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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포교 일상에서 마주한 사유, 시가 되다

  • 불서
  • 입력 2021.01.11 14:05
  • 호수 1569
  • 댓글 0

‘문 없는 문을 열고’ / 덕진 스님 지음 / 도서출판 천우

‘문 없는 문을 열고’

“아동, 학생, 군인, 청년, 노인들과 함께 대화하고 박수 치고 땀도 흘린다. 고통 번뇌의 약이 되고 방황자의 길이 되고 외로운 자의 벗이 되고 세상 맑히는 청량제가 되려고 힘쓴다. 내 시도 그렇게 되라고 작은 희망 가져 본다.”

울산 남구 옥동 공원묘지 입구에 자리한 포교·신행 도량 정토사. 이 도량을 일궈 33년째 도심포교를 펼치고 있는 주지 덕진 스님은 1992년 월간 ‘문학세계’로 등단한 시인이기도 하다. “시작(時作)이 수행의 한 부분이고 포교의 한 방편”이라 강조하는 스님의 시 창작 재료는 포교 현장이다. 포교하며 수행하며 틈틈이 써내려 간 스님의 시어들은 찬불가의 노랫말이 되어 불리는 경우도 상당하다. 그런 스님이 수행의 사유와 포교의 단상을 엮어 네 번째 시집을 냈다. ‘연꽃처럼 햇살처럼’ ‘맑은마음 고운세상’ ‘바다처럼(울산 이야기)’에 이어 6년 만이다. ‘문학세계 대표 작가선 939’라는 부제 아래 82편의 작품이 수록됐다. 

지난 6년 불사와 포교 중에 이어진 매 순간의 사유는 모두 시로 기록되었다. 물 흐르듯 쓰인 시어들은 작은 것에서도 깨달음을 마주하고 자연 속에서 안락의 환희심을 읊조린다. 천진불을 위한 시들을 읽노라면 악보도 함께 실려 있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된다. 때로는 뜨거운 경책도 담겼다. 스님 자신을 향한 죽비임과 동시에 불자들과 사회를 향한 시들은 독자들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고 등줄기를 서늘케 한다. 

“열심히 부지런히 사는 일도 쉴 틈 공간 있어야지/ 연뿌리와 연 줄기가 숭숭한 구멍으로 속이 비어도 고운 꽃 피우듯이…” ‘연꽃처럼’
“도시에 단독주택 조금 낡은 아파트 농촌 마을 집 빈집 빈방 많은데 주거 주택 모자란다는 보도만 하네 집이 남아돈다는 보도는 없네/ 전월셋집도 세입자 능력에 맞는다면 내 집처럼 살 수 있다는 말은 없네” ‘신문과 방송’

전 울산예총 회장이자 울산과학대 문예창작과정 이충호 교수는 스님의 시에 대해 “투명한 눈을 통해 전달되는 사물이 고운 빛으로 가슴에 와 닿는다”며 “구도자로서의 깨달음이기도 하지만 시인의 눈을 통해 얻은 깨달음이기도 하다”고 해설했다. 

코로나로 인해 두려움을 호소하는 세상, 스님의 시는 청량(淸凉)한 백신이 되기에 충분하다. 

“수행지침 순응하고 대중생활 충실하다 보니/ 나아야지 나아야지 이 생각도 사라졌다/ 음식 가려 먹고 건강 지켜야지/ 이 집념도 사라졌다/ 어느 날 보니/ 병고(病苦)의 늪에서 벗어나서/ 인연 따라 마음 따라 일상에 충실하다/ 병은 잊어버림이 최선약/ 건강 생각 없음이 내내 건강” 1만원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569호 / 2021년 1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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