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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특집] 데뷔 50년 맞은 불자배우 고두심

  • 새해특집
  • 입력 2021.01.05 12:17
  • 수정 2021.01.05 12:18
  • 호수 1568
  • 댓글 1

“목탁소리와 스님들 법문 들으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제주 소녀 ‘미스 고’ …1972년 MBC 공채 5기로 데뷔
결혼 후 시어머니와 운문사 등 다니면서 불심 깊어져
불교계 홍보대사로 활동…10년째 스님 위한 보시도 펼쳐

스님과 이야기하다보면 거짓말같이 마음이 가라앉고 맑은 물이 흐르는 것 같다는 고두심씨.

2021년은 ‘국민 엄마’라 불리는 고두심씨가 연기자의 길을 걸은 지 50년이 되는 해다. 강산이 5번이나 바뀔 시간. 그 흔한 스캔들 한 번 없이 인기의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품 활동을 이어왔다. TV 드라마,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때로는 며느리의 모습으로, 때로는 자애로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때로는 현대 도시 여성으로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온 그다. 왕성한 연기 활동뿐 아니라 사회공헌과 종교적 울림에도 선뜻 동참하며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제주도에서 나고 자란 고두심씨는 예인이 될 운명이었다.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때까지 고전무용을 배웠다. 민속경연대회에 도 대표로 출전해 대통령상을 받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그러나 무용가가 아닌 ‘스크린에 나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용을 하면서 관객들과 나눈 교감, 여러 무대 경험들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열정을 품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그러나 고향 제주는 당시 처녀들을 뭍으로 내보내지 않았다. 서울 상경에는 강하고 굳센 의지가 필요했다. 부모님 말씀이 곧 법이라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꿈을 위해서는 올라가야만 했다. 제주여고를 졸업하자마자 “서울에서 공부하고 있는 오빠 밥해주겠다”는 구실로 상경했다. 원하던 ‘육지’로 올라왔지만 배우가 되는 방법을 몰랐던 그는 우선 취업을 해야 했다.

무교동의 한 중소기업에 취직해 비서, 경리까지 모든 업무를 도맡았다. 회사에서 불렸던 이름은 ‘미스 고’. 고두심이란 이름을 잃어버린 채 ‘미스 고’란 이름으로 4년을 살았다.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던 어느날 ‘내 꿈은 이게 아닌데 서울에 올라온 이유가 뭐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때마침 TV에서 ‘MBC 5기 공채 탤런트 모집’ 광고를 봤다. 원서 접수 후 서류, 면접까지 순조롭게 이뤄졌다. 결과는 1등 합격. 소녀 고두심이 가슴 속 품었던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연기자의 길은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녹록지 않았다. 큰 기대를 품고 맡은 배역은 이름조차 없는 단역. 연기자 생활에 회의감을 느낀 그는 다시 ‘미스 고’로 돌아갔다. 그렇게 2년. MBC에서 연락이 왔다. 5기 공채 수석 합격생이었던 출중한 재능을 포기하지 말았으면 한다는 뜻이었다. 다시 연기 의욕을 되살린 그는 1974년 ‘갈대’로 데뷔하며 전 국민에게 ‘고두심’ 석자를 깊게 각인시켰다. 이후 “잘났어 정말!”이라는 유행어를 낳은 ‘사랑의 굴레’에 출연하며 연기스펙트럼을 넓혔고 최근까지 왕성한 연기활동을 이어왔다.

연기 인생 50년 동안 맡았던 여러 작품 가운데 그는 ‘춤추는 가얏고’와 ‘꽃보다 아름다워’ ‘전원일기’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꼽았다.

“예인의 일대기를 다룬 ‘춤추는 가얏고’는 무용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애착이 가요. 그리고 ‘꽃보다 아름다워’에서는 치매걸린 엄마가 가슴이 아프다며 빨간약을 가슴에 바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 장면에 모든 감정을 다 표현해냈는데 아직까지도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명장면으로 회자되고 있어 기억에 남죠.”

50년의 긴 세월 수많은 배역을 능수능란하게 소화해왔던 만큼 상복도 많았다. 신인상은 물론이고 한 번 받기도 어렵다는 연기대상을 여러 차례 수상했다. 백상예술대상 등 여러 연기상에도 이름을 올렸다. 최근에는 오랜 시간 국민들에게 사랑받으며 감동과 위로를 선사해온 점을 높이 평가받아 예술인으로서 제일 큰 영예인 은관문화훈장을 받기도 했다.

“자신의 꿈을 직업으로 갖고 큰 역경없이 50년의 세월 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다는 게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합니다. 긴 세월동안 많은 분들이 신뢰를 해주신 만큼 무거운 마음으로 앞으로도 주어진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겠습니다.”

연기 생활을 지탱해준 또 하나의 힘은 불교였다. 연기자가 보여주는 세계는 현실과 같은 듯하면서도 다르다. 이럴 때 마다 스님과 담소를 나누거나 명상을 통해 마음의 평정을 찾는다.

“배우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표현하는 직업이에요. 내 생각과는 달리 주어진 작품에 의해서 행동해야하죠. 이렇다 보니 이질적일 수밖에 없어요. 이럴 때 차분하게 명상을 통해 생각을 가다듬어요. 남의 인생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내 인생인 셈이죠.”
 

사진은 2009년 아름다운동행 홍보대사 위촉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예방해 인사하는 모습. 현재도 아름다운동행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사진은 2009년 아름다운동행 홍보대사 위촉 당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예방해 인사하는 모습. 현재도 아름다운동행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의 인연은 매우 깊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마음속에 품고 매일 자신을 관조했다. 그런 일상생활은 연기활동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불교 문양이 새겨진 목걸이를 항상 지니고 다니는 그는 틈틈이 108배 수행을 하고 사찰 법당을 찾아가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특히 스님들로부터 좋은 법문과 말씀을 전해 듣다보면 마음이 평온해진다고 한다.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집 뒤에 묘법사가 들어서면서 시간 날 때마다 찾아가 불공을 드리곤 했다.

“스님과 이야기하다 보면 거짓말같이 마음이 착 가라앉고 맑은 물이 뚝뚝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아요.”

불교와 고두심씨의 인연은 그가 어린 시절 친정어머니와 함께 제주 관음사를 자주 왕래했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불심이 깊어진 건 결혼한 후다. 안거기간이 되면 사찰로 결제를 들어갈 정도로 신심이 깊었던 시어머니의 영향으로 불심이 더 돈독해졌다. 자연스레 시어머니를 따라 청도 운문사 사리암 등 사찰로 기도하러 다녔다. 당시 인연을 맺었던 보우 스님이 부암동 성불사 주지로 부임하면서 아직까지도 연을 이어오고 있다. “운문사 사리암은 올라갈 때는 힘들어도 새벽녘 산사에 목탁소리와 스님들의 청아하고 고운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면 천상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마음이 평온해진다”며 옛 기억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스스로를 ‘나이롱 불자’라고 말하지만 불교계 행사라면 한달음에 달려온다. 스님들을 위한 보시도 10년째 이어오고 있다. “더운 여름 수행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부채를 구매해 붓글씨를 잘 쓰는 지인과 함께 매년 각 사찰마다 부채를 보시하고 있다”는 고두심씨는 “내가 힘이 닿는 데까지는 지원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계종으로부터 불자대상을 받은 고두심씨는 2009년 아름다운동행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뒤 현재까지도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2002년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7박8일 일정으로 204km 거리인 제주도를 일주하며 후원 기금을 전액 제주도예술인회관 건립 기금으로 내놓기도 했다. 당시 약천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던 성공 스님(조계종 사회부장)이 신도들과 함께 고두심씨의 곁을 지켜줬다.

또 두심장학회를 통해 힘든 형편의 학생들을 지원해오고 있다. 가뭄으로 굶주린 제주민을 위해 전 재산을 기부했던 거상 김만덕을 기린 기념사업을 추진한 이력도 눈에 띈다. 이처럼 그가 여러 사회공헌에 힘쓸 수 있던 원동력은 바로 고향에 대한 사랑 그리고 불교의 자비심에 있다.

50년의 연기 생활을 되돌아보며 감사한 마음을 전한 고두심씨. 그가 실천해온 종교적 사랑의 발자취가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불어넣어주기를 기대해본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568호 / 2021년 1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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