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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과 시작을 위해 더없이 좋은 참회기도

기자명 금해 스님

참회는 잘못을 알고 깊이 뉘우침
굴욕 아닌 용기있는 숭고한 행동
새해는 모든 일에 감사하며 살길

매주 토요일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100회를 목표로, 지금 21회를 입재했습니다. 10권으로 이뤄진 이 기도에 걸리는 시간을 계산해 보니, 회향까지 자그마치 20년이 걸립니다. 함께 동참한 신도님들 중 연세 드신 분들은 다음 생에 회향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웃으십니다. 농담 같은 그 말 속에, 기어코 끝을 보리라는 견고한 신심이 보여 뜨거운 감동도 함께 느낍니다. 이는 참회기도의 가피와 기쁨이 생을 통털어 가장 희유한 것임을 체험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참회는 잘못을 알아 깊이 뉘우치는 것을 말합니다. 불교에서는 참회의 중요성을 이참(理懺, 잘못을 깨달아 마음으로 간절히 참회함)과 사참(事懺, 잘못을 드러내어 행위로 참회하는 것)을 통해 더욱 강조합니다. 머리로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 보여야 진정한 참회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 합니다. 남에게 잘못을 빌고 용서를 구하는 것을 굴욕적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이익을 위해 잘못을 남에게 뒤집어 씌우기도 합니다. 일본이나 중국처럼 역사를 왜곡하고도 당당하고, 권력을 가진 사람일수록 자신의 악행을 온갖 방법으로 정당화시킵니다. 가족끼리도 용서를 비느니, 차라리 인연을 끊는 쪽을 택하기도 합니다.

원망과 증오의 인연을 맺으면, 세세생생 서로 복수하며 원결을 이어갑니다. 후생에는 전생의 기억이 없기에 원결의 원인조차도 모릅니다. 서로를 할퀴는 증오만이 증폭되며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원인을 모르는 현생의 삶은 더욱 고통스럽습니다. 걸음걸음마다 떨어지는 갖가지 원결의 열매만 수없이 받아들며 몸부림칩니다.

이 순환 고리를 끊는 첫걸음이 참회입니다. 삼세의 원결을 풀어내는 간절한 참회의 씨앗은 대상과 자신을 용서하고, 증오 대신 자비심을 증장케 합니다. 불교의 참회 의식은 굴욕이 아니라 가장 숭고하고 용기 있는 것이며, 삼세를 꿰뚫는 힘을 발휘하여 가피를 성취케 합니다.

조선시대 재상으로 알려진 이민서가 어느 날 갑자기 괴질병에 걸렸습니다. 의원들이 발 빠르게 드나들었으나, 낫지 않고 고통이 심했습니다. 그는 병석에 누워 “호조판서로 있을 때, 문서를 위조해 베 600필을 빼돌린 혐의로 함모라는 자를 하옥시킨 일이 있었네. 그가 억울함을 크게 호소했는데도 나는 들어주질 않았지. 그 판결이 정말 잘못된 것 같네”하며 슬퍼했습니다. 

괴질병에 걸린 것과 죄를 잘못 판결한 것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우리는 몸이 아프면, 병을 낫게 하려고 온갖 치료를 다 합니다. 하지만 그 병의 원인이 악행에 의한 원결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비도량참법’에는 이런 엇갈린 듯한 인과에 대한 이야기가 수없이 나옵니다. 떡을 훔쳐 먹었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태아를 살해하거나, 착한 이를 비방하거나, 스승을 경멸하는 등 크고 작은 악업이 육체를 병들게 하고 삶을 장애하는 과보의 원인으로 설명합니다. 병마와 장애를 두려워할 줄 알고, 모든 생명의 살생과 해침, 악행이 원인인 줄 알아 이를 더욱 경계하고 멀리해야 함을 알려줍니다.

그렇기에 평생 착하게 살았다는 사람도, 참회기도를 통해 비로소 악업의 실체를 만나게 되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 속에 이루어지는 이참과 사참은 원결을 풀어내고 사랑의 씨앗을 심고 꽃을 피웁니다.

코로나로 인해 한 해의 마지막을 홀로 보내야 하는 이 시간, 진정한 참회기도로 사랑의 씨앗을 심어 보시길 바랍니다. 불안과 원망으로 누군가를 비난하는 대신 지구의 모든 생명에게 감사하고, 놀고 먹고 자는 생활의 방식을 모두 선업으로 바꾸어 복된 새해를 시작합시다.

금해 스님

이생을 마치고 다음 생까지, 눈물로써 ‘자비도량참법’ 기도를 회향하게 된다 할지라도, 모든 생명에게 무릎 꿇는 오늘의 참회 시간이 고귀하고 즐거울 것입니다.

금해 스님 서울 관음선원 주지 okbuddha@daum.net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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