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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사랑 ②

기자명 박희택

부처님이 행하는 자비가 무연자비

자비에는 세가지가 있으니
중생연·법연·무연자비 있어
절대평등 자비가 무연자비
오직 불타만이 행할 수 있어

고대 그리스인들이 사랑을 에로스(eros, 갈애적 사랑)–필리아(philia, 철학적 사랑)–스테르게트론(stergethron, 형제적 사랑)–아가페(agape, 헌신적 사랑) 순으로 구분하였듯이, 용수보살은 자비를 중생연자비–법연자비–무연자비 순으로 나누어 설하였다. ‘대지도론’ 제50권 발취품(發趣品) 가운데 해당 법설을 독송해 보기로 하자. “자비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중생연자비와 법연자비와 무연자비이다(悲有三種 衆生縁法縁無縁). 이 가운데에서 무연대비를 말하여 구족하다고 하나니(此中説無縁大悲名具足), 이른바 법성이 공하고 나아가 실상도 또한 공한 이것을 무연대비라 한다(所謂法性空乃至實相亦空 是名無縁大悲).”

위 말씀은 구체적으로는 자비에 관한 지혜[慈悲智]를 논석한 내용인데, 무연자비를 무연대비로 명시하고 있으며, 법성의 공함을 깨닫고서 행하는 법연자비에서 나아가 실상의 공함까지 또한 깨닫고서 행하는 자비를 무연대비라 정의하고 있다. 이 무연대비야말로 자비에 관한 지혜가 구족한 것이라 하였다. 중생연자비는 법성과 실상의 공함을 깨닫지 못하고서 행하는 자비이다. 무연자비가 대비(大悲)의 이름을 띤다면, 법연자비는 중비(中悲)로, 중생자비는 소비(小悲)로 칭해진다.
불타가 대상에 관계없이 절대평등하게 행하는(無緣) 자비가 무연자비이고, 아라한이나 삼승(성문·연각·보살)이 모든 존재를 대상으로 행하는(法緣) 자비가 법연자비이며, 중생이 중생을 대상으로 행하는(衆生緣) 자비가 중생연자비이다. 이것이 삼연자비(三緣慈悲)의 주체와 대상인데, ‘대지도론’ 제20권 사무량의(四無量義)에서 자세히 설해지고 있다.

같은 곳에서 중생연자비의 자심(慈心)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재물을 주는(與財物) 것으로, 법연자비의 자심은 금 은 보물을 주는(與金銀寶物) 것으로, 무연자비의 자심은 여의진주를 주는 것(與如意眞珠)으로 비유하였다. 삼연자비의 비심(悲心)에 대해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시방 중생들의 괴로움을 관찰하고는(以憐愍心遍觀十方衆生苦), 가엾은 중생들이 이런 갖가지 괴로움을 받지 않게 하리라는 생각을 한다(作是念衆生可愍莫令受是種種苦)”고 하였다.

또한 “보살은 실상에 깊이 들어간 연후에 중생을 가엾이 여기나니(菩薩深入實相 然後悲念衆生), 비유컨대 마치 외아들을 가진 사람은 좋은 보물을 얻게 되면 깊은 마음으로 사랑하고 생각하면서 외아들에게 주려고 하는 것과 같다(譬如人有一子 得好寶物則深心愛念欲以與之, 대지도론50 발취품)”고 설하고 있다.

법연자비를 행하는 보살이 무연자비로 나아감에 있어서, 실상의 공함을 깨닫고 나서야 무연자비를 행하는 단계로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이 최상의 단계에서는 애념과 비념이 동시에 일어남을 보여주어 자심과 비심은 합일됨을 확인시켜 준다. 자심과 비심이 합일된 거룩한 자비는 오직 불타만이 행할 수 있는 것이다.

“무연이라 하는 이 인자함은 오직 모든 불타에게만 있는 것이다(無縁者 是慈但諸佛有). 왜냐하면 모든 불타의 마음은 유위나 무위의 성품에 머무르지 않고(何以故 諸佛心不住有爲無爲性中), 과거세 미래세 현재세에 의지하지도 않기 때문이다(不依止過去世未來現在世). 모든 조건 지어짐이 진실하지 않고 전도되어 허망한 줄을 아시기에 모든 불타의 마음은 조건 지어지는 바가 없다(知諸縁不實顛倒虚誑故 心無所縁, 대지도론20 사무량의).”

일찍이 ‘증일아함경’ 제31권 역품(力品)에서 붓다께서 여섯 가지 힘으로 어린아이의 울음의 힘, 여자(여성성)의 성냄의 힘, 사문과 바라문의 참음의 힘, 국왕의 교만의 힘, 아라한의 정진의 힘, 불세존의 자비의 힘을 말씀한 바가 있다. 부처님이 부처님인 연유는 자비의 힘을 갖추고 홍익중생하여서이다.

“모든 불세존께서는 대자비를 성취하고(諸佛世尊成大慈悲), 그 대자비로써 힘을 삼아 중생들에게 널리 이익을 주느니라(以大悲爲力弘益衆生).”

박희택 열린행복아카데미 원장 yebak26@naver.com

[1570호 / 2021년 1월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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