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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 법문으로 본 초기 선종 사상

  • 불서
  • 입력 2021.01.18 14:08
  • 호수 1570
  • 댓글 0

‘달마어록’ / 보리달마 지음‧일수 스님 옮김 / 불광출판사

‘달마어록’

“내가 즉위한 이래 오늘까지 많은 절을 짓고, 많은 경전을 사경하고 또 수많은 승려에게 공양을 해왔소. 이 모든 것들이 얼마만큼의 공덕이 되겠소?” “전혀 공덕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이 무엇입니까?” “아무 성스러울 것도 없는 커다란 공(空)입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대는 누구십니까?” “모르겠습니다.(不識)”

남천축국 향지왕의 셋째 왕자로 태어나 인도 27대조 반야다라에게 법을 받은 보리달마는 “내가 열반에 든 후 67년 뒤에 동쪽 나라에 가서 법약(法藥)을 크게 베풀라”는 스승의 뜻을 받들어 중국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불심이 깊어 ‘금강경’을 강의할 정도로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었던 양무제도 달마의 스승 반야다라가 예언한 것처럼 유위법의 인연 짓기를 좋아할 뿐 법기(法器)는 아니었다. 달마는 곧바로 무제를 떠나 양자강을 건넜다. 그리고 하남성 등대현 숭산에 올라 면벽 수행에 들어갔다. 

보리달마가 그곳 소림사에서 수행하고 혜가에게 전한 법은 중국에 선종을 태동시켰고, 오늘날 한국불교의 선종 역시 그 달마에서부터 시작된 가르침이다. 하지만 정작 중국 선종의 초조인 보리달마가 구체적으로 어떤 가르침을 전했는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오랜 시간 출‧재가 수행자들에게 보리달마 법문으로 알려진 ‘이입사행론’ ‘혈맥론’ ‘관심론’ ‘오성론’ 등을 강의해온 전 백양사 운문선원장 일수 스님이 보리달마의 법문을 엮어 ‘달마어록’으로 펴냈다.

그러나 ‘달마어록’이 보리달마의 법문을 담고 있다고 하지만, ‘이입사행론’ ‘혈맥론’ ‘관심론’ ‘오성론’ 등은 보리달마 생존 당시에 기록된 것이 아니라 당나라 초‧중기인 7∼8세기에 성립됐다. 때문에 보리달마의 법문만을 추려서 오롯이 담아낸 것인지, 혹은 후대에 첨삭이 이루어진 것은 확실하지 않다. 그럼에도 이 ‘달마어록’에 초기 선종 사상이 고스란히 녹아 있기에 그 자체가 갖는 가치는 결코 적지 않다.

그래서 일수 스님도 보리달마 가르침의 핵심을 체험으로 꿰뚫고 있음에도 “자의적 해석은 군더더기”라 여겨 별도의 해설을 붙이지 않고 정확한 번역에만 집중했다. 덕분에 독자들도 보리달마의 가르침을 직접 이해하고 네 가지 문헌에 숨겨진 초기 선종의 사상을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2만8000원.

심정섭 전문위원 sjs88@beopbo.com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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