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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독교 특혜’로 출발한 군종장교제도

기자명 이병두

최대종교 불교 배제한 채 기독교 군종만 승인

장로 이승만 대통령, 군종제도서도 종교차별 노골화
불교 군종장교는 1968년 첫 시행…기독교와 17년차
군 수뇌부 개신교인 차지하며 군대내 종교판도 바꿔

1950년 전쟁 와중에 기독교 군종장교 제도 청원에 앞장선 한경직, 류형기 목사와 캐롤 신부.

1968년 11월30일 권기종·권오현·김봉식·장만수·이지행, 이 다섯 명이 1700여년 한국불교 역사 최초의 군법사[軍僧]로 임관되었다. 조계종 군종특별교구에서는 이날을 ‘군승의 날’로 정하여 기념 법회를 열어 축하와 격려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는 한국전쟁 당시 압록강까지 북진했던 연합군이 중국[당시 中共으로 호칭]의 참전으로 밀려 후퇴에 후퇴를 거듭하고 수도 서울까지 위태롭던 1950년 12월21일 대통령이 기독교 군종장교 제도를 공식 승인하고, 1‧4후퇴 이후 서울을 두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1951년 2월7일에는 일반 장교로 복무하고 있던 김득삼 목사가 초대 군승과장으로 임명되는 특혜를 받았다.(군종과로 하지 않고 군승과라 한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봄) 간단히 말해 군종장교 도입에서 불교와 기독교 사이에 17년 이상 차이가 난 것인데, 우리 사회가 빠르게 변하고 있던 시대에 이 17년은 한국의 종교 판도를 완전히 뒤집을 수도 있는 기간이었다.

1950년 9월 개신교의 한경직(장로교)·류형기(감리교) 목사와 가톨릭의 캐롤 신부 등이 여러 차례 대통령을 찾아가 기독교 군종 제도 승인을 요청하자 이승만은 “내가 만일 한국 군목을 위해서 예산을 요청한다면 반(反)기독교적인 타 종단에서도 종군(從軍)을 원하는 청원이 또 일어날 것입니다. 그러니 한국교회 각 선교부에서 경비를 갹출해볼 방법을 연구해보시오”라고 대답하였다. ‘기독경’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할 정도였던 개신교 장로 이승만이 ‘다른 종교들의 군종 참여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속마음과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물론 이미 미군정 시기부터 하지(John R. Hodge)를 비롯한 역대 군정장관들이 기독교 지도자들과의 모임을 자주 가지면서 수호자를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고, 1947년에는 일제강점기에 제정되어 불교계를 옥죄고 있던 사찰령 등을 폐지하는 법안이 입법의원 본회의에서 가결되었지만 군정장관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방식으로 ‘기독교 우대와 불교(‧유교‧천도교) 억압’ 정책을 펼쳐 왔다. 이 흐름이 이어져 국가 차원에서 군종 병과 제도를 도입하도록 적극 권유한 이들은 전쟁 발발 후 한국에 주둔한 미 극동사령부 군종장교 수백명과 ‘문관 군종’으로 일하던 미국인 선교사들이었다. 한국전쟁을 기독교 선교를 위한 정신전(精神戰; Spiritual War)으로 여길 정도로 기독교 선교에 적극적이었던 이들이 한국의 군종제도 창립을 결정하고 국방부 장관과 대통령 등을 만나 기독교 군종 장교 제도화 작업을 펼쳤으니, 단 몇 달 만에 대통령 승인과 임관까지 초고속으로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1968년 한국불교사 최초 군법사로 임관된 권기종·권오현·김봉식·장만수·이지행.

그리고 1953년 정전 이후에도 미군이 계속 주둔하게 되면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 군종장교들은 ‘한미 합동 군목 보수교육’ 실시와 군 교회 건립 재정 지원 등 여러 방면에서 미군의 일방적인 도움을 받아, 군대 내 종교 판도를 독점하기에 이른다. 이승만 또한 잘못된 흐름을 멈추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기독교 독존(獨存‧獨尊)’ 정책을 더 강화해가는 방편으로 군종장교 제도를 활용·악용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1951년 2월 초에 김득삼 목사를 군승과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같은 달에 개신교와 가톨릭 성직자 32명이 입대하면서 ‘기독교 군종시대’가 펼쳐졌다. 이렇게 해서 정규 장교로 임관된 목사들로 군종단이 구성되었는데, 이것은 미국이 선교에 나섰던 수많은 나라 중에서 최초 사례였다. 군종장교 제도의 특혜와 똑같이 전쟁 기간에 포로수용소 선교 특권도 가톨릭과 개신교에만 인정되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언제 어디에서든 자신이 목숨을 잃게 될지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참전 군인들은 종교를 갈망하게 된다. 입대 전에 자신의 신앙 기반을 탄탄하게 다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군 신부와 목사의 따뜻한 말 한 마디에 마음을 열고 그 종교에 깊이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용소에 갇혀서, 군인들보다 마음이 더 불안하게 지냈을 포로들은 더욱 더 빠르게 기독교 신앙에 깊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순서였을 것이다.(포로에서 풀려난 이른바 ‘반공포로’들 중에 기독교 신자 비율이 아주 높은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군종 출범기의 또 다른 특징은 특정 종교에 의한 ‘독점’ 체제였다는 것이다. 전쟁 기간 중 다수의 승려들이 ‘종군포교사’로 활동하는 등 불교를 비롯한 몇몇 종교들이 군대 안팎에서 종교 활동을 펼쳤다. 그러나 막상 이런 활동들에 제도적 기반을 제공하고 지속성을 보장하는 군종제도가 만들어졌을 때 이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모든 군종 요원들은 예외 없이 그리스도교 성직자들로만 채워졌다. 이런 그리스도교 독점이 단지 우연한 결과이거나 편의상의 조처만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리스도교식 군종제도’를 만든다는, 당시 한국 최대의 종교였던 불교를 포함하여 다른 종교들의 군종제도 참여를 봉쇄한다는, 암묵적이지만 명료한 합의와 공감대가 존재했다. 군종 추진 주체도 그렇게 생각했고, 결정권을 쥔 대통령도 그렇게 생각했다. 군종 참여자격을 그리스도교로만 제한한다는 명문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았지만, 대단히 공고한 비(非)제도적 장벽이 분명 존재했던 것이다. 해군의 경우에는 이보다도 더욱 협소한 참여자격을 한동안 유지했다. 초기 해군 군종은 천주교마저 제외하고 개신교 성직자들로만 형성되고 운영되었다. (강인철, ‘종속과 자율: 대한민국의 형성과 종교정치’에서)

결국 국방장관, 육군‧해군‧공군 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주월한국군사령관 등 군 수뇌부 자리 전체를 개신교인이 차지하게 된 1966년에는 엘리트 장교 배출 산실인 육사에서 생도 24.2%·해사에서 39.7%·공사에서 34.7%가 개신교 신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들이 한국 군대의 지휘 체계를 장악한 수십 년 동안 군대내 종교 판도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우리가 다 아는 바와 같이 명약관화하다.

기독교보다 17년 늦게 그것도 아주 힘들게 출발한 불교의 군종 참여를 100m 달리기 경주에 비유하면, 이처럼 아주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50m쯤 앞에서 출발하게 해주고 불교가 힘들게 달려서 그들을 따라잡으려 애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불교계가 군종 장교 정원 조정을 요청하면 군 당국은 이제 “현역 군인의 종교 비율에 따른다”는 원칙만 내세우고 있어서, 이승만 정권의 ‘기독교 우대와 불교 탄압’ 정책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보이기는커녕 ‘판세 굳히기’에 나서고 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이병두 종교평화연구원장 beneditto@hanmail.net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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