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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련 새겨보기

기자명 법상 스님

주련은 부처님 가르침 담긴 성보

주련에는 찬탄 혹은 경책 등 담겨
불화처럼 체계적인 관리 요구돼
이제는 포교 위한 한글 주련 필요

김해 정암사 삼계주전(三界主殿). 주련 글 법상 스님·글씨 도정 권상호(塗丁 權相浩).
김해 정암사 삼계주전(三界主殿). 주련 글 법상 스님·글씨 도정 권상호(塗丁 權相浩).

주련(柱聯)은 부처님의 말씀이나 고승의 법문을 축약한 문구, 중요한 게송 등을 판자에 새겨 걸어 놓은 것을 말한다. 주련은 ‘영련(楹聯)’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주(柱)’와 ‘영(楹)’은 기둥을 나타낸다. 그리고 연(聯)은 연이어서라는 표현이다. 

주련의 내용은 건물의 주제에 맞게 시로 나타내는데 찬탄하여 더욱더 의미를 고양하기도 하고, 훈계나 격려 또는 경책하기도 한다. 주련의 바탕이 되는 판자 아래는 연잎이나 연꽃, 당초(唐草) 문양 등을 새긴다. 문양은 주련의 문장이 경직된 문구라면 이를 좀 더 완화하고, 흥부(興賦)하는 문구라면 더욱더 이를 북돋는 역할을 한다. 

주련은 한자로 나타낼 때는 사구(四句)나 오구(五句), 칠구(七句) 등으로 이뤄지며 한글로 쓰일 경우도 정형화된 문구로 맞추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듯 주련은 건축을 장식하는 기능도 있고 문구를 더한 판자는 건물의 격을 높이는 역할도 가지고 있다. 주련은 건물의 이름을 알리는 편액(扁額)과 어우러져 그 기능을 전하는 데  일조한다. 

사찰에 걸리는 주련은 각 전각에 봉안된 주존(主尊)을 찬탄하는 내용을 경전에서 인용하거나 시문을 지어 탄백(歎白)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늘날 사찰의 주련에도 찬탄이나 경책 등이 있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한자 교육을 받지않은 세대들은 곁눈질하듯 지나가기에 기능을 상실한 지가 이미 오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뭐든지 사랑받지 못하면 관심에서 멀어지고 도외시되기 마련이다. 사찰의 여러 장엄 가운데 주련은 속된 말로 왕따를 당하는 신세가 됐다.

그러다 보니 사찰의 주련은 글자가 틀리거나 글을 쓴 묵객들이 만용을 부려 글자를 제멋대로 뜯어고치거나 하는 일들이 많다. 하지만 이를 누구도 추려내지 못한 채 걸려있는 경우를 보면 참으로 가슴 아프다. 

또 주련의 순서를 잘못 걸어서 문장이 뒤죽박죽 한 것도 너무 많다. 문자에 치우쳐서 내용을 해석하다 보니 부실하거나 더러는 잘못 해석하는 예도 왕왕 있기에 이를 바로 잡고자 했으나 나도 모르게 내부 고발자가 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러나 나는 부처님을 등불로 여기는 사문이다. 틀린 곳을 바로잡고자 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는 것도 미리 밝혀 두고자 한다.

주련도 삼보에 대비해 본다면 법보에 해당한다. 주련의 내용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인용하거나 삼보를 찬탄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주련도 건물이나 불화, 벽화처럼 체계화된 관리가 필요하다. 보호받을 것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주련은 특성상 햇볕과 비바람에 노출되어 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주련도 부처님 말씀을 전하는 하나의 방편이기에 적절히 활용한다면 포교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시류(時流)에 따라 한글로 된 주련이 필요하다. 물론 조금씩 적용되고 있다는 것은 다행이지만 아직 미미하다. 

주련에 대한 올바른 내용을 전하기 위해 전국 방방곡곡 사찰을 방문해 자료를 모아 출처와 내용을 추슬러 지난해 ‘사찰에서 만나는 주련(정암사 입설산방)’을 냈다. 934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은 500권 한정으로만 발간했다. 죄송하지만 더 인쇄할 여력은 없다. 때마침 법보신문을 통해 책의 일부 내용이나마 소개할 수 있게 돼 그저 반가울 따름이다.

김해 정암사 주지 bbs4657@naver.com

[1569호 / 2021년 1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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