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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쩌다 부여받은 유튜브라는 과제

기자명 자현 스님

유튜브 불교대학, 불교교육의 혁명

불교 교육 질적향상 위해서는
유튜브로 최상의 교육 보편화
불교 중심의 ‘동양학EBS’ 목표

나는 성균관대에서 2008년 박사를 받았다. 덕분에 1~2년 정도 성대 강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나는 첫 수업에서 대단히 흥미로운 것을 목격했다. 모든 강의실의 수업 영상이 실시간 녹화되고, 학생들이 언제라도 접근 가능한 프로그램이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성대는 하나의 학교 안에 두 곳의 캠퍼스가 존재한다. 인문·사회 쪽은 혜화동에 있지만, 자연과학은 수원에 있다. 분교 개념이 아니라 한 학교가 분할돼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교양과목처럼 양 영역에 공통으로 걸리는 과목에 문제가 발생한다. 캠퍼스를 넘어서는 수업은 거리상 들으러 올 수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교실에 녹화시스템을 갖추고 학생의 영상 접근이 가능하게 해놓은 것이다.

그런데 모든 수업 영상이 녹화되다 보니, 이게 이만저만 강사의 목을 쪼는 것이 아니다. 불확실한 내용을 말할 수도 없고, 수업을 함부로 휴강하거나 일찍 끝낼 수도 없다. 또 매년 반복되는 수업도 새로운 해석과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수업 돌려막기’라는 빈축을 살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꼼짝 마라’인 셈이다.

‘가수와 개그맨의 차이’라는 것이 있다. 가수는 히트곡 하나로 평생을 반복하며 앵무새처럼 살 수 있다. 그러나 개그맨은 매주 아이디어 회의를 해서, 새로운 웃음 코드를 도출해야만 한다. 대학 수업은 매년 반복되기 때문에 가수가 되기 쉽다. 그러나 영상이 찍히면 원튼 원치 않든 그 강사는 일정부분 개그맨이 되어야만 한다. 이제는 단단한 각오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찍히는 상황의 반복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기계발을 멈출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다. 즉 수업의 질이 좋아지는 것이다. 여기에 학교의 입장에서는 강사 관리가 매우 용이하다. 영상의 조회수는 가장 확실한 인기 척도며, 불미스러운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영상을 되돌려보면 되기 때문이다.

나는 불교교육의 질적 향상을 위해, 이 부분이 매우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해서 조계종 교육원장 스님을 뵙고 스님들 연수교육 프로그램 전체를 찍자고 제안했다. 또 조계사 주지스님을 뵙고는 불교대학과 대학원 수업 전체를 찍고, 이것을 홈페이지에 연동해서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도록 하자고 건의했다.

그러나 두 분에게 돌아온 대답은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였다. 모든 영상을 찍어서 공개하면, 기존의 설문지를 통한 만족도 조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사의 진검승부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나는 자기계발 없는 강사에 대한 보호보다는 수강생의 수업권이 훨씬 중요하다고 판단한다. 그리고 모든 불교의 교육기관은 이 방법을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야말로 불교교육의 무한 능력경쟁, 즉 혁명이기 때문이다. 불교대학의 수업 영상을 찍는 것은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내가 우겨서 2017년 말 봉은사 교육국장으로 들어가면서 이루어진다. 내가 당시 공언한 것은 ‘교육생을 1년에 2배로 늘리고, 강사 인기 투표에서 2위를 하면 사임하겠다’는 것이었다. 1년 뒤 결과는 수강생 약 60% 증가, 인기 투표 1위였다. 만일 내가 커리큘럼이 확정된 연말에 들어간 상황이 아니라면, 1년에 100% 증가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다.

동영상 촬영의 최대 장점 중 하나는 진입장벽이 높아져, 수준 낮은 강사는 스스로 빠져나간다는 점이다. 나의 다음 단계 구상은 불교대학의 어벤져스를 구성하고, 이것을 유튜브로 옮겨서 유튜브 불교대학으로 최상의 불교교육을 보편화한다는 것이었다. 지방 사찰에서는 거리 때문에 양질의 강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교의 특성상 선제적인 변화가 쉽지만은 않았다. 온고지신(溫故知新)에서 방점을 온고에 찍을지, 지신에 찍을지는 늘상 화두이기 때문이다. 해서 봉은사를 정리하니, 결국 유튜브 불교교육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온전히 내 몫으로 남게 되었다. 이게 내가 유튜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이유이다. 그러나 내가 최종적으로 꿈꾸는 것은 나 혼자만의 유튜브가 아닌 ‘불교를 중심으로 하는 동양학의 EBS’ 완성이다. 최상의 강의가 집대성된 유튜브 공간 창출, 이것이 바로 나의 유튜브 목표인 것이다. 이렇게 나의 뜻하지 않은 유튜브 항해는 실로 우연처럼 시작된다.

자현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kumarajiva@hanmail.net

 

[1568호 / 2021년 1월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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