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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근본적 문제부터 점검하자

코로나19 환자가 1000명을 넘어가는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직접 피해보다도 그것이 주는 파장이 훨씬 더 큰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피로감도 점점 늘어나, 그 피로감이 다시 반작용을 일으켜 피해를 증폭시키는 끔찍한 날들이 예상되기도 한다.

질병이 세계를 바꾼 예로는 중세의 페스트를 들 수 있다. 인구가 격감하면서 봉건제도가 무너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이번 코로나 사태는 그것에 못지않은, 아니 그것보다도 더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세계 인구 100명중 1명이 코로나 감염자라는 통계가 그것을 잘 말해준다. 아마도 코로나 이전의 문화와 코로나 이후의 문화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 세계사에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이 틀림없다.

일단 세계는 예전과 같은 교통방식을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백신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완전히 코로나를 막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고, 코로나 바이러스도 계속 변화할 것이기에 불안한 날들이 이어질 것이다. 제2, 제3의 코로나가 나올 수도 있다. 세계는 그러한 가능성을 전제로 하여 바뀔 것이며, 그것은 매우 근본적인 변화의 전조가 될 것이다. 그러하기에 임시방편적인 대응에 머무르지 말고, 문제의 본질에 입각한 대응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우선 세계 여러 나라들은 차츰 국제적 교역에 의지하는 비중을 좀 줄이고 자급 경제의 비율을 늘여가는 추세로 바꿔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교통과 여행이 차단되면 자연 나라 단위, 지역 단위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영역들이 독립성과 고유성을 늘려가게 될 것이다. 대중매체나 인터넷 망으로 접하는 것과 직접 교류하면서 영향을 받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이다. 대중 속에 묻혀서 함께 흘러가던 삶이 자연 고립된 개인, 또는 가족 단위로 나뉘고 있다. 친구와 함께 술 한 잔, 모여서 수다 떨면서 한 세월…. 그렇게 보내던 삶이 완전히 바뀔 수밖에 없다. 늘 보는 가족들과, 그리고 혼자인 시간들이 몇 배나 늘 수밖에 없다. 당장은 너무도 바뀐 환경에 힘들고 짜증나겠지만, 결국은 이 흐름에 적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적응 기간이 지나고 나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도 그 영향이 계속 남을 수밖에 없다.

가능하면 이러한 변화를 적극 수용하여 긍정적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아프고 힘든 과정 속에서는 사회고 인간이고 가장 취약한 부분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가 앞으로도 지고 가야 할 가장 큰 문제이기에, 이 기회에 그것을 확실하게 인식하고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 계층의 고통에 대하여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며, 코로나 사태로 그 본질이 드러난 불합리한 사회구조에 대하여도 바르게 인식하고 올바른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코로나로 인한 위기를 새로운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다.

개인의 차원에서도 이번 기회에 대중 속에 묻히고 함께 쓸려가는 삶을 벗어나, 근본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새롭게 바꿔가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지만, 근본적으로는 혼자인 존재이기도 하다. 그 혼자인 존재의 근본을 충실히 하는 방향성과 사회적인 존재로 바로 서는 것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문명구조는 한 개인을 대중성 속에 매몰시키고 있는 측면이 강하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이러한 불균형을 바로잡아보는 것은 어떨까? 부처님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차분히 되새기고, 그 동안 멀리 했던 수행을 몸에 붙이는 것도 좋은 일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가볍게 한번 지나가는 사태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인 듯하다. 원래대로 바로 돌아오기 힘든 근본적인 변화를 예상하고, 근본적인 문제를 돌아보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전기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성태용 건국대 명예교수 tysung@hanmail.net

 

[1567호 / 2020년 12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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