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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 소망하는 것들

기자명 민순의
  • 법보시론
  • 입력 2021.01.25 14:03
  • 수정 2021.01.25 14:06
  • 호수 1571
  • 댓글 0

2021. 신축년 새해가 밝았다. 앞으로 함께 할 한 해를 내다보며 조촐하나마 새해에 소망하는 것들을 적어 본다.

새해에는 일터에서 근무하는 모든 이들이 생명을 위협받는 일 없이 안전하기를 소망한다. 지난해 대한민국에서는 882명의 노동자분들께서 산업재해로 돌아가셨다. 하루 평균 2.4명의 인원이 생계를 위해 일하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그리고 새해가 한 달여 지난 지금 여전히 동탄의 물류센터에서 여수와 광주의 사업장에서 참담한 부고가 전해지고 있다. 다시 한 번 분명히 말한다. ‘과로사’라는 말은 형용모순이고, 작업장에서의 생명안전보호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우리는 더 이상 단 한 명의 목숨도 과로나 산업재해로 잃을 수 없다.

새해에는 학대받아 숨지는 어린이가 없길 소망한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보호와 사랑 속에서 올바르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어린이는 부모나 양육자의 소유물이 아니다. 다른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도 결코 아니다. 어린이는 그 자체로 주체이며 온전한 목적이다. 장차 부모가 될 혹은 이미 부모인 모든 이들이 그 사실을 명확히 하고 부모로서의 자격을 갖추기를 바란다. 더러는 개인의 준비가 주어진 환경을 따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 모두는 또 기억해 두어야 한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오랜 속담을. 사실은 모든 어른이 모든 아이의 부모인 것이다. 지나가다 마주치는 모든 아이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주고, 그들의 안위와 건강을 바라는 마음으로 한 번 더 되돌아보며, 혹시라도 감지되는 모든 어려움에 대해 외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어려움에 놓인 아이들이 구출되지 못하거나 구출된 후에라도 그 어려움으로 되돌아가는 일 또한 없어야 한다.

새해에는 코로나 감염병이 반드시 종식되기를 소망한다. 지난 한 해 대한민국은 참으로 훌륭히 방역에 힘써왔다. 이 나라의 국민과 정부 모두에게 찬사를 보낸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며, 올해가 가기 전에 집단 면역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늦어도 내년에는 전 세계적으로도 인류 전체의 집단 면역이 이루어질 것이고, 우리는 과거의 익숙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게 될 것임을 즐겁게 희망한다. 하지만 그 사이 우리에게는 새로운 과제가 주어졌다. 방역에 힘쓴 개인 또는 민간의 절제와 노력에 대한 보상이라는 의제와 그에 대한 사회적 합의 말이다. 공동체 전체의 안녕을 위하여 영업 중단이 강제되었다면 그에 대한 보상이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뿐 아니라 그 생존과 재산 또한 보호할 의무가 있다. 

논의의 주제는 기본소득과 사회보장의 차원으로까지 확대되어야 할 줄 안다. 위난의 시기에는 언제나 어려운 이들이 더 큰 어려움을 겪게 마련이다. 그 어려움을 줄이는 것, 그리하여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사이의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계층 간 불평등은 반드시 해소되어야 하며, 출발과 기회가 평등한 사회에서야말로 진정한 공정이 가능한 법이다. 인간다운 삶은 바로 거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소망의 실현을 위한 제도의 마련이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이 단지 개개인의 호의에만 국한되지 않도록 사회적 법제화가 어떠한 방식으로든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저 소망들은 우리의 권리이자 의무이기도 하다. 권리와 의무가 대립되지 않는 것은 ‘이것이 있기에 저것이 있다’는 부처님의 연기(緣起)의 가르침에서 이미 자명하지 않은가. 성성(惺惺)히 깨인 의지를 갖고 쉼 없이 간섭하고 참여할 일이다. 그것이 바로 공동체 구성원의 의무다.

민순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실장 nirvana1010@hanmail.net

 

[1571호 / 2021년 1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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