지나갔다. 어떤 상황에서도 기도할 수 있도록 ‘금강경’ 정진 기도라는 법석을 열어주신 주지 스님께 두손 모아 합장 예경을 올린다. 감사합니다, 스님. 고맙습니다, 도반 여러분. 

이제 스님께 질문하지 않아도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포교사 공부도, 먼 훗날 아이들이 성장하고 나면 과감히 도전해보고 싶은 보살선원 입방도 지금 이순간 내가 성취해야 할 발원은 아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밖으로 향한 생각을 돌이켜 마음을 반조하는 일, 가까운 인연의 소중함을 새기며 하루하루 행복을 짓는 것이다. 그리고 일상의 매 순간을 감사함으로 채우며 부처님을 닮아가는 삶, ‘금강경’의 가르침을 일상에 적용하고 실천하는 길이리라. 

오늘도 변함없이 ‘금강경’을 펼치며 정진하는 불자의 길을 발원한다. 

 

[1565호 / 2020년 1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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