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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역경을 수행의 기회로

기자명 마성 스님

위기상황서도 정진 끈 놓지 않아야 수행자다

자기 삶에 충실하지 못한 게으른 자들은 언제나 핑계만 댈 뿐
고난 있었기에 빨리 삼장 문자화되고 고려 팔만대장경도 편찬
코로나19 시대 더욱 신심 일으키며 정진하는 불자 돼야할 것

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 주변에서 시체를 화장하는 모습으로 이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힌두교는 갠지스 강을 성스러운 강으로 여긴다. 그들은 성스러운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면 자신이 지은 죄업이 소멸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붓다는 마음의 때를 정화해야만 비로소 죄업을 소멸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병두 제공
인도 바라나시의 갠지스 강 주변에서 시체를 화장하는 모습으로 이곳은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힌두교는 갠지스 강을 성스러운 강으로 여긴다. 그들은 성스러운 갠지스 강에서 목욕하면 자신이 지은 죄업이 소멸된다고 믿는다. 그러나 붓다는 마음의 때를 정화해야만 비로소 죄업을 소멸할 수 있다고 가르쳤다. 이병두 제공

코로나19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사고와 생활 방식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팬데믹으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의 구조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다준 부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없고, 많은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집회가 금지됨으로써 평소 외향적인 사람들은 매우 힘들어하는 것 같다. 그러나 평소 자기계발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사람에게는 불필요한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나도 꼭 필요한 일이 아니면 외출을 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더 많은 시간을 읽기와 쓰기에 전념할 수 있어서 좋다.

한때 꼬삼비(Kosambī)의 비구들이 둘로 나뉘어져 서로 다투고 있었다. 붓다가 그들을 찾아가서 세 번이나 싸움을 멈추라고 충고했으나 그들은 붓다의 말도 듣지 않았다. 그래서 붓다는 그들을 그냥 내버려 두고 길을 떠났다. 마침내 붓다가 도착한 곳은 빠찌나왕사다야(Pācīnavaṃsadāya)였다. 그곳에는 아누룻다(Anuruddha), 난디야(Nadiya), 낌빌라(Kimbila)가 사이좋게 화합하여 다투지 않고 머물고 있었다. 그들은 물과 우유가 잘 섞이듯 서로 우정 어린 눈으로 보면서 수행하고 있었다. ‘우빡낄레사-숫따(Upakkilesa-sutta, 隨煩惱經)’(MN128)에는 그들의 일상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세존이시여, 여기 저희들 중에서 먼저 탁발을 마치고 마을에서 돌아온 자는 자리를 마련하고 마실 물과 발 씻을 물을 준비하고 여분의 음식을 담을 통을 준비합니다. 나중에 탁발을 마치고 돌아온 자는 남은 음식이 있으면 그가 원하면 먹고, 원하지 않으면 풀이 없는 곳에 버리거나 생물이 없는 물에 던져 넣습니다. 그는 자리를 치우고 마실 물과 발 씻을 물을 치우고 여분의 음식을 담은 통을 치우고 밥 먹은 곳을 닦아냅니다. …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희들은 방일하지 않고 열심히, 스스로 독려하며 머뭅니다.”(MN.Ⅲ.157)

이와 같이 꼬삼비의 비구들이 서로 싸우고 있는 동안에도 석가족 출신의 몇몇 비구들은 서로 도와가면서 열심히 정진하고 있었던 것이다. 붓다는 이들을 칭찬하고 격려한 다음 그들에게 꼭 필요한 법을 설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누룻다는 아라한과를 증득했다.

그러나 게으른 자들은 언제나 핑계를 둘러대며 열심히 일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너무 추워서(ati-sītan ti), 너무 더워서(ati-uṇhan ti), 너무 늦어서(ati-sāyan ti), 너무 일러서(ati-pāto ti), 너무 배고파서(ati-chāto ‘smiti), 너무 배불러서(ati-dhāto ’smiti) 일을 하지 못한다고 변명한다.(DN.Ⅲ.184) 이처럼 자기 삶에 충실하지 못하는 자들은 언제나 핑계거리를 찾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빈둥거리면서 코로나 때문이라고 변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교의 위대한 유・무형의 문화유산 가운데 상당수는 불행한 시기에 완성되었다. 기원전 1세기 후반에 스리랑카의 불교사에서 매우 중요한 사건이 일어났다. 로하나의 띳사(Tissa)라는 바라문이 기원전 43년 왓따가마니 아바야(Vaṭṭagāmaṇī-Abhaya, B.C. 43~29) 왕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그때 마침 남인도로부터 일곱 명의 타밀들이 마하띳타(Mahātittha)에 상륙하여 강한 무력으로 무장한 채 수도 아누라다뿌라를 향해 진군해왔다. 남쪽으로부터 북쪽에 이르기까지 나라 전체가 전쟁에 휩싸였다. 기원전 43년부터 14년간 다섯 명의 타밀들이 번갈아 가면서 아누라다뿌라를 지배했다. 이 기간에 왓따가마니 아바야 왕은 멀리 떨어진 곳에 숨어 지냈다.(Mhv. xxxiii. 37-42.)

그때 전례 없는 대기근이 들어 나라 전체가 황폐해졌다. 먹을 것이라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잡아먹었는데, 그들이 존경하던 비구들의 시신까지 먹었다. 수천 명의 비구와 재가자들이 죽고, 많은 사찰이 황무지로 변했다. 마하위하라(大寺)는 완전히 폐허가 되었고, 마하투빠(Mahāthūpa, 大塔)도 완전히 방치된 상태였다. 많은 비구들은 섬을 떠나 인도로 건너갔다. 국가는 그야말로 대혼란 상태였다.

대장로들과 싱할라의 지도자들은 불교의 미래가 매우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불교의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졌기 때문이다. 싱할라 왕들도 불교를 지원해 줄 수가 없었다. 스승으로부터 제자로 이어져온 삼장의 구전 전통을 계속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비극적인 시기에 승려들의 주된 관심사는 ‘어떻게 해야 붓다의 가르침을 보존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래를 내다본 대장로들은 지역 족장들의 보호를 받아 마딸레(Mātale)의 알루위하라(Aluvihāra)에 모여 ‘진실한 교법을 유지하기 위해서’(ciraṭṭhitatthaṃ dhammassa)(Mhv. xxxiii. 100-101; Dpv. xx. 45.) 그때까지 구전으로 전승되어 오던 삼장을 문자로 기록하기로 결정했다. 그리하여 불교사에서 최초로 주석서를 포함한 삼장 전체를 문자로 기록하게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현존하는 빨리 성전의 원형이다.

해인사 장경각에 모셔져 있는 팔만대장경도 고려시대 외침을 불심으로 막아내기 위해 조성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 외에도 천재지변은 물론 국왕에 의한 법난의 시기에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 불사(佛事)를 일으킨 사례는 너무나 많다. 현재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는 논서들이나 주석서들은 거의 대부분 정치적 탄압이나 박해로 불교가 위기에 처했을 때 붓다의 가르침을 보존하기 위해 저술된 것들이다.

예로부터 “등 따시고 배부르면 수행하지 않는다.” 또 “춥고 배고플 때 구도의 마음을 일으킨다”는 말이 있다. 지금이 바로 춥고 배고픈 시절이다. 극도의 위기 상황 속에서도 정진의 끈을 놓지 않는 자라야 진정한 수행자라고 할 수 있다. 역경을 수행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 시대에 재가신자들도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방역 지침에 따라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더욱 신심을 일으켜 정진하는 불자가 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마성 스님 팔리문헌연구소장 ripl@daum.net

 

[1571호 / 2021년 1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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