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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선암사, 조계종 소속 여부 단정 어렵다”

  • 교계
  • 입력 2020.12.24 16:25
  • 수정 2020.12.24 16:39
  • 호수 1567
  • 댓글 5

12월24일 차 체험관 철거소송 파기환송 결정
“원심이 조계종 당사자 여부 판단하지 않았다”
“사찰 종단 가입, 자율적인 의사결정 전제돼야”

순천 선암사 전경.
순천 선암사 전경.

순천 선암사 소유권을 두고 조계종과 태고종이 수십 년간 갈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선암사가 조계종 소속 사찰인지 여부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선암사가 조계종에 가입할 당시 사찰 자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있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12월24일 조계종 선암사가 순천시를 상대로 낸 ‘차 체험관’ 건물철거 등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광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논란이 된 차 체험관은 순천시가 2004년 3월 선암사 경내 4995㎡(1500여평) 부지에 예산 44억원(시비 26억원, 국비 18억원)을 들여 2008년 4월 총 8동의 건물을 건립했다. 이 과정에서 순천시는 재산관리인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토지등기부상 소유권자인 조계종의 사용 승락을 얻지 않은 채 건물을 건립했다. 다만 순천시는 당시 태고종 선암사 주지 지허 스님의 동의만으로 건물을 완공했다. 이후 순천시는 건물에 대한 소유권을 등기하고 운영권도 독점했다. 특히 순천시는 “차 체험관은 순천시의 재산”이라고 주장하며 재산권 인수인계를 거부했다. 그러자 조계종 선암사 측은 2011년 6월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토지등기부상의 소유권자인 조계종의 사용 승락을 얻지 않은 채 건물을 건립한 것은 부당하다”며 “차 체험관을 철거하라”고 결정했다. 순천시는 즉각 항소했다. 이 과정에서 선암사 소유권이 조계종으로 귀속될 것을 염려한 태고종 선암사 측도 순천시의 항소심에 보조참가하면서 조계종과 태고종의 기 싸움으로 번졌다.

그러나 2심 재판부도 “재산관리인의 권한은 해당 재산의 성질을 변경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용 또는 개량하는 행위에 그친다”면서 “관리 대상인 토지에 제3자 소유의 건물을 신축하는 것은 재산관리인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순천시와 태고종 선암사는 대법원에 상고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순천시가 차 체험관 소유에 대한 적법한 권리가 있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에 앞서 조계종 선암사의 당사자 적격 여부를 먼저 판단했다. 대법원은 “어느 사찰이 특정종단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사찰 자체의 자율적인 의사결정이 전제돼야 한다”며 “과거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조계종 소속으로 관할관청에 등록했다는 내용만으로, 선암사가 조계종 소속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소송) 당사자 능력 문제는 법원의 직권조사사항에 속하는 것으로 당사자의 주장에 구속될 필요 없이 조사를 했어야 했다”며 “원심은 △전래 사찰인 선암사가 자율적 의사결정에 따라 조계종과 종단소속 합의를 했는지 △선암사가 조계종 소속으로 등록된 것이 정당하게 임명된 대표자(주지)에 의한 것인지 △조계종이 지속적으로 임명한 주지들이 선암사의 인적·물적 조직을 관리·운영하면서 선암사의 대표로서 임무를 수행했는지 △조계종 소속 승려들이 선암사 경내에서 불교의식을 행하는 등 종교 활동을 지속적으로 행해 왔는지 △조계종이 독자적인 신도들을 갖추고 있는지 등을 상세하게 심리해 원고(조계종 선암사)가 독립된 사찰의 실체를 갖추기 위한 모든 요소를 구비해 당사자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원심은 조계종 선암사가 과거 불교재산관리법에 따라 관할관청에 등록되고 이 사건 토지 등에 관해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쳤다는 사정 등을 주된 근거로, 그 밖의 다른 여러 사정들을 면밀히 대조해 살펴보지 않은 채 원고가 독립된 사찰로서 당사자 능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는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대법원은 조계종 선암사가 소송의 당사자 적격에 부합한다는 취지로 순천시의 차 체험관 소유권 여부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은 채 파기환송을 결정했다.

이번 판결은 선암사 소유권을 둘러싼 조계종과 태고종의 향후 소송에도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67호 / 2020년 12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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