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절실한 건 무한한 생태적 자비실천"

  • 교학
  • 입력 2020.12.24 13:33
  • 수정 2020.12.27 10:15
  • 호수 1567
  • 댓글 2

최종석 교수 “사회적 거리만큼 생태적 거리두기 실천도 중요”
한상길 교수 “역병으로 두려워하는 백성 위로가 불교계 역할”
민정희 처장 “기후위기 원인은 상호 의존성에 대한 몰이해”

한국불교학회가 12월23일 서울 동국대 법학관에서 동계 워크숍을 열고 온라인 웹엑스로 생중계했다.
한국불교학회가 12월23일 서울 동국대 법학관에서 동계 워크숍을 열고 온라인 웹엑스로 생중계했다.

코로나19는 우리 일상을 바꿔놨고 앞으로도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 그렇기에 인류 문명이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질 것으로 진단하는 학자들도 적지 않다. 이런 가운데 한국불교학회(회장 고영섭)가 11월23일 동국대 법학관에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떠한 생각을 하고 살아야 할까’를 주제로 동계 워크숍을 개최했다.

기조 발제를 맡은 최종석 금강대 명예교수.<br>
기조 발제를 맡은 최종석 금강대 명예교수.

기조 발제를 맡은 최종석 금강대 명예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생태보살과 공공성’을 주제로 코로나19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을 소개했다. 최 명예교수는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불교계 대응은 결국 나와 이웃, 나와 자연이 동일체임을 알고 무한한 생태적 자비를 실천함에 있다”며 “온 세계를 빈곤과 무지와 괴로움이 없는 생태적으로 온전한 불국토로 만들려고 노력하는 게 대승 ‘생태 보살’의 삶”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는 욕망의 극대화로 일어난 사태라고 명명한 최 명예교수는 외연을 넓혀 생태적으로 해석한 육바라밀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보시는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건강하게 돌려주는 것이고, 인욕은 소유에 대한 욕망을 절제하는 것, 지계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성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약속을 지키는 것, 정진은 생태 삶을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 선정은 이러한 노력으로 평화로운 환경을 유지하는 것, 지혜는 인간과 자연의 유기성을 잊지않는 것이다.

이어 ‘생태 백신’에 대한 개념을 소개했다. 최 명예교수는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변종되기에 새롭게 개발하는 화학 백신은 늘 뒷북을 치는 결과만 가져온다”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면 연기적인 세계관 안에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 지혜로운 생태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조화와 공존을 가능케 하는 연기법으로 모든 존재와 존재 사이의 거리를 지키는 게 ‘사회적 거리두기’만큼 중요한 ‘생태적 거리두기’”라고 덧붙였다.

불교계에 따끔한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최 명예교수는 “각 종교들은 이제 종교의 공공적 역할이 무엇인지를 다시 검토할 때”라며 “불교도 더 이상 낙관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어 “불자들 역시 개인 신앙행위에 머물지 않고 공공성을 지향해야 하며 각 종단도 신도 교육에 있어 이를 어떻게 이끌어나갈 것인지 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발표가 끝난 뒤 생태 보살·생태 백신·생태적 거리두기·종교의 공공적 역할 등 여러 개념에 대한 질의가 오갔고, 참석자들은 진지하게 토론에 임했다. 이어 장성우 한국불교학회 총무이사의 진행으로 본격적인 주제 발표가 시작됐다.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br>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

첫 발표는 한상길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맡았다. 한 교수는 경전에 등장하는 역병 사례를 꼼꼼히 조사하고 역병에 대처한 고려·조선시대 불교 의례를 정리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역병 사례를 담은 경전은 모두 22건으로, ‘대반야경’ ‘금광명최승왕경’ ‘약사경’ ‘법원주림’ 등 경전류 14건, ‘천수천안관세음보살모다라니신경’ ‘불설십일면관세음신주경’ ‘관자재보살수심주경’ 등 다라니류 11건이다.

경전·다라니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각각 밝힌 한 교수는 “경전류에서는 역병 발생원인을 불법이 쇠퇴하는 말세 현상으로 진단하고 해결책으로 ‘불법 회복’과 ‘정법 실현’을 강조한다”며 “‘대반야경’에선 ‘지계바라밀이 역병을 구제하는 신선의 환약’이라 하고, ‘금강명최승왕경’과 ‘약사유리광여래본원공덕경’은 경전 독송이 해법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다라니류에서는 역병 퇴치를 위한 ‘구체적 의례’를 안내한다”며 “제단을 만들고 도량을 장엄하며 신성한 나무와 청정한 물과 우유 등을 활용해 다라니를 염송토록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역병 사례가 매우 방대하고 지역, 편찬자, 시대 배경이 모두 제각각이라 일정한 경향성을 찾긴 어려우나 이들 모두 지성으로 외우면 역병을 물리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공통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는 역병이 일어날 때마다 불교 의례에서 그 해법을 찾으려 했다. 고려시대에는 ‘반야도량’ ‘경행’ ‘불정도량’ ‘마리지천도량’ ‘점찰회’ ‘소룡도량’ ‘수륙재’ ‘약사도량’ ‘관음기도’ 등이 설행됐다. 숭유억불을 기치로 내건 조선시대에도 ‘경행’ ‘수륙재’는 이어졌다. 한 교수는 “문종1년(1451)년 경성에서 진관사에 이르는 경행을 하며 ‘반야경’을 가마에 싣고 향로와 각종 번개가 행렬이 장엄하는 가운데 50리가 넘는 길을 걸었다”며 “걷는 도중에 시신을 수습하고 절 입구에 매장을 금하는 등 전염병과 연관 있는 행위도 함께 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역병으로 답답한 백성들을 위로하기도 했다. 한 교수는 ‘문종실록’의 “민간 질병에 있어 인심이 흉흉하고 답답하기에 우선 수륙재를 베풀어 그 마음을 위안하는 것이며 이는 백성들의 간절한 바람을 좇아 그 마음에 우선 위안을 주려는 것이니 대저 병이란 마음으로 말미암아 비롯되는 것이어서 마음이 편안함을 얻으면 병 또한 간혹 그치게 된다”는 구절을 인용해 불교 의례는 재난에 맞서는 중생들에게 위안을 주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정희 국제기후 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처장.<br>
민정희 국제기후 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처장.

이후 민정희 국제기후 종교시민네트워크 사무처장이 ‘기후변화에 대한 불교철학의 대응과 활로’를 주제로 발표해 열띤 토론 분위기를 이어갔다. 민 사무처장은 기후위기에 놓인 현실을 점검하며 불교계가 가져야 할 방향을 조명했다. 그는 발표를 시작하며 참가자들을 향해 “연기설과 불성론은 생태적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어 “연기설과 불성론을 내세운 불교는 그동안 생태적인 종교로 인식돼 왔으나 사실 이 내용 자체가 생태적이라고 판단할 순 없다”며 “관점으로는 유의미할지라도 실천없는 관점은 아무런 힘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민 사무처장은 행동하는 불교적 방안으로 비구 보디(Bhikkhu Bodhi) 스님의 사성제 체계를 소개했다. 민 사무처장에 따르면 비구 보디 스님은 기후 위기 원인을 ‘온난화 유발 조건(화석연료·자유경제 시스템·산업농·소비주의)’ ‘이데올로기’ ‘탐·진·치’로 나눠 분석했다. 특히 ‘탐·진·치’ 가운데 탐욕을 사회·정치·경제·미디어 지배로 인한 것으로 설명했다. 민 사무처장은 “테라바다 불교 전통에서 오랫동안 교학을 공부하고 수행해 온 스님이 기후위기 원인을 구조적인 측면으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며 “실제 미국 기업들은 화석연료가 온실가스 원인임에도 이를 부인코자 광고비로 거액을 지출하고 정부나 의회에 로비를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에서도 석탄화력 발전 기업을 포함한 온실가스 다배출 기업이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지만 정부는 경제성장에만 몰두해 정책적 대안을 만들어 나가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민 사무처장은 “기후위기 근본 원인은 비구 보디 스님의 분석처럼 존재의 상호의존성을 자각하지 못해 일어나는 탐·진·치가 사회적으로 제도화된 것”이라며 “개인 차원의 해결 방안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시급한 것이 제도나 정책 등 시스템 변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데이비드 로드, 데미언 키온의 연구를 소개하며 불교계가 기후위기 대응에 맞서고 사회 변화를 이끄는 데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사무처장은 가톨릭 교회의 생태회칙인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참고 자료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는 “가톨릭 교회에서는 신자들이 생태위기 문제에 자각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찬미받으소서’를 만들었다”며 “이는 신학자, 과학자, 경제학자, 시민사회 운동가들을 교황청에 초대해 의견을 구해 제작됐으며 2015년 유엔기후총회를 앞두고 발표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 우리 불교계도 연기설과 불성론 등 행동하는 불교 생태윤리를 만들어 현장에서 적용가능하도록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영섭 한국불교학회장.<br>
고영섭 한국불교학회장.

‘포스트 코로나와 불교계 역할’ 주제 발표가 끝난 후 권서용 부산대 철학과 강사와 조기룡 동국대 불교학술원 교수가 ‘저·역자로부터 듣는 나의 불교학’이라는 주제로 ‘아포하, 불교 유명론과 인간의 의식’ ‘사찰경영, 부처님 법대로 하면 잘된다’를 각각 발표 했다. 워크숍 마무리는 고영섭 한국불교학회장이 맡았다. 고 회장은 “지금껏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코로나19가 온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가운데 오늘 워크숍은 부처님 지혜와 자비를 보다 생생히 들을 수 있는 자리였다”며 “앞으로도 현실에 필요한 불교가 무엇인지 모여 머리를 맞대고 실천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런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정주연 기자 jeongjy@beopbo.com

[1567호 / 2020년 12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