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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화가 김영택 화백 1월13일 병환으로 별세

  • 부고
  • 입력 2021.01.14 10:14
  • 수정 2021.01.15 09:55
  • 호수 1570
  • 댓글 0

한국 펜화장르 개척 중중무진한 화엄세계 화폭에 옮겨
1월20일~2월15일, 서울 인사아트센터서 대표작 전시

펜화가 김영택 화백이 1월13일 병환으로 별세했다. 사진=포토그래퍼 김녕만

사찰 등 전통 건축물의 아름다움을 섬세한 펜으로 세밀하게 재현해온 펜화가 김영택 화백이 1월13일 병환으로 별세했다. 빈소는 인천 동구 청기와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월15일 오전 5시30분이다.

김 화백은 30여년 한국에 펜화장르를 개척해온 작가다. 그는 날카롭고 차가운 펜을 움직여 인물과 나무, 꽃뿐 아니라 국내외 건축문화재와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경주 황룡사 등 중중무진한 화엄의 세계를 화폭으로 옮겼다. 그의 펜화는 0.05mm의 예술로 불린다. 1mm 안에 다섯 개의 선을 그려 넣는 세밀한 표현을 통해 펜화를 새로운 예술의 장으로 탄생시켰다. 하지만 새로운 세계를 열기 위해서는 이전의 세계를 허무는 고통의 시간이 필요했다.

▲ 김영택 作 ‘황룡사 전경(645년)’.

김영택 화백은 소위 ‘잘나가는 디자이너’였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광고 분야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광고디자인 외에도 제품디자인, 인테리어디자인에도 높은 안목을 보였다. 산업디자인의 최고봉인 ‘기업 이미지 전략 디자인’ 분야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내며 외국의 디자인업계로부터 러브콜도 받았다. 1993년에는 세계적인 권위의 국제상표센터(ITC)에서 선정한 ‘디자인 앰베서더’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던 1994년 벨기에에서 개최된 제1회 세계 로고디자인 비엔날레 초대작가로 참석해 우연히 펜화를 보게 된 후 다자이너가 아닌 펜화가라는 낯선 길을 선택했다. 전국을 여행하며 펜으로 아름다운 우리 자연과 그 속에 어우러진 전통문화재를 그리기 시작했다. 펜화는 인고의 결과다. 한 점의 펜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차례 같은 장소를 방문하고 며칠, 몇주, 심지어 몇 달을 붙잡고 매달렸다. 그렇게 수행의 과정과도 같은 노력의 결과 양산 통도사, 해남 미황사, 금강산 신계사, 부산 범어사, 영주 부석사, 순천 선암사 등 전국의 건축문화재가 정교하면서도 품격 있는 펜화로 재탄생됐다.

김영택 화백은 2019년 초 병원에서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수술이 불가능해 항암치료를 받는 사이 미황사에 머물면서 절수행과 함께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지난해 암을 이겨내는 듯 보였으나 최근 건강이 악화됐고, 1월13일 75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김영택 作 ‘로마 콜로세움’.<br>
김영택 作 ‘로마 콜로세움’.

한편 김영택 화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1월20일부터 2월15일까지 서울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한국에서 태어난 세계의 기록화’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돈의문, 흥인지문, 영은문 등 우리 문화재를 담은 복원화 10점과 로마 콜로세움, 노르망디 몽생미셸 수도원 등 해외 문화재 30점을 볼 수 있다.

김 화백은 1월12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금까지 베풀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받은 게 더 많은 것 같다”며 “김종규 문화유산국민신탁 이사장, 이호재 가나문화재단 회장,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 등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전시회를 열게 돼 감사를 드린다. 펜으로 재현한 대표작을 통해 그동안의 고마움을 대신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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