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해가 솟습니다.
묵은 해 어둠 깨치고 시나브로 어스름 여명이 새해희망을 품고 떠오릅니다.
파도처럼 일렁이는 첩첩 준령 넘어 찬연히 떠오르는 태양은 부처님 백호광명(白毫光明), 대자대비 아미타불 무량광(無量光)입니다.
코로나19로 세상은 온통 어둠이었습니다. 환경을 파괴하고 생명을 경시한 우리의 무명이 만든 재앙이었습니다. 이것이 있어야 저것이 존재한다는 연기의 가르침을 장군죽비 맞아가며 깨우치는 한해였습니다. 우리의 삶을 옥죄는 긴 무명의 터널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떠오르는 태양 주변으로 아직 걷히지 않은 어둠과 같습니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날들을 일상을 잃어버리고 격리된 채 살아야할까요.
그럼에도 밝아오는 새해를 보며 희망을 가져봅니다. 부처님의 백호광명처럼 눈부시게 솟아오르는 태양은 우리 앞날을 향한 부처님의 가피임을 믿습니다. 더욱 불자답게, 더욱 자비롭게 살겠습니다. 새해 새날 떠오르는 붉은 태양의 희망을 담아 준령 위 우뚝 솟은 탑을 향해 간절한 마음으로 합장 배례합니다.
글=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사진=김태형 송광사 학예연구사
[1568호 / 2021년 1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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