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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 이준섭의 ‘돌탑’

기자명 신현득

조금씩 조금씩 정성으로 쌓은 돌탑에
제주 사투리 ‘호끌락’ 곁들인 유쾌 시

가슴에 부처님 모실 염원 담아
오랜 시간 하나씩 쌓은 탑 표현
얼마나 정성을 들여야 부처님과
함께할 수 있는지 동심으로 노래

탑은 부처님 사리를 모시기 위해서 시작된 조형물이다. 갖춘 명칭은 ‘탑파(塔婆)’이며, 탑은 준말이다. 부처님은 두 그루 사라나무 사이에서 응신불(應身佛)로서는 마지막 ‘열반경’을 설하고 열반에 드셨는데 그것이 2월15일이었다. 이 ‘열반경’ 마지막 설법을 80억 중생이 들었다고 경에서 증명하고 있다.

그 말씀의 중심은 부처님의 세 몸(三身)에서 육신을 가진 응신은 열반에 드시되 법신은 영원히 우리 곁에 계시면서 우리를 지켜주신다는 약속이었다. 그래서 불교를 무신론으로 우기는 무식한 사람에게는 “너는 ‘열반경’을 안 읽었구나!”하고 몹시 나무라주라고 학자들이 말한다. 다비를 마친 부처님의 사리는 여덟 나라에서 나누어 탑을 조성하였다. 후대에 통일 국가를 이룬 아쇼카왕이 8만4000개의 절을 짓고, 8만4000개의 탑을 쌓아서 부처님의 사리를 나누어 모시게 하였다.

이렇게 이루어진 불탑은 뛰어난 예술품으로 평가 받게 되었으며, 절이 있는 곳이면 어디서나 불탑을 신앙의 상징으로 모시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불국사의 다보탑 석가탑을 비롯한 수많은 탑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 자랑이다. 불교 외부에서도 불탑을 본받아 탑을 만들게 되었는데 대개 높이를 보여주는 기념탑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방송을 중계하는 높이가 있는 건축을 중계탑이라 하고, 여러 사람에게 시간을 알리고 도시를 아름답게 꾸미기 위해 시계탑 등이 세워져, 탑이라는 불교용어가 생활에서 많이 쓰이게 되었다. 또한 절 입구에는 자연석으로 쌓은 돌탑이 신심 있는 불자들의 힘과 솜씨로 조성되어 있다. 신도들이 부처님을 만나고 싶은 신심만으로 돌탑을 쌓고, 기도를 올린다.

전북 마이산 공원의 옛 절에는 아름다운 산 모습에 어울리는 수많은 돌탑이 있어서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이들 많은 탑이 거센 비바람에 무너지지 않고 있는 것은 쌓은 돌 하나하나에 신심과 정성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라 한다. 돌탑을 내용에 담은 동시 한 편을 살펴보기로 하자.

돌탑 / 이준섭

주먹돌탑 쌓기에
주먹돌탑 몇 개냐?
그 오랜 나날 참고 참으며
기도와 염원 담아
뜨겁고 그 깊은 소망 모아
호끌락 호끌락 쌓은 돌탑

가슴 속에 부처님 모시고픈
꿈을 안고 얼마나 뜨겁게
울다 울다 쓰러져야
사랑의 부처님 함께
뒹굴다 뒹굴방굴 놀며
호끌락 호끌락 쌓은 돌탑!

※ 호끌락 : ‘작게’의 뜻을 가진 제주도 토속어. 동시집 ‘깍지 끼고 안아 줄래’(2020)에서.

시의 돌탑은 주먹돌로 쌓은 것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하나씩 쌓은 돌탑이다. 가슴 속에 부처님을 모시고 싶은 염원이 있어서였다. 조금씩 조금씩 정성으로 쌓아간 돌탑에다 작다는 뜻을 가진 제주도 사투리 호끌락 호끌락을 곁들였다. 그렇게 해서 시를 유쾌하게 하고 있다.

호끌락 호끌락 쌓은 돌탑에다, 얼마나 뜨거운 정성으로 쌓은 것인가를 자신에게 묻고 있다. 얼마나 뜨거운 염원의 울음을 울어야 부처님을 가슴 속에 모실 수 있을까, 부처님과 뒹굴고 놀 수 있을까를 동심으로 노래하고 있다. 호끌락 호끌락 쌓은 돌탑은 무너지지 않을 것이며, 무너지지 않고 오래오래 쌓은 이의 신심을 보여줄 것이다.

시의 작자 이준섭(李準燮) 시인은 전북 부안 출생이며, 법명은 세비(世斐)다. 월간문학에 시조(1977)와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었으며(1980), 한국아동문학상, 방정환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동시집 ‘대장간 할아버지’와 장편동화 ‘잇꽃으로 핀 삼총사’, 시조시집 ‘새아침을 위해’ 등 불교정신을 담은 다수의 저서가 있으며, 한국 동시문학회 회장을 역임하였다.

신현득 아동문학가·시인 shinhd7028@hanmail.net

 

[1567호 / 2020년 12월3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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