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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양육, 환경보존엔 기여…탐착은 키울 것”

  • 사회
  • 입력 2021.01.22 13:30
  • 수정 2021.01.22 13:31
  • 호수 1571
  • 댓글 2

불교학자·활동가 7명이 바라보는 ‘배양육과 불교와의 관계’
“온실가스 해소에 도움 되겠지만 안정성 등 부작용은 우려”

살생 없이 가축의 근육세포를 배양해 만드는 배양육이 고기를 대체할 날이 성큼 다가왔다. 지난해 12월 미국 실리콘밸리 배양육 개발업체 잇저스트의 배양육 닭고기가 세계 처음으로 싱가포르 정부의 식품 승인을 받았다. 불교계에서도 배양육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전통적으로 육식을 금하는 스님들의 식습관에 변화가 올 수 있을지 등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법보신문은 한국전통사찰음식문화연구소장 적문 스님, 중앙승가대 교수 자현 스님, 조성택 고려대 철학과 교수, 신성현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허남결 동국대 불교학부 교수,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이철헌 동국대 경주캠퍼스 교수 등 7명에게 배양육에 대해 물었다. 이를 두고 불교학자 및 활동가들은 “공장식 축산으로 인한 환경오염에 개선책이 될 수 있다”면서도 “음식에 대한 탐착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먼저 조성택·신성현 교수는 ‘배양육’이 가져올 부작용에 대해 우려했다.

조성택 교수는 “가축을 키우면서 생겨나는 여러 환경문제들을 줄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배양육이 보급되면 육식에 대한 욕망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욕망의 극대화로 탄생한 배양육이 바람직한 현상인지는 신중히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배양육은 상업적 측면만 고려한 것 아니냐”며 “급속한 문명의 발전이 수행자들이 깨달음의 길로 가는데 있어 올바른 정진 방법이 되어 왔었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계율학자인 신성현 교수도 “배양육은 인간의 탐심을 자극하는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다”며 “굳이 살생을 피하겠다며 배양육을 만들기보다는 인간의 탐심을 줄일 수 있는 식생활 문화를 조성하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인간의 욕망에 따라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고기는 광우병과 같은 전염병을 초래했다”며 “오늘날 코로나19가 주는 경고 역시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깊이 성찰하고 우리 삶을 바꿔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실리콘밸리 배양육 개발업체 잇저스트의 배양육 닭고기. 사진 잇저스트 제공.
미국 실리콘밸리 배양육 개발업체 잇저스트의 배양육 닭고기. 사진 잇저스트 제공.

 배양육은 가축의 근육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한 뒤 이를 배양액이 담긴 생물반응기에 넣어 만드는 첨단 기술이다. 세포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공급하는 배양액으로는 주로 소 태아의 혈청을 쓴다. 그렇기에 혈청을 사용하면 나타나는 바이러스, 알러지 유발 성분 등의 부작용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유전자조작식품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여전하다.

사찰음식을 연구하는 적문 스님은 “가장 자연스러운 음식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며 “사찰음식에서 자주 사용하는 콩단백도 육식을 대신할 충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정성을 보장하지 못하는 배양육으로 환경보존을 운운하는 것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며 배양육의 역기능도 잘 살펴야한다”고 덧붙였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환경오염의 원인으로 축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는 상황에서 배양육은 주목할 부분이 분명 있다”며 “그럼에도 배양육은 ‘고기를 먹고싶다’는 과도한 욕망의 확장으로 인해 과학기술을 동원한 결과물이다. 철저한 검증을 거치지 않는다면 그 과보 역시 우리가 받게 될 수 있음을 자각하고 육식위주의 식습관을 변화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도 배양육이 크게 주목 받는 것은 우리나라 인구수 자체는 줄고 있지만, 육류 수요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1995년 27.4kg에서 2019년 54.6kg으로 연평균 3%씩 증가하는 추세다. 때문에 배양육은 과학 발전에 따른 자연스런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배양육은 직접적인 살생을 전제로 하지 않기에 축산업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환경오염, 동물 윤리 문제에 있어서는 또 하나의 개선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허남결 교수는 “불살생을 원칙적으로 수용해야하지만 불자들 중 완전 채식하는 사람이 드물고 당장 육식을 금지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과학의 발달로 윤리적 문제를 줄이고 배양육을 먹는 것은 일상적인 수준에서 허용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허 교수는 또 “윤리는 이상적인 지향점에 점점 가깝게 다가가는 방법을 찾는 데서 시작된다”며 “배양육을 먹기 시작하면 이렇게까지 고기를 먹어야 할까에 대한 반성이 따를 것이며 이를 토대로 고기를 안 먹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랫동안 채식을 해오고 있는 이철헌 교수는 “한 걸음 나아간 과학이 다시 퇴보되지는 않는다. 경제성이 있다고 판단해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배양육은 윤리를 이유로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상용화를 막을 수는 없다”며 “(불교적인 견해가 분명히 있다해도) 개인의 선택권이기 때문에 논쟁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현 스님도 “한 가지 관점으로 배양육 문제를 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불교적인 것만 고집하기보다 다양한 측면에서 배양육 현상을 분석하고 관점을 제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내영 기자 ny27@beopbo.com

[1571호 / 2021년 1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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