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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기운 스민 신령스런 땅, 영지(靈地)

  • 불서
  • 입력 2020.12.21 14:07
  • 수정 2020.12.21 14:09
  • 호수 1566
  • 댓글 0

‘조용헌의 영지순례’ / 조용헌 지음 / 불광출판사

‘조용헌의 영지순례’

경제적 풍요를 누리면서 여행은 어느덧 우리 삶에 일상이 되었다. 관광이나 휴양으로 시작된 여행이, 역사적 자취나 유적과 인물의 흔적을 쫓는 인문학 기행으로 확대되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앙 속에서 해외여행은 물론 국내여행도 크게 위축 됐다. 그저 집에 박혀 타인과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며 또한 국민적인 미덕이 되고 있다. 말 그대로 여행의 빙하기라 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특별한 여행을 권하는 책이 나왔다. ‘조용헌의 영지순례(靈地巡禮)’다. 일단 저자의 이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문(文)·사(史)·철(哲)·유(儒)·불(佛)·선(仙)·천문·지리·인사 등 다방면에 달통해 강호동양학자로 불리는 조용헌의 작품이다.

그는 강호(江湖)를 좋아해 한국은 물론 중국, 일본을 두루 돌아다녔고 국내 기인·달사·현인·학자들과 교류하며 700여 곳의 사찰과 고택을 순례하는 등 걸림 없는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40여년 전국의 명산을 누빈 저자가 치유와 구원의 힘 가득한 땅 23곳을 227컷의 아름다운 화보와 함께 소개한 ‘영지순례’를 내 놓았다.

영지는 특별한 에너지와 기운이 스며있는 장소를 말한다. 보통의 이론과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지만 수천 년 이어져온 역사가 증명하는 땅이다. 한눈에도 수려하고 신비로운 풍광, 그리고 그 위에 세워진 사찰과 역사적 흔적들, 그곳에서 승려와 도사를 비롯한 정신수행자들은 우주의 흐름과 기운을 느끼고 선비들은 인간됨과 마음의 결을 다듬었고, 민초들은 신산한 삶을 달래며 간절한 소원을 빌었다. 자연에 철저하게 기대어 살아야만 했던 그들은 자연에서 존재의 이유와 삶의 지혜를 온 몸으로 체득하며 살았던 것이다. 자연이 곧 종교이자 지혜의 보고요 치료사였던 셈이다.
 

오대산 상원사는 선사의 모델이자 대도인이었던 한암 스님이 목숨을 걸고 지켰던 도량이다. 조용헌은 선지식들이 존재하던 곳, 그곳이 바로 영지라 말하고 있다.

저자는 영지란 달리 말하면 명당(明堂)이라고 밝히고 있다. 신라말기 도선 국사는 전국에 3300군데의 명당이 있다고 설파했다는데 사실상 전 국토가 명당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영지의 기준은 첫째로 지리적으로 강한 기운이 온몸에 전해지고, 둘째 풍수지리적으로 절묘한 자리에 위치하고, 셋째로 풍경이 뛰어나고, 넷째로 기록과 구전으로 신비로운 전설이 전해지고, 다섯째로 큰 스님이나 대학자 등 역사적 인물이 태어나거나 머물고, 여섯째 스님과 도사, 선비와 민초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기도처이며, 일곱째 유서 깊은 사찰이 자리하고, 여덟째 풍부한 사료와 문학,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 있는 곳이다.

그래서 영지는 단 한순간에 정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랜 세월, 고인(古人)들의 답사와 체험, 기도 효험 등 다양한 사고와 사건이 무수한 시간 동안 축적된 뒤에 비로소 결정된다. 그래서 책 속 대부분의 영지들은 결국 사찰로 귀결된다. 이런 이유로 자장, 한암, 탄허, 초의, 검단과 같은 영지에 깃든 큰 스님들의 삶도 자연스럽게 영지와 함께 살아났다.

영지는 홀로 영지일 수 없다. 자연과 간절한 인간의 염원이 맞닿은 곳이다. 그래서 성스러운 장소이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껴지는 곳이다. 수록된 227컷의 사진과 화보를 보는 것만으로 영지의 신령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몸과 정신이 함께 황폐해져 가는 이 기막힌 시대에, 마음의 안정과 삶의 편안함, 그리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염원을 담는 기도처로도 영지는 손색없는 여행지 및 순례지가 아닐 수 없다. 2만5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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