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8. 재가의 삶을 찬탄하는 다니야를 교화하다
48. 재가의 삶을 찬탄하는 다니야를 교화하다
  • 이필원 교수
  • 승인 2021.01.11 13:51
  • 호수 156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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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의 삶은 소유를 버림으로 얻어지는 행복

행위에 악함 없음 중요해도
마음에 악함 없음이 더 수승
부처님이 출가를 찬탄한 건
출가가 수행하기에 더 용이

불교는 출가중심주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경전을 살펴보면 분명히 부처님은 출가를 찬탄하고 계신다. ‘숫따니빠따’에서는 “재가의 삶은 번잡하고 티끌 쌓이는 장소”라고 표현되어 있다. 반면에 출가는 “자유로운 공간”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것만 보더라도 출가와 재가에 대한 부처님의 입장이 어떠한지 우리는 단박에 알 수 있다. 그러면 부처님은 왜 출가를 찬탄하신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출가가 ‘해탈/열반’을 추구하기가 훨씬 용이하기 때문이다. 재가가 번잡하고, 티끌이 쌓이는 것이라고 하신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면 재가에 있으면 해탈/열반을 추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말일까. 결코 그것은 아니다. 이미 부처님께서는 해탈/열반의 길을 열어놓으셨기 때문에 출가이든 재가이든 그것을 추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출가가 재가보다는 수행에 훨씬 용이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재가의 삶을 사는 우리는 많은 경우 재가의 관점에서 출가를 평가한다. ‘숫따니빠따’에 나오는 다니야(Dhaniya)의 경우가 그렇다. 더구나 재가의 삶을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일수록 출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갖기 쉽다. 부처님과 대화를 나누는 다니야의 말속에서 이러한 인식을 보게 된다.

[다니야] 내 아내는 온순하고 탐욕스럽지 않아 오랜 세월 함께 살아도 내 마음에 들고 그녀에게 그 어떤 악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Sn.22)
나 자신의 노동 대가로 살아가고 건강한 나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니, 그들에게 그 어떤 악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Sn.24)

세상에 비난을 받을 만한 행위를 하지 않으며, 자신의 노동으로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자부심을 보게 된다. 재가의 삶을 살지만 이 정도의 삶을 살고 있다면 하늘을 향해 당당할 만도 하다. 여기에 대해서 부처님은 이렇게 답하신다.

[붓다] 내 마음은 내게 온순하여 해탈되었고, 오랜 세월 잘 닦여지고 아주 잘 다스려져, 내게는 그 어떤 악도 찾아 볼 수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Sn.23)

나는 누구에게도 대가를 바라지 않아, 내가 얻은 것으로 온 누리를 유행하므로 대가를 바랄 이유가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다니야의 경우 처나 자식들이 남에게 비난받을 만한 악함이 없다는 것이 당당함의 이유이지만, 부처님은 자신의 마음에 그 어떤 악도 없다는 것이 더 중요함을 말씀하신다. 행위에서 악함이 없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마음 구석에 있는 조금의 악함도 없는 것이 더 훌륭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또한 부처님은 어떠한 경우에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다. 중생을 위한 행위에 어찌 대가를 기대할까. 이는 다른 경전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부처님을 설법의 대가로 공양을 받지 않으신다. 중생들의 공양을 받는 것은 그들의 이익을 위한 또 하나의 방편일 뿐이다. 그러자 다니야는 소유의 기쁨을 이야기한다.

[다니야] 다 자란 송아지도 있고, 젖먹이 송아지도 있고, 새끼 밴 어미소 뿐만 아니라 성년이 된 암소도 있고, 암소의 짝인 황소 또한 있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

그러자 부처님은 다니야가 소유한 어떤 것도 없으니 ‘하늘이여, 비를 뿌리려거든 뿌리소서’라고 말씀하신다. 재가의 삶이 소유를 통한 행복이라면, 출가의 삶은 소유를 버림으로써 얻는 행복이다. 그래서 ‘법구경’ 302게송에서는 “출가는 어렵고 거기에 기뻐하기도 어렵다”는 가르침이 설해진다. 바른 안목[정견]이 없이는 버림을 통해 행복을 얻지 못하게 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재가의 삶보다 출가가 안락하다는 것이 아니라 ‘속박을 끊고 해탈을 성취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출가의 이익을 말씀하신 것이다. 다니야는 이러한 부처님 말씀을 듣고 귀의하여 재가신자의 길을 걷게 된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69호 / 2021년 1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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