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를 살려야 한다
노동자를 살려야 한다
  • 원영상 교수
  • 승인 2021.01.11 13:33
  • 호수 15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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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고된 삶과 사회적 모순을 조명하고 있는 켄 로치 감독의 ‘미안해요, 리키’를 보면서 솟아오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평생 노동으로 살아온 부모님을 보는 것 같기도 하고, 평범한 가족들이 자본의 도구로 전락하고 있는 삶이 너무나도 슬펐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종주국 영국도 노동자의 삶은 늘 불안하다. 주인공 리키 터너는 이 시대 모든 노동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사랑하는 가족들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가장으로서. 요양보호사인 부인 애비 터너가 보여주는 이웃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둥지 같은 품은 우리 보통사람들과 다름이 없다.

노동 예찬을 떠벌리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먹고살만한 위치에 있는 자들이다. 노동이 신성하다고 한 것도 자본과 한 통속이 된 정치권력의 술수에 불과함을 다 알고 있다. 현대의 노동은 리키의 처지처럼 일체개고의 구조적인 연속선에 있다. 마르크스의 말처럼 인간은 노동에 소외되어 있다. 노동자는 자신의 노동과 노동의 산물에 대한 주인일 수가 없다. 

분업 속에서 기계와 같은 반복으로 오직 생산에만 열중할 수밖에 없다. 무엇을 위한 노동일까. 불교라면 적어도 불토낙원을 만드는 자부심이 있는 노동이라야 하지 않을까.

불타는 자신을 비롯한 수행자들을 심전을 가꾸는 농부라고 한다. 출가자도 정신노동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의 선종은 마침내 노동을 수행에 일치시킨 선농일치의 경지를 개척했다. 평상심이 도라는 말은 그것의 극치다. 한국 근대의 용성, 학명 선사는 반농반선으로 삶을 스스로 가꾸는 생산성 있는 불교를 창안했다. 이를 기반으로 근현대 불교계는 교육, 산업, 복지 분야 등 사회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불법과 생활이 둘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이는 불교 또한 현대 자본주의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 피해가지 못함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불교는 리키 같은 수많은 노동자들의 고통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까. 더구나 코로나19로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지옥으로 휩쓸려 가는 고단한 현실에 어떤 처방을 내릴 수 있을까.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같은 자본과 노동의 첨예한 관계를 다루는 문제에 대해 어떤 지혜를 줄 수 있을까. 이 법은 완성된 것이 아니다. 삶이 노동인 이상 끊임없이 업그레이드 될 것이다. 자연사말고도 숱한 생명이 병과 사고로 죽어가는 이 현실, 특히 돈 버는 기업이 노동자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고 오직 이윤만을 빼내가는 이 무도한 현실에 대해 일갈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피와 땀이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이 되지 못했다. 자신들을 대변해줄 정치세력은 여전히 미미할 뿐이다. 그들의 눈물을 불교계가 닦아 주어야 한다. 

불교경제학자 박경준 교수는 노동을 유전문과 환멸문으로 나누고, 전자를 고통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노동으로, 후자를 모든 괴로움이 없는 열반을 지향하는 노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전자는 무명과 탐욕에 바탕에 둔 노동이고, 후자는 팔정도에 바탕을 둔 노동이라고 본다. 

불교계는 공업으로서 환멸문의 노동을 건립하는 일에 나서야 한다. 수많은 노동자들이 환상의 자본주의 노예가 된 현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 유전문의 원인인 자본에 대해 불교계는 활인검을 빼들어야 한다. 태안화력발전소의 김용균처럼 젊은 생목숨을 비참하게 끊는 맹독성의 사회병을 고쳐야 한다.

‘국부론’을 쓴 아담 스미스는 ‘도덕감정론’에서 인간은 내면에 공정한 관찰자로서의 공감 능력이 다른 본성이나 열정을 억제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자본주의가 이를 역행하고 있음을 그도 예측하지 못했다. 

불교는 노동자의 참된 친구가 될 수 있다. 뿌리 없는 자본을 통제하고 길들이며, 모두가 행복의 언덕으로 건너갈 근본적인 내공이 있다. 하여 욕망의 판을 거둬들이도록 해야 한다. 입법, 사법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자본가든 노동자든 존재 자체가 자본이자 부처인 진실에 눈뜨도록 불타를 등에 업고 길거리로 나가야 한다.

원영상 원광대 원불교학과 교수 wonyosa@naver.com

 

[1569호 / 2021년 1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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