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돕는다는 것은
남을 돕는다는 것은
  • 황산 스님
  • 승인 2021.01.18 14:59
  • 호수 157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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돕는다는 것 자체가 곧 수행
원력 세우고 발보리심도 필요
도울 대상 돼주는 것도 감사

남을 돕는 것은 큰 수행이다. 큰 수행이라는 것은 공부가 많이 된다는 뜻으로 고통이 따른다. 좋은 일을 하면 행복해져야지 왜 고통이 따를까?

도움 받는 사람이 고통에 시달릴수록 욕심·성냄·시기·질투·절망·우울 등의 망념에 빠져들게 되고 그것은 다시 상대에게 그대로 표출된다. 자신을 도우러 온 사람이 고마우면서도 말과 행동은 고슴도치처럼 되어버린다. 도우러 갔다가 가시만 잔뜩 찔리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서로 상처 없이 행복하려면 원력을 세워야하고 그러려면 발보리심이 필요하다. 발보리심이란 깨달음을 향한 마음으로, 남을 깨닫게 하려는 노력이 크면 클수록 깨달음에 더 가까워진다.

남을 돕는 것이 어째서 수행일까? 첫 번째는 대상에 대한 이해·배려·공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마음은 한결같지 않다. 108가지 마음이 중첩돼 있기에 돕는다고 무조건 감사하게만 생각하지 않는다. 겸손의 마음 뒤에 욕심과 우울함이, 감사의 마음 뒤에 시기·질투의 마음도 숨겨져 있다. 긍정적인 것 같으면서도 부정적이고, 즐거운 듯하면서도 부정적이다. 그러니 가까이서 돕다가는 배신·오해·구설·싸움 등의 많은 갈등을 겪게 된다. 그 경험들이 마음공부인 줄 알면 오히려 수행의 좋은 도구로 삼을 수 있게 되니 큰 수행이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남을 돕다보면 자신을 더 잘 보게 된다. 자신의 번뇌를 속속들이 이해해야 남을 잘 도울 수 있다. 자신을 알지 못하면 상대와 갈등할 수밖에 없다. 갈등하면서 나와 남이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되고 자신의 내면 깊숙이 깔려 있는 미세번뇌까지 뿌리 뽑을 수 있게 된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선 한없는 번뇌를 다 끊어야 한다. 번뇌는 틀어막는다고 사라지지 않고 확연히 알아차릴 때 끊어진다. 내 번뇌가 많을수록 상대의 번뇌도 많아진다. 내가 평온하고 행복한 상태로 남을 도우면 상대도 그렇게 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내가 업장이 두터울 땐 생각과 몸은 남을 돕지만 상대가 느끼기엔 허영과 이기심·욕심·오만 등으로도 비춰진다. 그리되면 배신과 갈등·오해·구설 등이 생기기 십상이다.

사람의 마음은 시시각각 변하고 해마다 또는 나이 때마다 변하기 마련이다. 살면서 실수 안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오해·불신·불안 등에서 초연히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그렇거나 상대가 그렇다. 그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않으면 잘 지내다가도 절교하게 된다. 인연이 다하면 끊어지게 되는 것이 우리 일인데 내가 일부로 끊을 필요는 없다. 남을 돕겠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더 어려워지는 결과를 초래하기 쉽다. 남을 돕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고 방향을 돌려야 한다.

그러면 내가 도우려는데 그 대상이 되어주니 감사할 뿐이다. 상대가 화를 내든 욕심을 내든 어리석든, 그는 불쌍한 중생이다. 도울 수 있는 대상이 돼주어 마냥 고맙기만 하다. 상대가 가난하든, 부자든, 장애가 있든, 병이 들었든, 건강하든 결국 중생이다. 부처님 법 만나게 해줄 수 있는 것만 해도 내게 영광이다. 차별심을 사라지게 해주니 고맙기만 하다.

남을 도우려면 팔정도와 육바라밀을 늘 닦아야 한다. 남을 도울 때마다 팔정도와 육바라밀은 더더욱 잘 닦여져서 견고해지니 남을 돕는 것과 수행은 상생관계이다.

황산 스님

보시·지계·인욕·정진·선정·지혜의 바라밀은 남을 돕기 위한 것이고, 돕다보면 바라밀이 하나하나 맑아진다. 정견·정사유·정어·정업·정명·정정진·정념·정정의 팔정도도 남을 돕기 위해 있는 것이고 돕다보면 팔정도 하나하나가 완성돼 간다. 육바라밀과 팔정도를 이해하고 닦겠다는 서원은 남을 돕는 실천으로 더 강력해지고 그렇게 되면 대상이 어떻게 나타나든 흔들리지 않고 보살도의 길로 가게 된다. 그러니 남을 돕는 일과 육바라밀 공부를 당장 실천해보자.

황산 스님 울산 황룡사 주지 hwangsanjigong@daum.net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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