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에 소중한 한 생명 태어나 다행입니다. 이번 생에 그대를 만난 것은 기쁨입니다. 이번 생에 부처님과 불법을 만나서 행복합니다. 이번 생에 우리 함께 수행할 수 있어 희망이 열립니다.”
새해 첫 날, 새로운 희망으로 새날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마음 인사를 적어 보냈습니다.
코로나19로 가지 못했던 곳의 풍경사진을 봅니다. 같은 곳, 같은 장소의 풍경이라도 때에 따라 사진 속 풍경이 달라지듯, 지난해 못했던 수행을 꾸준히 하고자 하는 서원도, 이루고 싶은 소망도 시간 속에서 선명해지기도 하고 빛을 잃어가기도 합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스스로 결심한 것들인데도 실천으로 옮기는 일은 어렵게 느껴집니다. 작심삼일이 되어 곧 빛을 잃을 수도 있을 계획과 서원이 내가 진정 실천 가능한 일인가 새겨봅니다.
언어 장애와 손기능 장애가 있는 내가 노래를 유창하게 부르겠다거나 속기사가 되겠다는 계획은 이룰 수 없는 소망이지만, 위로가 되는 시 한편 쓰고 매일 부처님 말씀 한 구절 뽑아 전하고자 하는 서원은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서원이요 계획입니다.
부처님께서도 강조하신 부지런함으로 꾸준히 하면 어려운 순간을 이겨내고 올바른 길에서 바른 행을 통해 그것을 이뤄가는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되겠지요.
다행스럽게도 소중한 한 생명으로 태어나 서로 인연이 돼 만난 것은 기쁨이고, 부처님과 불법을 만나서 행복하고 함께 수행할 수 있어 희망이 열리리라는 새해 첫 안부 속에는 혹시라도 앞선 세월에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못하고 다른 누군가와 비교한 적이 있다면 미안하다는 마음도 함께 담아 보냈습니다.
어느 해 1월, 눈 쌓인 암자에서 만난 스님이 한 분 계십니다. 스님께서는 “우리는 구조적으로 장애가 있는 사회 속에 살고 있습니다. 사람이든 사회적이든 누구에게나 있는 그 장애는 단지 정도의 차이일 뿐입니다. 장애가 사는 일에 걸림이 되긴 해도 살만하지요?”라는 선문답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법문이 끝나고 절을 내려오는 길에 스님은 일주문까지 배웅을 해주시며 “눈길 조심히 내려가라”는 말 대신 “다음에 또 오라”는 인사를 해줬습니다. 이 인사는 아직까지 제 마음의 법문으로 남았습니다.
미끄러운 눈길을 내려가야하기에 내심 저에 대한 걱정이 크셨을텐데 도 그리 말씀하심은 쉽지 않을 일이고, 저 역시 흔히 듣지 못하는 인사였기에 불자로서 사는 데 힘이 됐던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며 1년을 살게 될 것입니다. 그 만남 속에서 꿈과 계획을 이뤄나가고 서로 배려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동행을 하게 될 것입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삶 속에서 실천하다가 새해 초입에 다시 오라고 말하셨던 스님의 말씀을 떠올립니다. 배려하고 진정한 동행이 돼 주는 것은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서 시작됨을 스스로에게 말해줍니다.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사람이든 상대를 존중해주고 믿어주며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맞들어주어야겠습니다.
최명숙 보리수아래 대표 cmsook1009@naver.com
[1569호 / 2021년 1월1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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