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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이동배의 ‘천왕문’

기자명 신현득

절에서 동서남북 지키는 사천왕 앞
‘착하게 살겠다’ 약속하는 마음 표현

사천왕 앞에서 잘못은 없는지
자기 돌아보며 조심조심 걷는
어린이가 느낀 감정 시조 표현
사람들도 천왕문 지나며 약속

우주의 중앙에 수미산이라는 높은 산이 솟아 있다고 한다. 이것은 비유요, 상상이다. 산은 금륜(金輪) 위에 솟아 있으며 여덟 개의 바다가 둘러 있다. 산의 높이가 물에 잠긴 것이 8만 유순, 물 위에 솟은 것이 8만 유순이라 하지만 상상을 할 수 없는 높이다. 1유순(yojana)은 성왕(聖王)이 백성을 살피며 하루 동안 걷는 거리인 40리(약 16km)라 한다. 단군이 내려오신 석제환인(釋帝桓因)의 나라는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도리천(忉利天)이라는 하늘나라다. 제석천, 삼십삼천으로 부르기도 한다. 도리천은 33개의 보배성으로 되어 있다. 도리천의 1주야는 인간 세계의 100년이며, 이곳 사람은 이런 시간으로 천년을 산다고 한다.

수미산 중턱에는 사왕천(四王天)이 있다. 넷 하늘 왕이 있는 나라이다. 지국천왕(持國天王), 증장천왕(增長天王), 광목천왕(廣目天王), 다문천왕(多聞天王)이다. 이들 넷 하늘 왕을 사천왕(四天王)이라 한다. 사천왕 중에서 지국천왕은 수미산 동쪽을 지키는 왕이다. 왕의 모습은 한 손으로 허리를 짚고 한 손에는 칼을 든 무서운 형상이다. 증장천왕은 수미산 남방을 지키는 천왕이다. 이 왕도 주먹을 허리에 대고, 한 손에는 칼을 든 무서운 모습이다. 서방을 지키는 광목천왕도 주먹을 들고, 큰 눈을 부릅뜨고 입을 크게 벌린 무서운 모습이다. 북방을 지키는 다문천왕은 갑주를 입고, 왼손에는 탑을 들고 오른손에 몽둥이를 거머쥔 무서운 모습이다. 

이들 넷 천왕이 사왕천과 수미산에서 펼쳐지는 사주셰계(四洲世界)를 지키고 있다. 큰 절에는 법당으로 들어가는 문루 아래에 사천왕상을 모신 천왕문(天王門)을 두고 있다. 천왕문을 지나며 느낌을 적은 동시조 한 편을 살피기로하자.

 

천왕문 / 이동배

천왕문 들어서면/ 모두가 조심조심.
옆에서 지켜보며/ 수호하는 호법신들.
큰 눈들 부릅뜨고서 
착하거라 약속해!

동시조집 ‘엄마 내 동생 좀 낳아줘!’ (2020)에서

 

우리의 전통가락인 3·4 3·4, 3·4 4·4, 3·5 4·3의 자수율을 지키고 있는 이 시조 한 수는 어린이가 절에 와서 법당 앞 천왕문을 들어서면서 느낀 것이다. 무서운 모습을 한 사천왕상이다. 넷 천왕이 각각 다른 모습이지만 모두 무섭다. 그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조심조심 걷는다. 무슨 잘못이나 없는지, 자기를 돌아보며 걷고 있다. 그래서 발거름이 조심조심 놓인다.
 
우주의 동·서·남·북을 지키며 삿되고 악한 마군 무리에 항복을 받는 호법신인 천왕에게 ‘나를 잘 지켜주세요’ 하는 부탁을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넷 천왕은 큰 눈을 부릅뜨고 서서 “착하거라. 약속을 하자!”하고 말한다. 천왕 앞을 지나는 모두가 약속을 하고 있다.

사주세계의 동쪽이 승신주(勝身洲), 남쪽이 염부제(閻浮提), 서쪽이 우화주(牛貨洲), 북쪽이 울단월(鬱單越) 세계이다. 모두를 넷 천왕이 지키고 있다. 승신주는 사람들 몸이 크고 장대하여 승신주라 부른다. 염부제는 지구촌이 있는 곳이다. 수풀과 과일이 잘 자라고 농사가 잘 되는 곳이다. 우화주는 소를 화폐로 쓰기 때문에 생긴 이름이다. 북쪽 울단월은 먹거리와 옷, 가구와 악기가 나무에 주렁주렁 열리는 세계이다. 밥나무에 밥이 열리고, 옷나무에 옷이 열리고, 악기나무에 악기가 주렁주렁 열려서 사람을 도와준다. 사천왕이 지킨다는 이들 세계에 가보고 싶어진다.

시의 작자 이동배(李東培) 시인은 경남 하동 출생이며, 청심(淸心)이라는 법명을 가진 신심이 있는 불자이다. 1996년 ‘아동문예’지와 ‘현대시조’지 신인상에 동시와 시조시로 등단하여, 동시집 ‘돌멩이야 고마워’ 등과 시조시집 ‘합천호 맑은 물에 얼굴 씻는 달을 보게’ 등 작품집을 내었다. 한국불교아동 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65호 / 2020년 12월1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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