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립공포감과 ‘영끌’ ‘빚투’

기자명 성진 스님

작년 후덥지근한 여름을 지나갈 무렵의 일이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평범한 40대 직장인 신도 한 분이 주식투자에 대한 고민을 상담해온 적이 있다. 자신의 주변에서 평소 주식을 하지 않던 사람들도 어느 회사의 주식을 지금 사야 한다며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주식에 관한 관심도 없었고 잘 알지도 못했기에 무시했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누구도 한다더라는 말이 들려오고 언론에서 연일 관련 기사가 쏟아져 나오면서 이상하게 마음이 불안하다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게 업무시간 내내 주식시세를 보게 되고 통장 잔액과 대출 여부를 확인하고 있었단다. 마치 남들은 다 돈을 버는데 나만 손해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지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이 말을 들었을 때 머릿속에 떠오른 기억이 있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기 시작했을 무렵 해외의 대형상점 휴지코너가 텅 비어 버린 채 사람들은 그것을 하나라도 더 사겠다고 서로 뒤엉켜 싸우는 아비규환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장면을 보며 당시 코로나19와 화장지의 상관관계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화장실에 여분의 휴지가 있음에도 휴지를 더 사다 놓아야겠다는 충동이 들었던 모습이다. 

이러한 불안 심리 현상을 설명하는 말이 있다. ‘Fear Of Missing Out’. 일명 ‘FOMO’라고 한다. 직접 번역하자면 ‘고립 공포감’ 또는 ‘잊히는 것에 대한 두려움’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이것은 2000년대 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임의로 수급을 조절하고 ‘매진 임박’ ‘한정수량’ 등의 표현으로 소비를 촉진하게 만드는 것으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그러다 소셜미디어에 기초한 사회관계망이 발전하고 24시간 서로가 연결되어 있게 되면서 그것이 단절되거나 자신이 소외되었을 때 밀려오는 불안 공포감을 의미하는 것으로 2004년부터 미국에서는 이것을 사회병리 현상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고 FOMO의 현상이 위의 예처럼 주식이나 화장지 파동 같은 것에 한정된 이야기는 아니다. 나 또한 이미 모임의 의미와 활동이 끝이 났거나, 더는 구성원이 아님에도 일명 단톡방 등에서 나오는 것을 주저하며 아직도 메신저상에 그대로 남아 있는 대화방이 몇 개나 된다. 그리고 어떤 모임이나 활동 등을 자신의 상황과 필요성 여부와 관계없이 나만 소외될 것 같은 불안감 속에 억지로 참석하고 있는 것 역시 FOMO의 늪에 빠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요즘 자주 등장하는 ‘영끌’ ‘빚투’와 같은 현상을 개인의 문제로만 볼 수는 없다. 국가 정책이나 언론, 미디어 같은 큰바람 앞에 한 개인은 그저 흔들리는 나뭇가지처럼 그저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더욱 자신의 마음을 단단히 붙잡아야 하는 안전띠와 어디서도 길을 잃지 않는 밝은 지혜의 눈이 항상 켜져 있어야 한다. 

‘반야심경’에 ‘마음에 걸림이 없고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어서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라는 구절이 있다. 옆에서 갑자기 뛴다고 고개를 돌려 확인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두려움에 같이 뛰는 것을 멈추게 하는 좋은 제동장치가 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자신에게 ‘왜’라고 하는 질문을 먼저 던지는 것이다. 왜 하려고 하는지? 왜 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그래야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상황을 인지할 수 있고 막연함에서 분명함으로 자신의 시야를 맑게 닦아낼 수 있다. FOMO라는 걸림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판단하려는 마음공부만이 지금 내가 걷는 이 길을 ‘나’의 길로 만들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사람의 등만 보고 걷지 마라. 같은 방향을 걸어도 자신이 갈 길은 자기 눈으로 똑바로 보고 걸으라”고 하신 생전 은사스님의 말씀이 더욱 분명히 귓가에 들려오는 아침이다.

성진 스님 조계종 군종특별교구 사무총장 sjkr07@gmail.com

 

[1572호 / 2021년 2월3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