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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하늘나라에 태어나길 바라는 바라문들을 교화하다

자신의 선한 의지가 곧 천국 가는 열쇠

천국 가는 법 묻는 이들에게
바른 길 실천하는 법 일러줘 
신에게 매달리는 삶 버리고
선한 행위와 선한 노력 필요

종교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후세계이다. 종교마다 죽어서 가는 어떤 세계를 말한다. 현실의 우리는 그 세계를 경험하지 못한다. 그래서 실제 그러한 세계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알 수 없기에 인간들은 그 세계를 두려워한다. 그리고 그 세계를 관장하는 절대자를 상정해 놓고는 그를 숭배하는 방식으로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애를 쓴다. 

기독교에서는 지옥, 연옥, 천국이란 세계를 설정해 놓고 있다. 불교에서는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국의 여섯 가지 세계를 말한다. 기독교에서 천국은 영원한 천국이며, 지옥도 영원한 고통의 세계이다. 그러나 불교의 지옥이나 천국을 비롯한 세계들은 그저 윤회의 세계일뿐이다. 창조주라고 불리는 신조차도 그저 윤회하는 중생일 뿐이다. 결국 인간도 무지의 존재이고 신도 무지의 존재일 뿐이다. 그래서 불교는 신이 되거나 천국에 태어나는 것을 궁극의 지향점으로 삼지 않는다. 

고대 인도인들은 신에 대한 절대적 믿음을 갖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해 보고자 노력하였다. 그들은 죽어서 신의 세계에 태어나길 강력히 희구하였다. 그런 만큼 그들은 어떻게 해야 천국에 태어날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어느 날, 코살라국에 있는 바라문들의 집성촌인 살라(Sālā)마을에 부처님이 가시게 되었다. 그곳의 장자이자 바라문들은 부처님을 찾아뵙고, 그토록 궁금해 하는 천국에 태어나는 방법에 대해 여쭙게 된다. 그 내용이 ‘맛지마니까야’ 살레야까숫따(Sāleyyakasutta)에 기록되어 있다.

[바라문 장자들] 친애하는 이 고따마여, 어떠한 원인 어떠한 조건으로 어떠한 중생들이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납니까? 그리고 어떠한 원인 어떠한 조건으로 어떠한 중생들이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나라에 태어납니까?

[붓다] 장자들이여, 가르침이 아닌 것을 따르고 바른 길이 아닌 것을 실천하는 것을 원인으로 어떤 중생들은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괴로운 곳, 나쁜 곳, 타락한 곳, 지옥에 태어납니다. 장자들이여, 가르침을 따르고 바른 길을 실천하는 것을 원인으로 어떤 중생들은 몸이 파괴되고 죽은 뒤에 좋은 곳 하늘나라에 태어납니다.

바라문들은 부처님을 ‘친애하는 이(bho)’라고 호칭한다. bho는 ‘벗, 친구, 선생’ 정도의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말로 바라문들이 서로를 존중하는 호칭으로 주로 사용된다. 이들이 당시 북인도 일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스승인 부처님을 찾아가 지옥과 천국에 가는 원인과 조건을 여쭙고 있는 것이다. 이에 부처님은 ‘가르침을 따르고 바른 길을 실천하는 것’을 통해 천국에 태어나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태어난다고 말씀하신다. 그러자 바라문들은 보다 상세하게 그 의미를 말씀해주실 것을 청한다.

바라문들의 거듭된 청에, 부처님은 십악업(十惡業)과 십선업(十善業)에 대한 가르침을 주신다. 십악업이란 몸으로 짓는 세 가지(죽이는 것, 주지 않는 것을 빼앗는 것, 잘못된 성과 관련된 행위), 말로 짓는 네 가지(거짓말, 이간질, 욕설이나 저주, 꾸며대는 말), 생각으로 짓는 세 가지(탐욕, 분노, 잘못된 견해)의 나쁜 행위[業]를 말한다. 여기에서 잘못된 견해란 인과를 부정하거나 도덕적 원리를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의 반대가 십선업이다. 

결국 우리가 죽은 뒤에 가는 세상은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절대자나 상상의 어떤 신이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열 가지 행위로 인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신을 두려워하여, 공물을 바치는 것이 아니라, 선한 의지를 갖고 자신과 세상을 맑고 밝게 하고자 하는 그러한 구체적인 선한 행위는 지금 이곳을 좋은 곳, 선한 곳,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며, 나아가 그것을 원인과 조건으로 천국에 스스로 가게 되는 것이다. 

신에게 매달리는 맹목적 삶을 버리고, 자신의 선한 의지야 말로 천국으로 가는 열쇠라는 가르침을 받은 바라문들은 부처님께 귀의하고 재가신자로서의 삶을 실천하게 되었다.

이필원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nikaya@naver.com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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