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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전통사찰 경내지 77%가 ‘비종교용지’

  • 교계
  • 입력 2021.01.22 11:29
  • 수정 2021.01.22 11:38
  • 호수 1571
  • 댓글 0

조계종, 전통사찰 570개 토지 분석…전각 56%가 불법건축물
일제강점기 잘못 설정된 지목을 해방 후에도 적용한 게 원인
“국토부 지침으로 실 이용 맞게 경내지 ‘종교용지’로 바꿔야”

남양주시청은 지난해 ‘문화유산 토지정보 현실화 사업’을 진행, 봉선사를 비롯해 관내 전통사찰 경내지를 현재 용도에 맞게 종교용지로 변경했다. 사진은 복잡하게 필지가 분할돼 있을 뿐 아니라 경내지임에도 임야, 전답 등으로 분류된 지목을 항공촬영을 통해 확인하고 경내지 대부분을 종교용지로 변경했다.
남양주시청은 지난해 ‘문화유산 토지정보 현실화 사업’을 진행, 봉선사를 비롯해 관내 전통사찰 경내지를 현재 용도에 맞게 종교용지로 변경했다. 사진은 복잡하게 필지가 분할돼 있을 뿐 아니라 경내지임에도 임야, 전답 등으로 분류된 지목을 항공촬영을 통해 확인하고 경내지 대부분을 종교용지로 변경했다. 남양주시청 제공.

전국에 분포돼 있는 전통사찰 경내지 77%가 지목(地目)이 임야 혹은 전답 등 비종교용지로 설정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사찰은 종교 활동을 위해 건립된 것임에도 현실과 동떨어진 지목설정으로 전통사찰 경내지 내의 상당수 전각들이 건축물대장이 없는 미등기 상태의 불법건축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전통사찰들이 불법건축물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전각 보수 및 증개축이 제한되는 등 종교활동에 큰 제약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 총무원이 최근 종단 소속 783개(문광부, 2020년 7월31일 기준) 전통사찰 가운데 570개 사찰의 토지 및 건축물대장 일제조사를 진행했다. 이에 따르면 570개 전통사찰 경내지 5282필지 중 지목이 종교용지로 분류된 것은 1208필지(23%)에 불과했으며, 임야·전·답 등 비종교용지가 4074필지(77%)에 달했다. 이렇다보니 비종교용지에 건립된 전통사찰의 전각들이 대부분 불법건축물로 분류되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570개 전통사찰이 보유한 전각 7678개 가운데 4279개(56%)가 건축물대장이 없어 미등기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목이란 토지를 주된 사용목적에 따라 분류한 것으로, 전·답·과수원·목장용지·임야·염전·대(垈)·공장용지·학교용지·주차장·종교용지·사적지·묘지·잡종지 등 28종에 달한다. 지목에 따라 적용되는 법률과 과세 규정이 서로 다를 뿐 아니라 지목변경도 쉽지 않다.

현행 지적공부에 등재된 지목은 대부분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가 시행한 토지조사사업(1910~1918년)에서 기초했다. 해방 이후 정부가 1950년 12월 ‘지적법’을 제정하면서 일제강점기 설정됐던 지목을 대부분 그대로 적용했다. 문제는 조선총독부가 지목을 설정하면서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역사인식 부족으로 전통사찰 경내지를 실제 이용현황과 다르게 등록했다는 점이다. 특히 전통사찰은 일주문에서부터 사찰 안쪽 해탈문에 이르기까지를 경내지로 분류했어야 하지만, 조선총독부는 일반주택처럼 건물만 ‘대’로 지목을 설정하고 나머지는 ‘임야’ ‘전’ 등으로 분류했다. 같은 전통사찰 경내지라도 필지에 따라 지목이 달리 설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현행법상 지목이 임야·전·답 등으로 분류된 경우 해당 토지에 건축물 등을 건립할 수 없고, 해당 지목을 ‘종교용지’ 등으로 변경해야 건축행위가 가능하다. 지목 변경을 위해서는 지목변경 사유와 함께 지적소관청에 변경신청을 해야 하지만 지목별로 적용되는 법률이 서로 달라 절차가 까다롭고, 지목 변경에 따른 과세와 각종 부담금도 만만치 않다. 전통사찰 경내지에 있는 상당수 전각들이 불법건축물로 내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전통사찰은 종교적 목적으로 건립됐다는 점에서 사찰 경내지를 실제 사용목적에 맞게 지목변경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전통사찰의 상당수는 현행 지적제도가 도입되기 이전부터 존치돼 왔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큰 준공공시설이라는 점에서 불법건축물로 낙인찍힌 전통사찰 전각들을 양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시(시장 조광한)가 ‘문화유산 토지정보 현실화 사업’을 진행, 봉선사를 비롯해 관내 전통사찰 경내지를 현재 용도에 맞게 종교용지로 변경한 사례가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남양주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남양주시는 지난 2018년부터 관내 국가지정문화재와 전통사찰과 왕릉 등 문화유산의 토지정보가 실제 이용현황과 다르게 등록돼 있는 점을 발견하고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드론을 이용한 항공사진을 통해 관내 전통사찰과 왕릉 등의 실제 이용현황조사를 진행하고 행안부, 환경부, 국토부, 산림청 등 관련 정부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지목을 재조정했다. 이를 통해 임야·전·답으로 지목이 설정돼 있던 봉선사, 묘적사, 보광사, 수종사, 내원암 등의 경내지를 모두 종교용지로 변경했다. 또 사적으로 지정돼 있는 세조 광릉과 고종 홍릉, 순종 유릉 등 9개소에 대해 ‘사적지’로 지목을 변경해 국가지정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해 건립된 건축물들이 합법화될 수 있도록 했다.

양기영 남양주시청 규제개혁팀장은 “지목은 토지의 실제 사용목적에 맞도록 설정하는 게 근본 취지지만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이해 없이 일방적으로 설정되면서 전통사찰 등 문화유산 주변 토지정보가 잘못 등록됐다”며 “전통문화유산을 올바로 보존계승하기 위해 잘못된 전통사찰 경내지 지목을 종교용지로 변경하는 것은 사회공익을 저해하지도 않기 때문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비단 전통사찰 뿐 아니라 근대문화재로 등록된 교회나 성당 등 문화재주변 지역의 토지정보도 잘못된 사례가 더러 있다”며 “따라서 전통사찰보존지 및 문화재구역의 토지 등에 대해서는 실제 이용현황과 달리 설정된 토지정보를 쉽게 변경할 수 있도록 국토부가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571호 / 2021년 1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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