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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그리고 우리 사이에 사랑의 꽃이…

“사마 외도도 불성이 있기 때문에 공경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극단적인 공경을 주장한 스님이 있었다. 삼계교의 창시자 신행 스님이다. 그는 중국 수나라 때부터 당나라 초기에 걸쳐 활동했다. ‘법화경'에 나오는 상불경(항상 누구나 공경한다는 의미)보살을 닮고자 평생 노력했다. 일체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존엄하기 때문에 그들을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구체적인 실천행이 요즘의 자원봉사운동과 유사한 무진장운동이다.

새삼 신행 스님을 언급한 것은, 작금의 한국사회가 너무 메말라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최근 한국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파생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 갈등도 여느 시대 못지않게 심하다. 특히 개혁의 당위성과 대상에 대한 논의는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각자의 논리에 입각한 대립과 갈등이 양산되고 있다. 다양한 논의가 바람직한 사회건설의 자양분이 되리라 생각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그 의견을 경청하는 자세 속에서 건강한 한국사회의 미래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불안과 혼란 속에, 신년 벽두부터 가슴 아프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바로 정인이라는 어린이의 학대와 죽음이다. 입양한 어린이를 학대해 죽음으로 몰아넣은 부모의 처사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태어나 버림받은 아이를 입양하는 행위는 아름다웠지만, 양육 과정에서 드러난 비이성적인 행태, 그러한 학대의 종착지가 어린 생명의 죽음이었다. 아동학대와 인명 경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한국사회의 정신적 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지?

지금은 아니지만 필자의 어린 시절을 회고해 보면,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하던 때가 분명 한국사회에도 있었다. 사랑의 매라는 명분으로 자식을 학대하던 부모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선진국에서는 부모가 어린 자식을 때려도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부모의 입장을 무시한 현실성 없는 법률이며, 그것은 오히려 전통적 가치관을 훼손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이러한 것들은 대부분 아동학대가 아닐 수 없었다.

이제 세상은 변했다. 아니 타당한 방향으로 변해 왔다. 그것은 누구나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인식의 확립이다. 설사 어린 자녀라 할지라도, 그들이 비록 자율성이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하나의 인격체로 마땅히 존중받아야만 하며, 그렇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살펴주는 것이 부모나 사회의 의무라는 인식의 확립이다. 불교적으로 본다면, 존재 자체는 무엇 하나 불성의 드러남 아닌 것이 없다는 인식의 구현이다. 그래서 대승불교 이론에서는 이 세상에는 ‘깨달은 부처와 깨닫지 못한 부처가 있을 뿐’이라 강조하는 것이다. 인권의 본질적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라 본다.

정인이가 다시는 학대와 아픔이 없는 세상에 태어나길 간절하게 기도한다. 우리 자신이 어리석음과 어둠으로 표현되는 치암(痴闇)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았으면 한다. 우리에겐 시비곡직을 떠나 사물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파악하고, 그것을 존중해 주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불교적으로는 무득정관을 통한 무분별 세계의 확충이다. 그것은 바로 치암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인간은 걸어다니는 불성이며, 그 속에 존엄한 부처의 본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사회의 구성원을 모두 부처님처럼 인식하고 공양하라는 선지식들의 법문이 생각나는 이유이다.

차차석 동방문화대학원대 교수 svhaha@hanmail.net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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