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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 용학 스님

“끊을 번뇌가 본래 없는 줄 안다면 그대로 여여한 부처입니다”

‘화엄경’은 보현행원으로 중생제도 하는 게 우선임을 강조
‘화엄경’ 다 설하지 못할 때 ‘보현행원품’만 독송하는 이유
생각 끊어져 잡념이 사라지면 모든 것 본래없음을 알게 돼

오늘 법회 주제는 ‘대방광불화엄경’ 80권 가운데 제12권 ‘여래명호품’입니다. ‘화엄경’ 전체 분량에서 보면 비교적 짧지만, 설하고자 한다면 종일, 아니 1년 내내 설할 수 있는 분량이기도 합니다. 신해행증(信解行證)이라는 큰 맥락에서 ‘화엄경’을 짚어보겠습니다.

‘화엄경’ 9회 설법은 크게 네 단락의 문답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문답은 ‘여래현상품’에서 40가지 질문으로 시작됩니다. 화엄경 1회차 설법에 해당하는 이 부분에서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믿음(信)의 근본을 제시합니다. 보현보살은 비로자나여래장신삼매에 들어가서 신구의 삼업의 가피를 받아 부처님은 어떤 분이고 부처님의 국토는 어떤 곳이라고 설명합니다. 마음이 아주 정직한 사람들은 1회차에서 부처님과 같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과 같은 심성을 갖춘 입장에도 불구하고 중생의 업이 천차만별인 까닭으로 알아듣지 못합니다. 믿음이 서지지 않는 사람을 위해서 두 번째 문답이 전개됩니다. 2회차 ‘여래명호품’에 나오는 40가지 질문입니다. 문수보살이 설법주가 되는데 문수보살은 근본 지혜가 있기에 삼매에 들지 않고도 범부 중생을 위해 법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수보살이 ‘여래명호품’을 설명합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이름이 있습니까? ‘법성게’에서는 무명무상절일체(無名無相絶一切), 일체가 끊어져서 이름도 모양도 없다고 했습니다.

동일 법성으로 이름이 동명동호인 부처님을 아미타불(阿彌陀佛)이라고 합니다. 반면 부처님이 각양각색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을 천백억화신(千百億化身) 석가모니라고 합니다. 깨달음의 세계를 설명해도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니까 중생들이 보고 듣는 수준에 따라 부처님의 이름을 중생의 눈높이에 맞춰서 붙여주어야겠다, 이렇게 해서 ‘여래명호품’으로 시작하여 여섯 품을 통해 다시 믿음을 강조합니다. “끊을 번뇌가 본래 없는 줄 안다면 그대로 여여한 부처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해줍니다.

3회차에서는 불교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끔, 사실상 거기에서도 똑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일체법을 잘 챙겨보라. 잘 챙겨보면 일체법에 절대 본래 자성이라는 게 없다. 이같이 알면 즉시 비로자나부처님을 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내용을 설합니다. 그리고 4회차에서 여러분이 잘 아시는 ‘응관법계성 일체유심조(應觀法界性 一切唯心造)’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바로 “십행이 뭡니까?”에 대한 설법입니다. 야마천에서 설하는 법문입니다. 그리고 “십회향이 무엇입니까?”하면 5회차 도솔천에서 설하는 법문입니다. 5회차에도 유명한 게송이 있습니다. “제발 허망한 과거에 사로잡히지 마라. 미래의 오는 일에도 너무 탐착을 일으키지 말라. 현재에 있는 조건에도 너무 위축되거나 우쭐대지 마라. 못난 모습 잘난 모습 모두 버려라. 그러면 과거, 현재, 미래가 툭 터져서 없을 것이다.”

드디어 마음의 이치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는 대목이 6회차 ‘십지품’입니다. 타화자재천에서 설하는 법문입니다. 십지에 들면 괴롭고 즐거움이 완전히 끊어지기 때문에 밖으로 쓰는 잔머리 같은 생각이 사라지고 눈이 확 밝아집니다. 거기서부터는 인생이 살 만합니다. 수행 중의 수행이라고 하는 십지 수행을 다 마치고 나면 비로소 땅에 내려와서 7회차 등각과 묘각이 설해집니다. 7회차 마지막에 나오는 품이 무엇입니까? 바로 ‘여래출현품’입니다. 이렇게 ‘여래명호품’부터 시작하여 ‘여래출현품’까지 총 31품입니다. 이것은 신해행증의 해(解)에 해당합니다. 불교에 있어서 깨달음의 세계를 사람의 근기에 따라 차별과 평등으로 나눠서 설법하는 내용이 바로 2회차부터 7회차까지이며 ‘여래명호품’의 40가지 질문에 대한 설명입니다.

여래명호라는 것은 부처님의 문패 앞에서 문을 똑똑 두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문을 두드리는 것은 문 안에 반드시 부처님이 계심을 믿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불교를 알아도 나오시지 않습니다. 3회차 십주 법문은 대문을 막 두드리는 것과 같습니다. 그래도 부처님께서는 나오지 않으십니다. ‘십행품’에서도, ‘십회향품’에서도 역시 아무리 두드려도 부처님께서는 나오지 않으십니다. 6회차 타화자재천으로 가면 안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때를 마음 들여다볼 힘이 생겼다고 합니다. 분별심이 사라지고 무분별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십지 중에서도 팔지 보살쯤 되면 안에서 드르륵 하는 인기척을 들을 수 있습니다. 인기척이 들렸으니 조금 있으면 나오시겠지요. 그런데 제7회차 ‘십정품’에 가면 아무리 보현보살을 찾아도 보이지 않습니다. 깊은 삼매에서도 찾을 수 없습니다. 눈으로 색신은 볼 수 있지만, 법신은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차별법문이 다 끝나고 평등법문의 ‘보현행품’ 정도 되니까 부처님께서 드디어 나오시려고 합니다. 저벅저벅 걸어 나오시는 소리가 들립니다. ‘보현행원품’에 나오는 설법에는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절대 화내지 마라, 화를 내면 100만 가지 공덕이 한순간에 다 부서진다.” 보현행을 닦고 나니까 비로소 여래가 출현합니다. 그래서 여래명호부터 여래출현까지 하나로 묶어져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문을 열고 나오시는데 가만히 보니까 누굽니까? 바로 자기의 모습입니다. 부처님 대문 앞에서 신심을 다해 문을 두드리고 십신, 십주, 십행, 십회향, 십지, 등각, 그리고 묘각을 통과해서 이렇게 문을 열고 나오시는 부처님을 보니까 ‘아, 나였구나.’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보현행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세 번째 문답은 8회차 실행법문으로 ‘이세간품’에 나오는 200가지 물음과 2000가지 대답입니다. 마지막으로 네 번째 문답은 9회차 증득법문으로 ‘입법계품’에 나오는 60가지 질문과 답으로 설명됩니다.

종합해보면, ‘화엄경’은 곧 보현행이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화엄경’은 깨달음보다 보현행원으로 중생제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래서 ‘화엄경’을 다 설하지 못할 때는 ‘보현행원품’만 독송하기도 합니다. 40권본 ‘화엄경’은 전체가 입법계품이며 특히 마지막 1권이 보현행원품입니다. 이 보현행원품의 마지막에는 “모두 아미타불을 친견하여 왕생극락하자”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아미타불은 순천만의 갈대보다 많고 담양의 대나무보다 많으며 영축산 소나무 잎보다 많다고 했습니다. ‘여래명호품’에서는 이 많은 아미타불의 이름이 결국 다 똑같다고 했습니다.

아미타불은 왜 이름이 똑같을까요? 사람이 잡념이 끊어지면 보고 듣고 하는 것을 전부 부처님처럼 보고 부처님처럼 들을 수 있습니다. 그 많은 중생이 모두 똑같이 자신의 아미타불이 있습니다. 하지만 중생들이 좋아함과 욕망이 같지 않기 때문에 천백억화신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여래의 이름이 사바세계에서는 숱하게 달리 불립니다.

먼저 ‘일체의성(一切義成)’은 모든 일을 뜻대로 이루는 존재라는 뜻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싯다르타라고 합니다. 혹은 이름이 원만월(圓滿月)입니다. 캄캄한 중생의 밤을 보름달처럼 환하게 밝혀 줍니다. 또는 사자후(師子吼)입니다. 새끼 사자는 사자후를 들으면 자기 어미인가 싶어서 반가워하지만, 여우나 간사한 족제비들은 뇌가 찢어진다고 합니다. 욕심이 없는 사람은 겁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혹은 이름이 석가모니, 언제봐도 반가운 이름입니다. 혹은 이름이 구담(瞿曇)입니다. 구담은 부처님의 성씨 고타마를 말합니다. 또 혹은 이름을 비로자나라고 합니다.

이제 답이 다 나왔습니다. 혹은 석가모니라고도 하고 혹은 싯다르타라고도 하고 혹은 고타마라고도 하고 혹은 비로자나라고도 하고 혹은 아미타불이라고도 한다, 이치의 입장에서는 1회차에서 이미 모든 법계를 다 설했습니다. 하지만 알지 못하니까 2회차부터 중생의 근기와 수준에 따라 이야기하다 보니까 이름이 많아졌다는 말입니다. 곧 화엄경은 석가모니부처님을 롤모델로 해서 비로자나, 우리 마음속에 있는 무량광무량수(無量光無量壽), 영원한 진여자성 아미타불을 밝히려는 내용이라고 보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아미타부처님은 어디에 계시고 언제 만날 수 있습니까? 석가모니부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비로자나부처님은 어디에 계십니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래명호품’을 읽고 스스로 돌아보는 데 있습니다. ‘제발 마음에서 잊어버리지 말고 간절하고 간절하게 염불하면서 자기 자신의 근본으로 돌아가 보라. 잡념이 끊어지고 끊어져서 더이상 생각이 오도 가도 하지 못하는 자리에 이르렀을 때 안이비설신의 육문이 항상 부처님처럼 방광할 수 있을 것이다.’

잡념이 없을 때는 눈꼴 사나운 것도 없고 귀에 거슬리는 것도 없고 마음에 부대끼는 것도 없고 구린내 나는 냄새도 없습니다. 그런데 마음에 잡념이 일어나면 남이 가만히 앉아있어도 꼴도 보기 싫다며 가버립니다. 생각이 끊어지고 잡념이 끊어져서 자기의 마음이 드러날 때까지 밀고 나가면 모든 것은 본래 없다는 진리를 알게 됩니다. 산 넘어 산처럼, 저 넓은 바다처럼, 막막한 인생살이지만 한 생각 비우고 나면 그 험한 인생길이 전부 극락길입니다.

부처님의 이름을 외운다는 것은 이런 생각으로 하셔야 합니다. 자신을 스스로 존귀하게 생각하며 지혜와 자비로 장엄하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라도 무심하면서 목마른 사람 물 찾듯이, 꿀벌이 꽃 찾듯이, 코로나의 백신 찾듯이 ‘화엄경’을 열심히 공부하며 여래명호부터 시작해서 여래출현이 될 때까지 정진하고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부처님의 가피로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시길 기원하며 법문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이 법문은 지난 12월20일 영축총림 통도사에서 봉행된 ‘불기 2564년 통도사 화엄산림대법회’ 6일차 법회에서 동화사 한문불전승가대학원장 용학 스님이 ‘여래명호품’을 주제로 설한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1568호 / 2021년 1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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