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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km 눈길 걸어간 간호사

기자명 희유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21.01.26 10:15
  • 수정 2021.01.26 10:16
  • 호수 1571
  • 댓글 0

핀란드 간호사의 뉴스 보며
소소함에 담긴 행복 그리워
부처님이 말씀하신 행복도
엄청난 ‘그 무엇’은 아니다

신축년을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1월 말을 향해 달려 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우리 복지관 어르신들이 입버릇처럼 “시간이 없다”고 말씀하시나 봅니다. 그렇게 또 한 살을 보태고 보니 자신이 처한 곳에서 초발심을 잃지 않고 신심껏 잘살아가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얼마 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폭설이 내렸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핀란드에 폭설이 내려 교통이 끊기고 시민들의 출퇴근이 어렵게 되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폭설에도 한 간호사가 출근을 했는데 무려 22km를 걸어서 갔다고 하더군요.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들을 생각하니 출근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런 분들이 계시니 세상은 살만한 곳이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스님들이 매일하는 축원 가운데는 이러한 내용이 있습니다. ‘직무자 수분성취(職務者受粉成就)’,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자신이 맡은 일을 잘 이루어내라고 축원해주는 것입니다. 그 험난한 폭설에도 자신이 맡은 간호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기 위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정성이면 아픈 사람의 간호도 훌륭히 해 나갈 것입니다. 1년이 넘도록 코로나와 사투를 벌이며 환자를 돌보는 우리의 의료진들도 어떠한 어려움이 닥쳐도 자신의 직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에 고맙고 존경스러운 존재들입니다.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면서 각자의 바람들이 꼭 이루어지길 바랍니다. 저의 소원은 어르신들이 하루 빨리 복지관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이용하는 것입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요즘은 소소한 일상들이 그리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은 점심공양 후 직원과 카페에서 따스한 차 한잔을 마시면서 이런 소소한 일상이 그리웠다고, 하루 빨리 우리들의 일상이 돌아오길 바란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행복이라는 것이 우리의 일상에서 소소하게 찾아오는 것임을 새삼 느끼면서 점심시간을 보냈습니다. 

‘법구경’에서는 행복에 관해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부처님께서 사위성 기수급고독원이 있는 제따숲에 계실 때, 천인이 인사하고 묻기를 ‘많은 신과 인간들이 좋은 것을 갈망하면서 행복하기를 위해 여러 가지를 붙들고 갈망하고 있는데 여래는 참다운 행복이 무엇이라 말하겠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길 ‘어리석은 자들보다 현명한 사람들을 가까이하면서 존경할 만한 사람들을 존경하는 일, 이것이 참다운 행복이오. 쾌적한 땅에 살면서 유덕한 행위에 앞장서고 올바른 욕망을 지니는 일, 이것이 참다운 행복이오. 큰 지혜와 많은 지식, 마음의 수양과 바른말 이것이 참다운 행복이오. 부모를 섬기고 아내와 자식을 돌보며 평화로운 부름에 따르는 일, 이것이 행복이오. 자선을 베풀고 경건한 삶을 영위하며 친지를 보호하고 결함없이 행동하는 일, 이것이 행복이오. …(이하 생략).”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행복을 보면 엄청 커다랗고 힘들게 얻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저 우리의 일상에서 늘 감사와 만족할 줄 아는 것, 마음의 수양과 더불어 바른말을 하고 부모님 봉양 잘하고 이웃에 베풀고 하는 것들이 행복이라고 이야기하고 계십니다. 
 

희유 스님

핀란드의 간호사가 그 눈길에도 당신의 환자들을 돌보고자 하는 그 마음이 행복이고,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에서 일하고 있는 의료진들이 바로 행복을 실천하는 것이고, 각자의 자리에서 수분 성취하는 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부처님 가르침대로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맡은 바 직무를 열심히 하고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아보시길 바랍니다. 성불하십시오.

희유 스님 서울노인복지센터 시설장 mudra99@hanmail.net

 

[1571호 / 2021년 1월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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