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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시대 불자장애인 상실감은 더 깊어졌다

  • 교계
  • 입력 2021.01.08 19:17
  • 수정 2021.01.08 19:24
  • 호수 1569
  • 댓글 3

온라인 법회 활성화되지만 자막·음성지원 없는 법문이 대부분
조계사 장애인전법팀 원심회도 이례적으로 입장문 발표해 비판
"불교계, 차별적 인식부터 바꾸지 않으면 장애인 절에 안 간다"

2019년 장애인의날 기념 장애인불자 초청 대법회
2019년 장애인의날 기념 불자장애인 초청 대법회

조계사 장애인전법팀 원심회(회장 김철환)가 불교계의 장애인 인식에 대한 변화를 촉구하는 새해 논평을 발표했다. 코로나19로 급변하는 교계의 신행 형태 속에서도 여전히 장애인은 배제돼 있다는 원심회의 지적이 눈길을 끈다.

원심회는 1월4일 ‘장애인 포교의 틀을 다지는 신축년이 되기를 바란다’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코로나19가 불러온 불교계 변화의 바람이 장애인들의 신행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시스템 구축의 계기로 이어져야 할 것을 거듭 강조했다.

원심회는 코로나19와 관련해 “타종교의 경우 장애인 신자들에 대한 긴급 지원이나 비대면 예배 등이 활성화되고 있지만 불교에서는 이러한 활동이 많지 않다”며 “이는 코로나19를 예측하지 못해서이기도 하지만 장애인 포교가 취약한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원심회의 문제 제기는 사찰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점자블록, 경사로, 핸드레일 등 장애인 편의시설 부족이나 점자경전, 수어통역 등 불자장애인을 위한 기본적인 준비 미흡만을 언급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원심회는 “과거에 비해 장애인 환경이 크게 바뀌었고 정부도장애인 편의시설이나 정보접근 환경을 강화하고 있지만 대부분 사찰의 편의시설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지적하며 “수어통역사 등 장애인 지원이 없고, 장애인 전문 인력이 없어 장애인들은 사찰에 가지 않는다”고 냉철하게 현실을 꼬집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법회와 온라인 신행·수행 프로그램 등이 급증하면서 사찰에 가지 않고도 법회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 또한 여전히 비장애인들에게만 해당된다는 게 원심회의 지적이다. 특히 온라인 법회나 스님들의 법문이 자막 또는 음성지원 없이 영상으로만 송출되기 때문에 불자장애인들의 온라인 법회 참석은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다. 사찰 문턱이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조차 또다시 장애인들이 넘을 수 없는 ‘은산철벽’으로 남아있는 셈이다.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는 풍토 속에서 이들이 느끼는 소외와 상실감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원심회는 코로나시대에 새로운 환경변화의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도 장애인이 배제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장애인을 바라보는 불교계의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국제적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고 있다. 장애인 문제를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로 보고 있고, 장애인을 주체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원심회는 “그럼에도 대부분 불자들은 장애인을 불쌍한 존재로, 도움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원심회는 또 “코로나19로 세상은 변화하고 있다. 그러한 변화는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불가역적인 변화”라고 평가하며 “새해를 맞는 우리 모두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 이는 불교계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덧불여 “변화의 과정에 불교계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장애인 포교의 방향을 새롭게 잡고, 전문가를 양성하는 등 불교계의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모습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철환 원심회장은 “1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는 새로운 형태의 신행생활을 만들어냈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고립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원심회가 오랜 시간 장애인 포교 일선에서 활동했음에도 불교계의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는 것은 불교계 내부의 반성이 필요한때”라며 논평문을 발표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이어 “불교계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목소리를 높이는 등 우리사회의 모든 차별을 극복하는데 앞장서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긍정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차별 개선은 여전히 미흡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그는 “장애인을 선택권과 결정권을 가진 하나의 인격체로 바라봐야 한다”며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정립될 때 우리 장애인의 삶 속에 자연스레 불교가 들어올 수 있고 나아가 장애인 포교 기틀을 마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569호 / 2021년 1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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