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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력수행 강영혜(여현경, 66) - 상

기자명 법보

“해 있을 때 수행하라” 말씀에
각종 핑계 댔던 과거 뉘우치고
수행 소중함 깨달아 정진노력

여현경, 66

어느덧 2020년 경자년도 저물어가고 있다. 길 위를 구르는 낙엽이 바람에 쫓겨 다니듯 당황스럽고, 아무도 따지 않아 가지 위에서 메말라 가는 붉은 감도 안쓰럽지만 뜨거움이 식어 가는 늦가을의 저녁 햇살은 더욱 애잔하다.

연초부터 전 세계를 지배하는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변하고 국가들은 서로 문을 걸어 잠궜다. 그로 인해 경제는 추락하고 사회는 피폐해져 가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아파하고 죽어 가며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제 사람들은 지하철 안에서, 식당 안에서, 공원에서도 성능 좋은 마스크로 꽁꽁 무장한 채 서로를 감시하고 믿지 않는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라는 명제가 흔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과연 삶의 의미와 가치란 무엇인가, 진정한 나는 어디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찾을 것인가?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 간 유대는 약해졌지만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참나를 찾고자 홀로 명상에 드는 시간이 많아진 것은 그나마 다행일까? 곧 백신이 나온다는 희망적인 소식도 있으니 많은 사람을 바이러스의 두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해주리라 기대해 본다.

지난 초하루 법회 때 목종 스님께서 법문하신 말씀이 떠오른다. “해 있을 때 수행해야 합니다.” 이 말씀을 듣고 난 인생에서 하루 중 어디쯤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늦은 오후 정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에 그만 등허리가 서늘해지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동안 난 뭘 했을까. 일상의 삶에 빠져서 나름 치열하게 지냈지만, 삶에 쫓기며 살다 보니 작고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나를 행복하고 즐겁게 했는지 알아채지 못했다. 커다란 행복이 어디 없을까 두리번거렸던 시간, 각자의 업에 따라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과 공간과 자연이 주는 혜택을 가졌음에도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며 바빠서 발만 동동 굴렀던 어리석음을 뉘우친다. 부처님 가르침 따라 이타적인 삶의 태도로 살아야 한다면서 늘 빚진 사람처럼 마음의 빚을 가득 지고서도 진심으로 손 내밀어 잡아 주지 못하고 미루고 있었던 시간도 반성한다.

친정어머니 덕분에 불교를 가까이하게 되었으나 잘 모르고 그냥 기도나 따라하다가 한참 워킹맘으로 일하던 시절에는 부산 여여선원을 다니며 교리도 배우고 관음기도를 했었다. 그런데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를 하다 보니 정기법회에 갈 수 있는 날이 많지 않았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병원 법우회에 동참할 수 있는 인연을 만났다. 지도법사를 맡아주신 대광명사 주지 목종 스님께서는 2개월에 한 번 우리 병원에 오셔서 감로법문을 들려주셨다. 그 덕분에 퇴직 후 지금까지도 대광명사에서 기도와 정진을 이어올 수 있게 되었다.

스님께서는 항상 모든 생명을 위한 일상의 기도를 당부하셨다. 업무로 인해 절에 가지 못하는 날이 많았지만 매일 저녁 스스로 반조하는 수행의 소중함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친정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뒤 남편과 함께 49일 동안 매일 집에서 ‘지장경’ 독송을 하며 추모의 시간을 가졌는데 우리말로 풀이된 경을 읽으며 내용을 새기면서 어머니의 극락왕생을 염원하였다. 이틀에 한 권을 독송 완성하는 방식으로 남편도 나 자신도 편안하게 친정어머니를 보내드릴 수 있었던 49재의 수행은 우리 부부에게 뭉클한 정진의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꾸준히 대광명사 불교대학을 다니고 있던 중 몇 년 전 부터는 남편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 함께 오가며 공부하는 도반의 길도 열어주었다.

대광명사는 하안거, 동안거 기간에 재가불자들도 각자 수행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재가안거 수행’을 권장했다. 안거 기간이 되면 지장보살의 공덕을 찬탄하는 ‘츰부다라니’를 108염주를 끼고 틈날 때마다 염송하는 수행을 이어갔다. 글로 쓰며 뜻을 새기는 사경 수행도 지속했다. 가끔은 BTN, 불교방송의 저녁 예불과 함께 108배 참회 기도를 병행하기도 한다. 사실 일을 하다 보니 수행을 빠질 수밖에 없는 부득이한 날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럴 때는 조바심을 내기보다 꾸준히 수행하는데 더 중점을 두었다.

 

[1566호 / 2020년 12월2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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