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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출혈이 앗아가버린 행복…남은 건 빚더미

  • 상생
  • 입력 2021.01.29 20:48
  • 수정 2021.01.29 20:51
  • 호수 1572
  • 댓글 1

가족 위해 13년 전 한국 찾은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닐만씨
밀린 병원비만 1400만원…모아놓은 돈 없어 재활치료 막막

지난 1월4일 네팔 출신 닐만씨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장기간의 재활치료가 필요하지만 막대한 병원비로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다.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닐만(36)씨가 한국에 온지 13년. 변변치 않은 월급으로 혼자 가족을 부양했던 형의 짐을 덜어주고자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한국행을 택했다. 이미 한국에 자리 잡고 있던 사촌형 골만씨가 있었기에 두려움도 덜했다. 2008년 4월 한국에 온 닐만씨는 따스한 봄 햇살을 즐길 여유도 없이 일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네팔에서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던 까닭일까. 자동차 시트 등 부품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곧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이후로 여러 자동차 공장에 몸을 담았다.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만 제외하고 모든 돈을 네팔로 보냈다. 야간근무와 주말특근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하루 10시간 이상씩 일했다. 그 누구보다 성실히 일하다보니 조금이지만 월급도 올랐다. 가족들을 생각하며 장시간 노동의 고충도 꾹 참고 보낸 지난 날이었다. 네팔로 보내는 액수가 많아지면서 닐만씨는 고되긴 하지만 일하는 게 즐거웠다.

닐만씨의 평범했던 일상이 멈춰버린 건 1월4일. 예고도 없이 찾아온 병마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의 일상을 송두리째 뒤엎었다.

자동차 공장에서 근무 중인 닐만씨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동료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 숟가락을 든 순간 ‘쿵’ 소리와 함께 바닥으로 쓰러졌다. 동료들과 사장님의 도움으로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다. 뇌출혈이었다. 평소에 혈압이 다소 높은 편이기는 했어도 앓던 지병도 없었고 술, 담배를 전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예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생사를 오가는 급박한 상황이었지만 바로 수술을 받을 수 없었다. 병원 측에서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야 하고 절차상 보호자가 없으면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결과를 기다리며 흐른 몇 시간. 닐만씨의 의식은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완전히 의식을 잃기 전 닐만씨는 잦아드는 목소리로 사촌 형 골만씨의 이름을 말했다. 동료들은 급하게 닐만씨의 핸드폰에서 골만씨의 연락처를 찾았다.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온 형의 도움으로 닐만씨는 수술실로 들어갈 수 있었다.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다.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는 의식을 찾지 못하면 큰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꼬박 일주일. 닐만씨의 손가락이 움직였다. 의식이 돌아오면서 회복 속도도 빨라졌다. 최악의 상황을 모면한 닐만씨는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자리를 옮겼다. 의식을 회복하기는 했지만 눈만 뜨고 있을 뿐 손발을 움직이기 어려운 것은 물론 작은 말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의사는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고 했다. 신체 감각이 돌아오기 위해선 6개월 이상 재활치료가 필요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문제는 병원비다. 이미 1400만원이 훌쩍 넘었다. 가족들을 위해 모든 돈을 고향으로 송금한 탓에 닐만씨의 통장엔 고작 몇 만원만 남아있다. 재활 치료비를 빼고도 매달 청구될 병원비는 800만원. 미납 상태에서 점점 늘어나는 병원비에 치료는 엄두도 못 낸다. 소식을 접한 네팔 노동자들이 SNS를 통해 병원비를 모금하고 있지만 천문학적인 액수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닐만씨에게는 평생을 약속한 아내가 네팔에서 기다리고 있다. 힘든 한국 생활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이가 바로 아내다. 휴대폰 배경도 아내 사진이다. 2011년 결혼식을 올린 후 만나지 못해 그리움만 쌓여가던 차였다. 이번엔 꼭 네팔로 돌아가겠다고 맹세했다. 하지만 지킬 수 없는 약속이 됐다.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휴대폰 속 아내를 바라볼 수밖에 없는 닐만씨의 눈엔 슬픔이 가득하다. 모금계좌 농협 301-0189-0372-01 (사)일일시호일. 02)725-7010

김민아 기자 kkkma@beopbo.com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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