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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담아 선물 보냈더니 ‘사랑한다’ 동영상이 왔네요”

  • 교계
  • 입력 2021.01.14 16:38
  • 수정 2021.01.14 16:45
  • 호수 1570
  • 댓글 4

지현 스님이 받은 특별한 메시지

청량사 어린이법회 못해 택배로 아이들에 ‘맞춤형 선물’
메신저로 속 감사 메시지엔 “보고 싶다” 그리움도 가득

“스님, 저는요, 원래는 스님 무척 좋아하는데요, 이거 저한테 주셔서 더 사랑해요.”

여섯 살 효원이는 앙증맞은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어 보이더니 “뿅뿅뿅” 입소리를 내며 스님에게 ‘하트총’을 사정없이 날렸다. 동영상 속 효원이는 청량사 어린이법회에 참석하는 어린이불자다.

요즘 조계사 주지 지현 스님은 틈날 때마다 스마트폰 속 영상과 사진을 들여다본다. 내복 바람인 줄도 모른채 선물받은 택배 상자를 들어 보이거나, 선물 상자에서 나온 손난로를 뺨에 부비며 지어 보이는 세상 행복한 표정의 사진을 비롯해 스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아이들의 동영상은 몇 번을 되돌려봐도 볼 때마다 웃음이 지어진다.

“스님, 이거 갖고 싶었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이 선물 너무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 우리도 튼튼하게 자랄께요. 사랑해요.”

메신저를 타고 동영상으로 전해진 지현·승현이 남매의 갑작스러운 사랑 고백에 지현 스님도 결국 웃음이 터지고야 말았다.

지현 스님은 아이들이 보내온 영상을 보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현 스님은 아이들이 보내온 영상을 보이며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현 스님은 청량사 주지 소임을 맡던 30여년 전부터 매년 크리스마스 전날 ‘아기예수 탄생 축하 대잔치’를 가졌다. 크리스마스에 연말까지 겹치면서 전국이 술렁이는데, 어린이법회에 나오는 아이들은 특별한 즐거움이 없어 혹시라도 소외감을 느낄가 걱정스러운 마음에 “아기예수 생일을 우리도 함께 축하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그렇게 사찰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전날 축하 잔치가 30여년 넘게 이어졌다. 송년모임을 겸하기도 한 이 자리에서는 한 해 동안 열심히 어린이법회에 참석한 모든 아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주며 축하해줬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지난해 연말, 이 작은 즐거움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청량사어린이법회 참석하는 아이들이 보내온 사진.
청량사어린이법회 참석하는 아이들이 보내온 사진.

그래서 스님은 아이들에게 직접 선물을 보내기로 했다. 서울 조계사 주지 소임을 맡은 이후 청량사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날 기회가 줄어들면서 쌓여만 가던 그리움도 선물에 담았다.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 중학생 등 각각 아이들의 연령과 평소 좋아하던 취향까지 떠올리며 ‘꼭 갖고 싶은 선물’을 골랐다. 인터넷을 뒤져 ‘초등학생 4학년 남자아이가 좋아할 선물’ 등을 검색하기도 하고, 경험 많은 엄마들에게 ‘자문’을 받기도 했다. 그렇게 고르고 고른 선물을 포장해 50여명 아이들 이름으로 하나하나 발송했다. 엄마나 아빠 앞으로 온 것이 아닌 자신의 이름으로 온 택배를 받은 아이들의 즐거움은 더 컸다. 그 즐거움을 담아 아이들은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해 스님에게 보냈다.

“청량사 어린이법회 참석하는 아이들 중에는 유치원 때부터 절에 오기 시작해 초등학생, 중학생이 된 아이들도 많습니다. 오랜 기간 매주 스님과 만나던 아이들이었는데 코로나가 확산되면서는 한 달에 한번 만나기도 힘드니…. 이렇게라도 얼굴 보여주고 목소리 들려준 아이들에게 참 고맙습니다.”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어 서로의 체온을 전해줄 수는 없지만 스님의 마음속에 아이들이 있음을, 아이들의 마음속에 스님이 있음을 확인하기에 스마트폰 화면은 결코 작지 않았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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