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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총, 사찰 파괴 사과한 교수에 ‘이단’ 낙인

  • 사회
  • 입력 2020.12.16 13:57
  • 수정 2020.12.16 14:17
  • 호수 1566
  • 댓글 7

12월11일 조선일보에 입장문 게재
‘손원영 교수와 타종교’ 이단 규정
“사실상 불교 겨냥한 이단 프레임”

조선일보 광고 캡쳐.
조선일보 광고 캡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일간지 광고를 통해 이웃종교를 이단이라고 규정해 다종교사회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입장문에는 사찰에서 강연을 하고, 훼불행위 모금운동에 앞장서는 등 친불교적 활동을 해온 손원영 교수를 명시해 사실상 불교를 겨냥한 이단 프레임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12월11일자 조선일보 39면 하단 광고를 통해 ‘손원영 교수와 이단에 대한 한기총의 입장’ 제하의 입장문을 게재했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한기총은 2000년 동안 진행해온 성경적 교리에 따라 기독교가 아닌 타종교는 교리적으로 이단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며 “일부 언론에서 교리와 선교적 관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이므로 모든 종교를 품어야 한다하는 것에 대해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수님도 원수를 사랑하라고 했지만 바리새인과 니골라당과 같은 이단에 대하여는 ‘나도 그들을 미워한다’고 했다”며 타종교를 향한 이단 정죄를 정당화했다. 반면 우상이라며 법당에 난입해 불상과 기물을 파괴한 기독교인의 행태에 대해선 유감 표명조차 않았다.

손원영 교수 페이스북 캡쳐.
손원영 교수 페이스북 캡쳐.

한기총은 타종교뿐만 아니라 서울기독대 손원영 교수를 노골적으로 걸고 넘어졌다. 이들은 ‘손원영 교수와 이단에 대한 한기총의 입장’이라는 큼직한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정작 내용에는 손 교수와 관련한 어떠한 언급도 없었다. 이 배경에는 손 교수가 2018년 12월 은평구 열린선원에서 열린 ‘예수님 오신날 가나안 교회-열린선원 봉축행사’에 참석해 강의하고, 최근 의정부 수진사 방화사건에 대한 모금운동을 펼친데 대한 징계성 조치로 해석된다. 손 교수는 2016년 1월에도 김천 개운사 법당을 파괴한 개신교인을 대신해 불자들에게 사과하고 배상을 위한 모금활동을 벌였다. 서울기독대 이사회는 2017년 2월17일 ‘성실의무위반’을 이유로 손 교수를 파면처분했다. 서울기독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2018년 8월30일 승소했지만 학교 측은 여전히 교단에 서지 못하고 있다. 손 교수는 해직 이후 매일 복직을 위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손 교수는 한기총 입장문과 관련해 페이스북에서 “지인을 통해 광고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학교에서 쫓아내기 위해 교수들과 학생들 그리고 동문들을 선동해 우상숭배를 운운하며 파면시키더니, 교회를 선동하고 한기총을 활용해 이단 프레임을 덧씌운다”고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독교계 안팎에서도 한기총의 입장문 광고를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하나세교회 박성철 목사는 “내용이 담기지 않은 형식에 집착하는 모습은 하나님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결과”라며 “손원영 교수님을 이단으로 판단한 한기총과 같이 복음의 본질을 잃어버린 이들이 한국교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성기 소설가는 페이스북에서 “광고 내용을 아무리 읽어봐도 손원영 교수에 관한 것은 전혀 들어 있지 않고 이름조차 언급되어 있지 않았다”며 “광고 제목만 보면 손 교수가 무슨 이단의 괴수인 줄 알겠다”고 비판했다. 이어 “어떤 교인이 불교가 이단이라고 법당을 때려 부숴 물리적 박해를 가했고 그 사건에 대해 손원영 교수가 사과하고 절간 재건과 수리를 위해 모금을 했다. ‘타종교에 대한 물리적 박해를 지양한다’는 한기총이라면 직접 나서 손교수가 했던 사과와 보상을 대신 했어야 마땅하다”며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한 손 교수를 왜 이단으로 몰아세우는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천 개운사 훼불 사건.
김천 개운사 훼불 사건.

김성순 서울대 종교문제연구소 연구원도 “한기총의 광고는 기독교가 말하는 ‘사랑’의 범주를 선교적 관점으로 좁히는 행위”라며 “사례로 든 예수의 발언도 성서적 맥락에서 해석해야 하며 존재에 대한 미움이 아닌 그들의 행위 내면에 있는 아집과 독선, 욕망을 직시하라는 의미로 해석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기독교 신학의 역사 자체가 이단에 대한 정죄와 배제의 집적체”라며 “다원주의와 수용적 교리 해석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무화시키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실제 입장문에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명예훼손으로 구속 수감 중인 전광훈 목사의 이름도 올려져있다. 때문에 한기총이 손 교수를 복직시키지 않는 서울기독대를 옹호하고, 극단적 논리를 내세워 종교간의 갈등을 조장함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 아니냐는 견해들도 나온다.

불교계 한 관계자도 “일부 몰지각한 이들의 일탈행위로 종교간 갈등이 심화되고 종교인 전체가 불신을 받게 될 상황”이라며 “그나마 손 교수와 같이 용감하고 옳음을 실천하는 기독교인이 있다는 게 참으로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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