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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단정히 해야 할 네 가지

기자명 마성 스님

몸·마음·뜻·입 잘 다스려야 진정한 출가수행자

코로나19 장기화시대 출가수행자는 행동에 더욱 신중 기해야
세상서 일어나는 불화·반목은 대부분 그릇된 언어에서 비롯돼
네 가지 단정하면 사람들로부터 비난 아닌 존경·공경 받을 것

인도 웃따르 쁘라데쉬(Uttar Pradesh) 주(州)의 꾸쉬나가르(Kushinagar)에 위치한 불탑의 허물어진 모습이다. 이 탑은 붓다의 시신을 화장한 장소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불교의 4대 성지 가운데 하나로 붓다의 체취를 느끼기 위해 참배하는 순례객이 일 년 내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인도 웃따르 쁘라데쉬(Uttar Pradesh) 주(州)의 꾸쉬나가르(Kushinagar)에 위치한 불탑의 허물어진 모습이다. 이 탑은 붓다의 시신을 화장한 장소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고 한다. 불교의 4대 성지 가운데 하나로 붓다의 체취를 느끼기 위해 참배하는 순례객이 일 년 내내 끊어지지 않는 곳이다.

많은 사람들이 혹독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날씨 탓만은 아니다.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지난 11개월 동안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래도 코로나19를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버텨 왔다. 그런데 최근에는 제3차 파동으로 방역 당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을 심각하게 고심하고 있다. 마지막 수단인 3단계로 격상되면 개인의 삶은 최악의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종교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방역 당국에서는 종교 집단이 더 이상 코로나바이러스를 확산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종교 집단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찰에서는 아직 집단적 감염의 사례가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가 5대 종교(불교, 가톨릭, 원불교, 기독교, 이슬람교)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서 불교가 가장 높은 호감도를 얻었다고 11월 25일 발표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방역에 대한 협조가 불교에 대한 호감도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높은 호감도가 불교의 이미지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감염에 대한 공포와 누적된 피로감으로 우울증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정상적인 사람도 경제적 어려움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신경이 날카로워져있다. 이런 때에는 종교인의 조그마한 허물도 크게 부각될 염려가 있다. 그러므로 이런 때일수록 수행자들은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붓다는 입멸 직전에 제자들에게 ‘네 가지를 단정히 하라’고 당부했다. ‘불반니원경(佛般泥洹經)’에 의하면, “네 가지 일이 있다.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단정히 하고, 뜻을 단정히 하고, 입을 단정히 하라.”(T1,165c, “有四事, 端身・端心・端志・端口.”) 이것은 출가 수행자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위의(威儀)에 관한 것이다. 즉 몸・마음・뜻・입을 단정히 하라는 너무나 평범한 가르침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코 가볍게 여길 수 없는 중요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첫째, 몸을 단정히 하라는 것은 사문의 몸가짐을 말한 것이다. 사문은 걷고 서고 앉고 눕는 행위에 있어서 조금도 흐트러짐이 없어야 한다. 수행자에게 어울리는 위엄과 엄숙한 몸가짐, 즉 율의(律儀)를 갖추어야 한다. 여기에는 단정한 복장과 철저한 위생도 포함된다. 한 개인의 잘못된 위생 관리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은 붓다의 가르침보다 승려들의 행위를 보고 불교에 호감을 갖기도 하고, 반감을 갖기도 한다. 붓다의 상수제자였던 사리뿟따(Sāriputta, 舍利弗) 존자도 다섯 비구 중 한 명이었던 앗사지(Assaji, 馬勝) 비구의 거룩한 탁발 모습을 보고 불교에 귀의하게 되었다. 이처럼 사문의 위의는 곧 포교와 직결된다.

한 승려의 가벼운 처신과 일탈은 전체 승가에 큰 누를 끼친다. 위의를 갖추지 않은 승려에게 신심을 일으켜 존경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복장에 따라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에 복장을 단정하게 하라고 한다. 단정하지 못한 복장은 그 사람의 정신 상태가 올바르지 않다는 증거다. 사문의 몸가짐이 단정하지 못하다면 그 사람의 인격까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수행의 정도에 따라 몸가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둘째, 마음을 단정히 하라는 것은 사문이 갖추어야 할 올바른 마음가짐을 말한다. 붓다는 “세상 사람들이 스스로 마음을 바르게 하면 천상 세계에 있는 모든 천신들이 모두 기뻐하며 그 사람을 도와 복을 얻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한 번 일으킨 바른 마음은 행운을 불러들이지만, 반대로 한 번 일으킨 나쁜 마음은 불행을 불러들인다. 이것은 내가 직접 체득한 것이다. 그런데 붓다도 “선심은 기쁨과 행복을 가져오지만, 악심은 고뇌와 불행을 가져온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마음이라는 것은 사람을 그르치게 하고, 마음이 몸을 죽게 하고, 마음이 아라한도 되게 하고, 마음이 천신도 되게 하고, 마음이 사람도 되게 하고, 마음이 축생・벌레・개미・새・짐승도 되게 하고, 마음이 지옥도 되게 하고, 마음이 아귀도 되게”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마음을 잘 다스리는 자가 진정한 의미의 사문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 번뇌에 물든 마음에 지배당하거나 마라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패배자가 되고 만다.

셋째, 뜻을 단정히 하라는 것은 올바른 생각을 일으켜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마음과 뜻은 다른 개념이다. 뜻[意]은 의도(cetanā)에 가깝다. 인간의 행위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유다. 사유에서 나온 의도가 업(業)을 짓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도를 갖고 말하고 행동한다. 그래서 구업(口業)과 신업(身業)은 의업(意業)의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어떤 의도를 갖고 말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선업이 되기도 하고 악업이 되기도 한다. 올바른 사유란 괴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사유, 악의 없음에 대한 사유, 남을 해치지 않음에 대한 사유를 말한다. 그릇된 사유란 감각적 욕망을 사유하고, 악의를 사유하고, 남을 해치고자 하는 사유를 말한다. 사문은 그릇된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혹시 그런 생각이 일어났더라도 곧바로 알아차려 올바른 사유로 전환시켜야 한다.

넷째, 입을 단정히 하라는 것은 부주의하게 말하지 말라는 것이다. 사문으로서 품격에 맞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이다. 팔정도의 올바른 언어란 거짓말, 중상모략, 욕설, 쓸데없는 잡담을 삼가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올바른 언어란 적극적으로 타인을 올바르게 지도하거나, 다른 사람을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거나, 성실한 말로 남을 대하거나, 필요한 때 필요한 말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불화나 반목은 대부분 그릇된 언어에서 비롯된다. 올바른 언어로 상대방이 호감을 갖도록 하거나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자신의 뜻을 정확히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상에서 살펴본 네 가지를 단정하게 하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일이 없을 것이다. 오히려 세상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공경을 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67호 / 2020년 12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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