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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구미시의원의 사과와 불교예산

  • 기자칼럼
  • 입력 2021.01.14 16:22
  • 수정 2021.01.14 16:47
  • 호수 1570
  • 댓글 1

전통사찰 구미 대둔사 문화재 보수지원 예산이 혈세낭비라며 공개석상에서 불교폄훼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홍난이 구미시의원(더불어민주당)이 결국 사과했다. 홍 의원은 1월5일 장세용 구미시장과 함께 대둔사 주지 자성 스님을 예방하고 고개를 숙였다.

앞서 홍 의원은 지난해 12월14일 구미시의회 예산안 심사에서 대둔사 문화재 보전지원 예산을 신청한 장미경 의원을 겨냥해 “본인이 다니는 사찰의 예산편성에 앞장섰다”며 “사업 타당성보다는 이해충돌적인 예산”이라고 공개 비난했다. 이어 개인 SNS를 통해 “혈세가 1인 사찰에 모두 집행됐다”며 “한 시의원이 신도인 절에 시민들이 납득할까? 차라리 절을 새로 지으라”고 말하며 인신공격성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같은 당 안장환 의원도 문화재 보유 사찰에 대한 예산배정을 문제 삼으며 마치 전통사찰의 보수지원비가 특혜인양 거들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구미 내 사찰 신도회와 신행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28일 더불어민주당 경북도당과 구미시 지역위원회를, 다음날에는 구미시의회를 방문해 공식 항의했다. 지역불교계가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자 홍 의원은 1월7일 자신의 SNS에 사과의 글을 게재했다. 홍 의원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발언은 불교계를 폄하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관련시의원의 이해충돌적 예산 신청을 문제 삼기 위한 것이었다”며 “그 발언으로 상처를 받은 분이 계시다면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둔사 집행 예산과 불교폄훼 발언이 담긴 게시물도 삭제했다.

홍난이 의원 SNS 갈무리.
홍난이 의원 SNS 갈무리.

홍 의원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공식사과하면서 대둔사 예산 논란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홍 의원의 이번 발언은 틈만 나면 전통사찰 보존을 위한 지원예산이 특혜인 것처럼 몰아붙이는 일부 타종교인들의 시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전통사찰이 민족문화 유산의 보고이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관광자원이라는 점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국민 문화 복지에 기여하는 공익적 성격이 강한 준공공 시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국가는 전통사찰과 문화재를 보존 계승하기 위해 국가 예산을 지원하도록 법률로써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문화재 보수를 위해 지원되는 예산을 불교계의 특혜인양 주장하는 것은 전통사찰과 문화재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다만 이 같은 논란은 불교계가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없진 않다.

임은호 기자
임은호 기자

그동안 불교계는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예산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예산 집행에 대한 충분한 설명 없이 친분 있는 정치인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적지 않았다. 예산 신청에 대한 복잡한 절차와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탓일 수 있다. 이렇다보니 정당하게 요구하고 받아야 할 예산임에도 특정 정치인에 의한 특혜예산으로 내몰리기 일쑤였다. 때문에 이번 논란을 계기로 불교계도 정부 혹은 지자체 예산 신청과정에 대한 세밀한 점검이 필요하다. 정당하게 받아야 할 예산을 두고 특혜시비에 휘말리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불교계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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